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동지가 내일인데도 밖에는 비가 내립니다.
눈이 내려야 할시기에 비가 내린답니다.
어머님이 계셨다면 비 내리는 모습을 보고 보리밭 걱정을 하셨을겁니다.
눈은 보리의 겨울 이불이라고 말씀 하셨기에 말입니다.
어머니, 우리 어릴적보다 많이 따뜻해진 날씨이지요.
하지만 마냥 좋은것만이 아닌
지구 온난화 때문에 환경적 피해도 무시 못하는가 봅니다.
그 당시는 참 춥게 살았습니다.
눈도 많이 내리고, 삭풍은 대문을 마구 흔들어 댔습니다.
지금 충주댐 아래 남한강 물이 꽁꽁 얼어서 강 건너 친척집에 갈때는
얼음 위를 걸어서 건넜지요. 당시 의복도 부실했고, 먹는것도 부실했고,
집에 난방도 구들장 온기에만 의존 했으니 겨울은 참기 힘든 고난의 시기였습니다.
그 어려움에도 어머님은 연못가 얼음을 깨고, 강물에 우리들의
옷가지 빨래를 하셨습니다.
지금같이 고무장갑도 없던 시절이었지요
8남매가 벗어논 옷들은 얼마나 많았겠습니까.
당시 내복은 반듯이 입는 옷이였으니 빨래감이 더욱 많았지요
그렇게 우리들은 어머님의 사랑을 받고 자랐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 당시 당연한것 으로만 알고 고마운 마음보다는 늘 불평만 했습니다.
가부장적 농촌 생활이라 늘 어머님께만 불평 불만을 쏟아 놓았지요
아버님은 늘 무섭게만 느껴져 말도 못했던게 사실입니다.
모든것은 어머님을 통해서만 전달되었지요
가난속에서도 남 부럽지않게 키우려고, 해줄려고
어머님은 스스로의 몸을 아끼시지 않으셨습니다.
낮에는 밭일 하셔야 했고, 저녁이면 수확한 곡식의 키질 하시기에
밤 이슬 내리는것도 모르실 지경이었습니다.
새벽밥 지어서 우리들 학교시간에 늦지 않도록 도시락싸고, 시내버스 차비 쥐어 주며 등교를
도와 주셨습니다.
농촌에서 논, 밭농사 지어서 겨우 먹고 살뿐 경제적인 여유가 전혀 없었지요
그래서 책값이랑 등록금 마련하시느라
주변 5일장 날마다 고추, 파, 배추, 무우등 농산물을 머리에 이시고
팔러 다니셨지요.
그보다 더한 고생도 내색치 않으시고 혼자 삭히셨습니다.
이젠 남부럽지 않게 살고 있습니다.
아들, 손자, 며느리, 사위 덕을 보시며 이제 여유로운
노년을 풍요롭게 지내셔야 하는데..----어머님은 저의 곁을 떠나시고 말았습니다.
"효도하려 하니 부모님 계시지 않다"는 옛말이 자꾸 머리속을 맴돌고 있습니다.
살아 계셨을때 잘해 드렸어야 하는데...
그 당시 우리들은 모두들 제가 잘나 커온것으로만 생각하고 있었지요.
스스로 큰줄 알았지요
남들도 다 그런줄 알고만 있었지요.
하지만 어머님이 계시지 않은 자리.
그 자리가 이렇게 허허롭게 느껴질지 몰랐습니다.
빈자리가 너무 크게 느껴집니다.
충주 가는길이 많이 줄었습니다.
고향친구 자식들, 결혼식 참석을 위함이 전부가 된것 같습니다.
어머님이 계시지 않으니 선뜻 갈곳이 없어 진것이지요
지금도 집앞에서 저를 기다리고 계실것 같습니다.
제차를 보고 환하게 웃어 주실것 같습니다.
만두국을 좋아하는 아들을 위해 밤새 만두를 손수 빚어 놓으실 것 같습니다.
그리고 갈때마다 모시고 갔던 수안보 온천장에서"어찌 요즈음 오시지 않나?"하고
궁금해 할지도 모릅니다.
접수창구 아주머니가 저를 대신해 어머님을 탕으로 안내해 드리고, 커피 한잔 뽑아 주시는
것을 늘 잊지 않으셨는데------.
언제 혼자라도 한번 들릴려고 합니다.
깜짝놀라시겠지요 엄청 놀라실겁니다.
어머님이 하늘나라로 가셨다고 말씀드리면...
두손모아 기도해 주실겁니다. 극락왕생 하시라고----
너무 친절하셨죠. 오랜 기간 동안 뵈었으니까요
그동안 감사했다고 인사드리렵니다.
어머님
어머님과 마지막 이별을 하던날.나는 그 자리에서 울지도 못했습니다.
너무 황당하고 경황이 없어서 였나봅니다.
아버님, 세상 떠나신지 꼭 40여일만에 다시
당하는 이별의 슬픔이 나의 어깨를 크게 누르고 있었습니다.
병원 중환자실에서 수습을 마치고 내 혼자
장례장 차를 뒤따르는 그 당시 순간만은 아무생각도 없이 지난날 어머님과 함께한
모습들이 필름처럼 흘렀습니다.
내 삶의 전부 아니 50여년의 순간 순간이 빠르게 한장, 한장 빛 바랜
흑백사진으로 각인되고 있었습니다.
몇년전 충주에 갔을때 아버님 어머님 영정 사진을 찍기 위해 제가 집 근처 사진관으로 모시고
갔었지요, 두분이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가을날 맑은 햇살을 받던 기억이 납니다.
사진관 아가씨는 예쁘고 밝은 모습으로 사진이 나와야 한다고
두분을 곱게 화장까지 시켜주었습니다.
아버님은 무척 쑥스러워 하셨지만 덕분에 밝고 환한 모습의 사진을 얻을수 있었습니다.
언젠가는 당할 일, 준비못해 서두르는것보다
지금 생각하니 잘한것 같습니다.
이제 그 영정사진이 장례식장 젯상에 국화꽃과 함께 했답니다.
수의도 미리 준비하면 더욱 오래 사신다고 해서
저의 집사람이 20년전 준비해 두었썼지요
부모님께서 잘 보관해 주셔서 잘 쓸수 있었습니다.
어머님. 이젠 불러 보아도 대답이 없습니다.
하늘나라에서 먼저가신 아버님 만나셔서 고통없고
늘 꽃과 솔바람이 함께하는 낙원에서 재미있게 지내고 계시지요?
저의 8남매 잘 보살펴 주셔요
오늘도 이렇게 어머님을 향한 사모곡(思母曲)을 불러봅니다.
어머님, 아버님 함께 계신곳에 자주 들리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요
늦게 깨우치는 불효자식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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