금산(錦山)은 청정지역이다.
들보다 산이 많고 그 사이에 금강이 흐른다.
한자(漢字)표기 그대로 비단으로 둘러싸인 곳이다.
비단도 아름답기 그지없는데 비단으로 둘러싸인 산(山)은 얼마나 아름다울까?
그 아름다운 곳에선 4계절 축제가 열린다.
겨울엔 정월보름 장동달맞이축제가, 봄엔 산안리 산벚꽃축제가, 여름엔 부리면 금강변에서 금강축제가 열리고 가을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인삼축제가 성대하게 열린다.
금산인삼축제는 문화관광부가 지정한 대한민국 3대축제 중의 하나로 2006년엔 금산국제 인삼EXPO가 열리기도 했다.
화창한 봄. 기온은 봄이라기보다 초여름 날씨를 넘나든다.
군북면 산안리에서 열리는 산꽃나라 산벚꽃 축제장을 찾아가는 길이다.
금산은 이제 오지가 아니다.
대전 통영간 고속도로 길목이자 대전→금산간 4차선 국도가 시원스럽게 개통되었고, 보은, 옥천, 금산을 연결하는 4차선 신설국도도 한창 공사중이다. 사통팔달로 연결되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곳이다.
대둔산, 서대산을 끼고 있고 청정수가 흐르는 금강변에서 맛볼수 있는 어죽은 맛있고 신선하고 값싸고 걸쭉해서 좋다. 웰빙음식이다.
아마도 봄에 꽃을 볼 수 없다면 봄에 대한 예찬은 만들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길가 벚나무 가로수엔 벚꽃이 이미 지고 말았다.
대신 철쭉이 진한 분홍빛으로 그 자리를 대신한다.
하지만 군북면 산안리 벚꽃은 산중(山中)에 피는 꽃이기에 지금이 만개(滿開)시점이란다.
대전서 가까운 곳이기에 매년 이곳을 방문했다.
그런데 그 아름다움 또한 매년 다르게 느껴졌다.
보는 느낌에 따라, 각도에 따라, 마음가짐에 따라, 볼수록 새롭게 느껴지는게 사실이다. 그만큼 나무가 고목이 되어서일까? 아니면 나도 나이듦의 증거일까?
오늘 방문길은 예년과 다르게 반대편으로 향한다.
가는 길에 신안사(身安寺)에 들러보기 위함이다.
동곡저수지 가는 길. 홍매화가 정말 예쁘게 피었다.
산자락엔 진달래와 조팝꽃이 분홍꽃과 흰꽃의 어울림으로 아름다움을 표출한다. 노루재 고개를 넘으니 옛 길안분교가 보인다. 제원초등학교 분교였지만 몇 년 전 폐쇄된 곳이다.
교실앞 개나리는 예전과 다름없이 노랗게 피었건만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뽀얗게 반들거리던 운동장엔 봄 잡초가 푸르게 자리잡았다.
적막감 속에 봄 햇볕만이 따사롭게 내리고 있다.
2차선 산길이지만 말끔하게 아스콘으로 포장된 도로, 중간중간 차들이 정차해 있다.
사람이 없는 것을 보니 나물 뜯으러 놀이겸 오신분들의 차인가 보다. 이곳에 고사리를 비롯하여 산마늘, 산두릅 등 산나물이 많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하양꽃 조팝마을」이라는 안내판이 보인다.
임금님 조팝꽃이란다. 우리가 어릴적 싸리꽃이라 부르던 조팝꽃. 하얗게 핀 작은 자잘한 꽃 모양이 너무 정겹다.
신안사(身安寺)오르는 길은 아직 포장이 조금 덜 되었다.
자갈길이다. 승용차가 덜컹인다.
차라리 주변 감상하는 방법은 비포장길이 유리하다.
빨리 갈 수 없기에 이곳저곳 자연에 눈길이 머문다.
산도 벌써 연초록으로 옷을 갈아입었다.
겨우내 얼마나 많은 연초록 물감을 나무는 준비했기에 저렇게 한꺼번에 뿜어냈을까?
꽁꽁 얼었던 개울가엔 시냇물 “졸졸” 노래 부르고 능수버들은 푸른가지를 축 늘어뜨리기 시작했다.
천태산 身安寺(신안사).
대한불교 조계종 제6교구 본사인 마곡사 말사이다.
절 이름이 좀 새롭지 않은가?
직역하자면 “몸이 편안한 절”이 아닌가.
지난번에는 대둔산 서편 安心寺(안심사)를 다녀오기도 했는데.
몸과 마음 어디가 더 편해야 정말 편할까?
대조를 이루는 듯한 마음이 든다.
신안사는 그리 큰절은 아니다.
지금이야 이곳까지 자동차 통행이 가능해져서 큰 불편은 못느끼지만 아주 옛날엔 걸어서 다녔을 것이다. 이 곳에서 금산읍내까지 가려면 아마도 한나절 이상 걸렸을 만한 오지다.
몇 년전 방문했을 때보다 깨끗해졌고 삼성각과 요사채가 예쁘게 새로운 건물로 지어졌다.
대광전도 보수를 끝냈다.
아직 단청이 되지 않은 원목상태의 기와집으로 자리잡았다.
극락전 앞 큰 벚나무. 벚꽃이 꽃비를 만든다.
나무 갈라진 틈사이로 꿀벌들이 분주히 드나든다.
아마도 내부에 집이라도 있는 모양이다.
축제를 맞아 방문객에게 신안사 보살님들이 간단한 음료와 부추부침개를 무료로 제공해주고 계셨다.
감사한 마음으로 맛있게 얻어먹으며 벚나무 아래 탁자에서 봄날의 한적한 오후를 즐긴다.
풍경소리, 바람따라 울리고 이름모를 작은 야생화는 극락전 돌틈에서 예쁘게 꽃을 피웠다.
손에 손잡고 축제장을 다녀오신 분들이 절집을 돌아본다.
산위로 오르는 바람이 너무 시원하다.
건너편 산자락아래 방목된 소들도 누워 오수를 즐기는 모양이다. 정말 평화로운 풍경이다.
산안리로 넘어가는 산길. 오르는 길이 말끔히 포장되어 한결 수월하다. 전에는 임도(林道) 형태라 오르기가 무척 신경쓰였던 도로다. 내려오는 차라도 만나 교행하려면 정말 힘든 곳.
지금은 포장되어 2단으로 천천히 오르니 부드럽기 그지없다.
산안리 정상.
차를 길섶에 멈추고 자생 산벚꽃 무리에 취해본다.
온 산이 하얗게, 때로는 분홍빛 꽃색으로 물들었다.
꽃향기 너울너울 춤추고 벌들은 날개소리 내며 꽃에서 꿀따기 바쁘다.
좀 이르게 먼저 핀 꽃은 꽃잎을 날린다.
바람타고 오르기도 하고 다시 떨어지기도 한다.
어느 꽃잎은 계곡물에 떨어져 물을 타고 아래로 아래로 흘러가기도 한다.
어떻게 이곳은 이렇게도 많은 산벚꽃나무가 자생했을까? 일반 나무는 보기 드물 정도다.
그러다보니 꽃과 꽃이 서로 연결되어 산 전체가 하얗게 변해버렸다. 손에 손잡듯 꽃나무 가지에 다른 꽃나무 가지가 걸쳐졌다.
정말로 산꽃나라, 산꽃마을이 되어버렸다.
산안리 쪽에서 임도를 따라 일방통행으로 오르는 차와 만난다. 꽃 감상을 좀 오래도록 하고 싶어도 정차할만한 곳은 이미 만차가 되어 길따라 바람따라 차따라 흘러야 한다. 겨우 한곳 차를 정차하고 내렸다.
산벚꽃이 너무 아름답다. 깨끗하다.
그 사이에 핀 진달래도 분홍빛으로 아름다움을 표출한다. 산나물 뜯는 아낙네도 만나고 아예 등산길로 올라온 젊은이들도 만난다.
벚꽃에 취해, 향기에 취해, 산세에 취해, 연초록 색깔의 향연에 빠져 자리를 뜨지 못했다.
산 속은 산벚꽃만의 축제가 아니었다.
숲이 아름답고 계곡 물 소리, 새 소리, 잡목들의 향연도 또다른 느낌이다. 이미 꽃이 진 생강나무도 만난다.
이 곳 금산 군북면 산안리 벚꽃단지는 너무 광활하다.
온통 산자락이 벚꽃 일색이다. 그 계곡 사이사이를 좁은 임도를 따라 내려온다.
때론 먼지가 내차의 뒤를 따른다.
차창을 열고 천천히 내려오는 산길. 그 신선함이란 느껴본 사람만이 안다.
산자락을 내려와 마을로 접어든다.
옛 농가도 있고 새로 지은 예쁜 집도 있다.
하얗던 스레트 지붕 건물도 이끼가 앉았다.
오래된 농가모습이다. 사람이 살고 계시기에 집은 그대로 서있다. 사람이 살지 않으면 집은 곧바로 폐가가 된다. 기(氣)가 있기 때문인가 보다.
마을 앞. 봄꽃축제 행사장. 팔도 엿장수부터 음악소리, 노랫소리, 꽹과리 소리로 시끌벅적하다. 차들도 빼곡하다.
꽃보다 이 곳은 차가 더 많아 보인다.
겨우겨우 혼잡한 행사장을 빠져나와 금산읍내로 향한다.
산안리벚꽃축제. 그 곳엔 꽃과 신선함이 공존하고 있었다.
아! 아름다운 금산(錦山)의 산들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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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금산 보곡산골 산벚꽃축제 성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