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젊은 부부의 즐거운 삶

삶은 무엇인가?
왜 사는가? 살기 위해 먹는가 ? 먹기위해 사는가? 생의 진정한 목적은 무엇인가?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가? 내세는 진정 존재 하는 것인가?

누군가는 삶을 연극이라 표현했는데 그럼 우린 이미 쓰여진 각본대로 움직이는 등장인물에 불과한 것인가?
삶에 대한 화두는 끝이 없다. 따라서 정답은 아무도 모르는 것 같다.

깊이 들어갈수록 복잡해지기만 한다. 그저 쉽게 생각하고 쉽게 적응하는 현실의 상황에 만족하는 삶이 최고인 듯 싶다.

태어나는 것은 순서가 있지만 삶을 마감하는 것은 순서가 없다, 먼저 왔다고 먼저가는 선입선출이 아니다.

며칠 전 나는 KBS2에서 방영된 인간극장을 부러운 마음으로 보았다. 5부작으로 방영되었지만 다 보지 못하고 처음과 중간 그리고 마지막 회를 볼 수 있었다.

제목도 좋았다.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였다.

서울에서의 삶을 접고 한적한 무주에서 농사지으며 살아가는 젊은 부부의 삶. 이웃도 없는 시골 산자락에 얼기설기 집을 짓고 닭도 키우고 개도 기르면서 초보 농사꾼이 겪는 삶의 진정한 모습, 전원 풍경도 멋지고 도란 도란 살아가는 소꿉장난 같은 삶의 단면이 너무 좋았다.

남편은 32살. 서울대를 졸업했고 부인은 30살 KAIST를 졸업한 젊은 엘리트 부부였다. 아직 아이도 없다.

서울에서 내로라 하는 직장을 다니다 어느 날 부부가 전원속 삶이 그리워 단숨에 정리하고 내려온 농촌의 삶, 이제 11개월째라니 아직 초보단계지만 내년을 위해 꼼꼼히 기록하는 농사일기, 들깨를 수확하는데 터는 방법을 몰라 이웃집에 핸드폰으로 전화해 물어가며 수확하는 모습. 키질을 잘못해 수확한 깨의 일부분은 날아가고 그 덕에 키우는 닭만이 포식을 하는 장면.

유기농 농사를 짓는다고 거름용으로 쓰기위해 화장실을 얼기설기 맨땅에 만들고 재를 뿌려가며 만드는 퇴비. 금년 겨울 무주 산자락에 추위가 몰려와 양말을 신고 목도리를 하고 잠을 잘망정 아침에 일어나 커텐을 열면 펼쳐지는 산수화에 매료되는 모습.

1년 365일 매일 매일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풍광에 더 없는 행복을 느낀다는 소박한 모습. 안개가 피어오르고 철마다 다른 자연칼라 …

먹는 것은 대부분 스스로 길러서 해결하고 장작을 패면서 두 번의 따스함 느낀다고. 장작팰때 땀나서 따스하고 난로 피어서 또 따뜻하고…

아직 농사외엔 하는 일이 없지만 핸드폰도 하나로 줄이고 보니 크게 돈 쓸 일이 없어 절약하면 월 40만원대로 생활할 수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한다.

TV는 있지만 나오지 않아 비디오 보는 것으로 쓰고 목욕도 가마솥에 직접 물을 데워 한다. 찾아오는 친구 부부에게 미리배운 제빵 솜씨로 피자를 만들어 대접하고 밤에 손전등 들고 화장실 안내해주며 거추장스럽고 불편하지만 만족스러워 하는 삶.

편안하고 안락한 삶을 꿈꾸었다면 올수도 없었으리라. 그런 고충을 감수하고 결정한 삶, 도심의 부모님들은 유명 대학 졸업시켰더니 겨우 시골에서 농사나 짓는다고 실망하셨겠지만 젊은 부부가 스스로 만족하는 삶과 거짓 없는 밝은 미소에 나는 박수를 보냈다.

행복의 소재는 무수히 널려 있지만 그것을 느끼는 가슴은 아무나 가질 수 없다. 진정 마음을 비운다는 것은 참으로 어렵다. 모든 것을 버려야 비울 수 있지만 늘 말과 행동이 같기는 정말 낙타가 바늘구멍 들어가기보다 더 어려운 것 같다.

모두가 욕심 때문이다. 이미 알려진 우스개 얘기지만 적어 보려 한다.
세 가지 거짓말.

첫째 처녀가 시집 안 간다는 얘기, 둘째 무슨 일이 생기면 노인들은 늙으면 죽어야지 하면서도 가장먼저 보따리 들고 피한다는 얘기.
셋째 장사꾼이 밑지고 판다는 얘기, 나는 여기에 한 가지 더하고 싶다. 마음을 비웠다는 얘기다. 진정 마음을 비우고 무소유의 삶을 실천하는 사람들이 몇이나 될까?

스님이나 사제, 수녀 같은 종교인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세속속에 물들어 별반 다름없으리라.

99개 가진 사람이 한개 가진 사람의 것을 뺏어 100을 채우려는 욕심, 소금은 먹을수록 갈증을 느끼듯이 만족의 기준이 늘 바뀌게 되는 것이 인간이다.
옛 속담에 말 타면 종 두고 싶다고 했던가.

우리 사람들은 스스로 만족하기 보다 남과의 상대 비교에서 열등감을 더 많이 느끼고 허탈해 하는 듯 하다. 자기의 삶은 자기가 사는 것인데 왜 남을 그토록 많이 의식하는지 모르겠다.

남보다 더 좋은 차를 타야 되고 남보다 더 넓은 평수의 집의 있어야 하고 남보다 더 좋은 장신구를 몸에 걸쳐야 되고 명품을 소지하고 다녀야 하는 착각에 스스로를 학대하고 못살게 만든다.

어느 마사이족의 질문이 생각난다.
여러 사회분야에서 나름대로 성공했다고 자부하는 일단의 서양인들이 아프리카 세렝게티 초원을 여행할 때 겪은 일이라고 한다.

안내를 맡은 마시이족 남자가 여행객이 풀어 논 엄청난 짐을 보더니 물었단다.(아마도 험한 오지를 탐험하는 문명인에게는 필요한 것이 많았을 것이다, 화장지부터 생수까지 )

“이것들이 당신을 행복하게 해줍니까”
그 말을 듣는 순간 사람들은 정신이 번쩍 들었단다. 위풍당당하고 현명한 그 마사이는 이방인에게 짐이 많다고 탓하기보다 그들에게 참 삶의 증거가 무엇인지 자문해 보라고 일러주고 싶었을 것이다.

행복이야 말로 내가 정말 성공한 삶의 주인인지 아닌지를 가늠케 하는 지표라는 깨달음이었다.

행복한 삶이란 이미 성공한 것을 하나, 하나 음미 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마사이 식으로 하면 건강, 가축, 아이들, 그리고 제때 내려 주는 비를 기뻐하는 것이라고…

행복은 소득과 비례하지 않는다는 얘기는 늘 들어왔다. 소득수준이 행복지수와 비례하지 않는다는 얘기도 많이 들었고 책에서도 무수히 읽었다.

미국이나 일본 국민보다 인도인들이 더 행복지수가 높다는 얘기도 많이 들었다. 하지만 스스로는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

참 삶은 무엇일까.
그저 주어진 여건에 순응하면서 만족하게 살아가는 것 아닐까.

무주로 내려온 젊은 부부처럼 도심의 화려함과 안락함을 버리고 초원에 묻혀 자연에 순응하며 즐겁게 만족하며 사는것.

그게 참 행복이지 않을까?
자기 하고 싶은 것 하면서 사는 삶, 그게 참 삶이리라. 조금 뒤에서 한박자 쉬면서 세상을 너그럽게 보는 것.

그리고 태어날때도 빈손으로 왔듯이 갈때도 빈손으로 간다.
물욕에, 재산욕심에, 아니면 막연한 미래에 대한 걱정 때문에 불안해 하는 마음을 버리고 늘 오늘에 만족하며 살자.

우리가 내일이라고 얘기 하는 날도 해가 뜨면 오늘이 된다.
늘 오늘만 존재하는 삶, 그렇게 생각하면 욕심에서 조금은 자유로워지지 않을까?

금산신문 webmaster@igsnews.co.kr

트윗하기

금산신문의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