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 주는 즐거움은 무엇일까?
미지에 대한 막연한 동경, 몇 번이고 찾아도 끝없는 매력을 느낄수 있는곳, 그런곳으로의 여행은 한없는 즐거움을 준다. 여행 자체가 목적일때도 있지만 오가는 일정속에, 또는 업무중에 잠깐의 짜투리 시간을 이용해 들러 볼수 있는 여행지도 긴장속 이지만 신선함과 즐거움을 더해준다.
여럿이 움직이는 단체 여행보다 홀로 떠나보는 여행도 나름대로 흥미가 있다.
스스로 결정하고 행하고 만족하고 후회스러울 때도 있지만 그저 그것은 내가 결정한 사항이다. 말해 버리면 금새 다시 평정을 찾는다.
즐기는 곳을 찾을수 있고 먹고 싶은 것을 먹고 이동하고 싶을때 이동하는 자유스러움이 외로움의 그늘보다 훨씬 더 만족감이 따르기 때문이다.
2박 3일, 짧은 일정의 일본 출장을 다녀왔다.
늘 그렇게 스케줄을 만들고 있지만 출국하는 편은 가장 빠른 편을, 귀국편은 늘 마지막 비행기편을 이용하는 것이 습관화되었다. 물론 업무를 최우선으로 하지만 이동중 또는 귀국길에 좀더 새로운 곳을 들려 보기 위함이다.
번엔 귀국길에 교토를 잠시 들렸다.
몇 번이고 방문했지만 늘 새로운 정서를 느끼는 곳이 교토(京都)다. 1200년의 유구한 역사속에서 성장한 도시, 오랜 전통을 소중히 보존하고 새로운 것을 그 깊은 품속에서 소중히 키워 방문자에게 늘 감동과 충격을 주는 곳이 교토다.
나는 그 매력에 이끌려 귀국하는 날 서둘러 호텔을 나와 교토행 기차에 몸을 실었다. 교토에서의 반나절 여행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오후 늦게 칸사이 국제공항을 출발하는 귀국편이라 시간이 여유로웠다.
JR교토역에서 칸사이 국제공항까지 특급“하루카”호가 직행하고 있어 더욱 편리하다. 시간은 75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국제 관광도시 교토, 계절마다 보여주는 아름다운 자연이 역사적인 거리전경과 광대한 면적에 산재만 유명한 절(寺), 그리고 작은 神社, 박물관, 전통 요리점이 멋진 조화를 이루는 산자수명 (山紫水明)의 고도, 우리나라 경주의 옛 모습과 비슷한 성격의 도시라 할수 있겠다.
계절은 12월 중순을 지났건만 아직 교토엔 가을이 머물고 있었다. 겨울이라기 보다는 화창한 가을날의 중심에 서있는 듯 아름다운 단풍이 아직 많이 남아있다.
겨울은 정녕 오지 않았다.
물론 겨울에 피는 꽃이긴 하지만 윤기나는 초록잎새에 붉은 꽃잎과 노란 꽃술이 어울어진 동백꽃이 거리마다, 관광지 입구마다 아름답게 활짝피어 마치 17℃를 오르 내리는 한낮 기온과 함께 봄이 오고 있나 하는 착각을 만들게 한다.
달력의 날짜로 보면 겨울의 중심이고, 단풍잎새 아름다움은 가을의 중심인 듯 하고, 동백 붉은 꽃잎 아름다운 모습은 봄을 느끼게 한다.
삼계절이 머릿속에서, 눈속에서 아른거린다. 그래도 가을 관광 시즌이 지나 거리는 크게 붐비지 않는다. 다행이다. 이곳의 가을은 엄청난 인파로 북적이기 때문이다.
이곳에서의 시간은 한나절 밖에 남지 않았다.
정기 관광버스 안내소에서 팜프렛을 받아 돌아 볼곳과 시간을 체크하고 손가방은 역구내 로카(locker)에 집어 넣었다.
한나절 코스. 일본 교토하면 대표적인 관광명소 기요 미즈데라(淸水寺), 킨 카쿠지(金閣寺), 긴 카쿠지(銀閣寺)를 돌아 보기로 하고 버스에 올랐다.
30명 정원에 22명이 탑승했다. 전에 한번 돌아 본 적은 있었지만 세심히 본 기억이 없어 새로운 기대감으로 차에 올랐다.
역시 나이드신 분들이 많다. 부부로 보이는 분들도 계시고 4~5명이 그룹을 이루어 오신 분들도 있다.
혼자 온 사람은 나 하나 뿐인 듯 싶다.
차는 출발하고 가이드 안내양이 마이크를 잡고 지나는 곳을 상세히 설명하기 바쁘다.
역사적의미서부터 그 개요를 빠트림 없이 설명한다.
너무 상세하고 또렷 또렷하게 설명하는 것이 흠이라면 흠이랄까?
첫 방문지. 킨 카쿠 로쿠온지 절(金閣麗苑寺).
1994년 세계 문화 유산으로 등록된 곳이다. 2층과 3층에는 옻칠을 한뒤 순금의 금박을 입혀 아름답게 빛나는 무로마치 시대의 대표적 건물로 교코이케 연못을 중심으로 하여 아시하라시마 등 크고 작은 섬과 당시의 지방 영주들이 앞을 다투어 헌납한 명석(名石)들이 배치된 정원은 그야말로 한폭의 동양화이다.
정원에 아름답게 자란 소나무와 이끼류, 연못에서 노닐고 있는 천둥오리, 깨끗하게 빗질된 모래길. 뒷산에 푸르게 자란 낙낙장송, 그리고 단풍나무, 산속의 별장 모습이다. 아름다움의 극치이다. 아마도 동양화가가 그림을 그려도 이토록 아름다운 모습으로 그려 낼수 있었을까?
출구쪽엔 관광상품을 파는 선물가게가 있고 그 옆엔 100엔 (1000원정도) 동전을 넣고 운수를 보는 곳이 있다. 일본인은 물론, 한국인, 중국인을 위한 별도의 운세를 볼 수 있는 자동판매기도 있다.
한국인들이 얼마나 많이 방문했기에 저 자판기까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정원 구석, 구석, 오솔길에도 쓰레기는 찾아 볼수 없다. 깨끗하게 관리되고 사용되는 그들의 생활 습관에 찬사를 보내지 않을수 없다.
출입금지, 금연 표시가 되어있는 곳은 철저히 스스로 지켜 가는 것이 일본인들의 공통된 습관이다.
이렇게 잘 지켜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모르긴 해도 어려서부터 몸에 밴 가정교육, 또는 공공질서를 강조하는 학교 교육때문이리라.
“남에게 폐 끼치지 말라〃는 것을 기본으로 하는그들의 가정 교육 영향이리라.
조금만 옷깃이 스쳐도 죄 지은듯한 표정으로 스미마셍(죄송합니다.)을 연발한다.
차는 기요미즈데라(淸水寺)로 향한다.
교토하면 대표적으로 소개되는 절이고 늘 이곳 모습이 배경사진으로 등장하는 곳이다.
현재 건물의 대부분이 1633년에 재건, “기요미즈의 무대〃로 유명한 국보의 본당은 139개의 기둥을 사용한 웅대한 무대식 건축양식이다.
주변의 단풍 모습이 아직 아름다움 그 자체다. 봄에는 벚꽃으로, 가을에는 단풍으로 겨울에는 설경으로 여름에는 푸른 녹음으로 사계절 관광객이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
저 아래 교토시내가 내려다 보인다.
높은 교토 타워가 보이고 회색일변도의 도시가 아닌 나무와 물과 산이 어울어진 풍경이다.
절 아래 “기요미즈데라〃란 이름의 유래인 오토와(音羽)폭포는 만병 통치에 효험이 있는 성령수라 불리워서 그런지 물을 마시기 위해 사람들이 줄지어 있다. 말이 폭포지 그저 지하수가 세줄기로 떨어지는 인공 조형물이다.
컵을 매단 긴 막대를 이용해 손을 뻗어 물을 받아 음미한다. 이곳에서 간단히 점심 요기를 하고 차는 마지막 방문지인 킨 카쿠지(銀閣寺)로 향한다.
첫 방문지였던 금각사와 은각사, 표현상 다른 것은 금(金)과 은(銀)이다.
킨 카구지를 모방하여 지은 절이라는데 은각사엔 은박을 입혀 놓지 않았다. 그저 목조 건물이 오래된 역사를 느끼게 한다.
절 입구 산문에서 중문에 이르는 참배도의 좌우에 꾸며진 50여미터 길이의 생나무 바자 돌담, 대나무, 동백나무가 조화를 이루어 아름답다.
그리고 흰 모래를 잔잔한 파도처럼 깔아논 정원에는 고게쓰다이(向月台)라 불리는 원추형의 언덕을 만들어 산에 떠오르는 달빛을 반사시켜 그 달빛으로 정원을 감상할수 있도록 했다는 특이한 모래 조형물이 있다.
일본에 여러번 방문해서 이곳 저곳 절을 방문해 보았지만 이런 모래 조형물을 본 것은 이곳에서 처음이다. 늘 느끼는 것이지만 일본의 정원은 참으로 아름답다. 지구를 축소해 놓은 듯 하기도 하고 정원수도 깍아 만들어 놓은 것처럼 지형이나 구조물에 어울리게 배치해 놓았다.
그리고 연못이 있고 주위 배수로엔 물이 흐르고 있고 그 주변 습지엔 이끼가 융단처럼 깔려있다.
모래길 산책로엔 늘 빗질 자국이 남아있다.
사계절마다 꽃이 피고 푸른 녹음엔 새들이 지저귄다. 신선이 놀던 곳이련가?
이제 가야한다. 아쉬움을 남겨야 한다.
그래야 다시 올수 있지 않겠는가?
다시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JR 교토역에 들어오고 칸사이 공항을 향하는 열차가 곧 도착할 것이라는 방송이 귓전을 울렸다. 옛것의 고풍스러움과 새것의 아름다움이 조화된 도시 교토(京都).
그곳에서의 한나절 여유로움은 끝나고 기차는 교토역 구내를 질주하는 듯 빠져 나간다.
즐거웠던 한나절, 입가엔 나도 모르게 미소가 머문다.
금산신문 webmaster@igsnews.co.kr
<저작권자 © 금산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금산산림문화타운 군민 사전 예약 및 할인 혜택 시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