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茶한잔의 여유…계룡산 갑사, 5월의 숲길최한용/DY 엔지니어링 대표, 수필가
   
 
   
 

오월의 막바지, 날씨가 뜨겁다.

갑사 가는 길에 자리한 한 화백의 집을 찾아 나섰다. 정확한 집 위치를 몰라 가는 길에 전화를 드렸더니 집 전화는 받지 않으셨다. 핸드폰으로 연결되긴 했는데 아뿔사! 오늘 서울 전시실에 올라 가셨단다.

그래도 일부러 찾아준 내방객에게 위치를 알려 주셨다. 갑사 가는 길목에 있는 ○○식당에서 물어보면 바로 알려주실거란 말씀이셨다.

조금 더 달리다 보니 ○○식당 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차를 세우고 주인에게 여쭈어보니 바로 옆집이었다. 출입구는 닫혀 있었고 이방인의 방문에 놀란 개 한마리가 마구 짖어댄다.

우선 큰 규모에 놀랐다. 전시실, 작업실이 따로 있고 잔디 정원이 넓고, 조경이 잘 된 남향집.작은 연못도 있다. 옛 농가 건물은 아마도 내부를 개축하여 휴식 공간으로 쓰시는 모양이다. 닫힌 문, 화백도 안계시고 우린 계룡산 갑사로 향한다.

늦은 오후지만 날씨가 더워 차창을 닫고 가는 중이다. 주변은 산이고 농촌 마을이다. 오월의 초록이 싱그럽기 그지없다. 모내기가 시작되어 논마다 물이 그득히 담겨 있다.

차창을 열고 자연 바람을 마신다. 시원한 바람이 차안을 가득 채운다. 들어오고 밀려나고 바람은 상쾌한 기분을 만든다.

계룡산 갑사입구 주차장, 오후5시가 되었는데도 어김없이 주차료를 받는다. 시간 구분없이 4,000원이란다. 끝날 시간 아니냐고 여쭈어보니 24시간 운영하신다면서 크게 웃으신다.
주차장은 텅 비고, 관광버스도, 사람들도 별로 보이지않는다. 승용차 몇대뿐……

갑사에 오른다. 대전에서 가까운 유명 사찰이기에 자주 찾는 절이다. 갑사하면 옛날 교과서에 나오는 갑사 가는 길이 생각나기도 한다.

‘춘 마곡,추 갑사’란 말도 있지만 늦은 봄 갑사도 볼 만하다.
특히, 오월 막바지쯤 갑사 오르는 길 짙은 초록은 싱그럽기 그지없다. 오리숲이라 명명된 길, 울창한 소나무와 느티나무 고목, 졸참나무 등이 녹색 터널을 만들었다.

문화재 관람료란 이름으로 받는 입장료는 어른이 2,000원이다.
일주문을 통과하면 사찰 공간에 진입하는 것이다. 기둥이 일렬로 서 있다고 해서 ‘일주문’이란다. 어느사찰을 가 보아도 진입 공간은 참 아름답다.

일주문을 지나 해탈문을 거쳐 사천왕문을 지나면 대웅전에 다다르는 것이 일반적인 사찰 공간이다. 가는 길에 숲도 만나고 철당간 지주와 부도를 통과한다.
갑사 진입로의 울창한 나무와 숲, 그리고 그 옆으로 흐르는 계곡물 소리는 산사의 적막감을 깨워준다.

무성하게 자란 나무들은 그 잎으로 햇볕을 가리는 터널을 만들었다. 뜨겁던 기온이 산길에 접어들자 시원함으로 바뀌었다.
내 기억에 없는 시인의 시비가 오르는 길 공간에 자리잡고 있고 사찰과 국립공원 주변을 돌아 오는 자연 산책로가 걷기에 편하게 만들어져 있다.

지난해 이른 봄, 이곳에 왔을 때 눈 속에서 꽃을 피운 복수초를 볼 수 있었기에, 그곳을 지금 다시 확인해 보니  복수초 모습은 보이지 않고 잡초만이 무성하다. 내년 이른 봄에 다시 와야 볼 수 있는 것일까?

초록 향기에 빠지며 천천히 오른 길은 벌써 대웅전에 다다랐다. 동행한 지인이 한말씀 하셨다. 입장료 2,000원으로 신선한 공기를 마음껏 마셧기에 아깝지 않으시단다.
지당하신 말씀. 어디 도심에서 이렇게 신선한 공기를 마실 수 있으랴.

대웅전을 중심으로 맞은편에 강당, 그 옆에 적목당과 진해당, 그리고 종무사무소. 음향각과 삼성각이 있고 범종루가 자리잡았다.
통상 사찰공간은 대웅전을 중심으로 “ㅁ”자 형태로 배치된다. 대웅전 앞 마당에 자연스럽게 만든 잔디밭이 수수하면서도 정겹게 느껴진다.각진 모습이 아닌 약간의 굴곡진 형태의 잔디밭과 길의 기와 경계가 더 자연스러워 보인다.

돌 계단을 올라 대웅전을 본다. 어느 여신도 한 분이 깊은 기도를 드리는 중이다. 대형 사찰이라 스님들도 많으실텐데 보이시지를 않는다. 입구 그늘집에서 내방객을 상대로 법문 말씀하시는 노승 한 분만 볼 수 있었다.

대웅전 뒷편에 우뚝 서있는 적송이 참 아름답다. 어느 곳을 가나 사찰주변 나무들은 한결같이 멋지고, 예쁘고, 우람하게 잘도 자랐다. 아마도 긴 세월 동안 사찰에서 관리해 준 덕분 아닐까?
한바퀴 대웅전을 중심으로 돌아보고 내려온다. 돌거북 입에서 쉼없이 흘러 나오는 물 한 잔으로 목을 축인다. 시원한 맛이 없어서 그렇치 그야말로 산사의 감로수다.

옆 등산로 길로 접어든다. 이길로 오르면  금잔디 광장을거쳐 남매탑을 경유, 동학사로 내려갈 수 있는 등산로가 시작된다. 휴일이면 무리없이 초보자도 오르는 유명한 계룡산 등산로다. 나도 많이 올랐던 경험이 있는 코스다.

그 오르는 길에 대나무 숲이 있다. 바람에 서걱이는 대나무 잎새 소리가 대웅전 추녀 끝에 달린 풍경 소리와 함께 고요한 산사의 여유로움을 느끼게 만든다.
그 아래 계곡이 있다. 그 계곡주변에 한옥의 전통 찻집도 자리했다.

산이 높으면 계곡도 깊다. 계룡산 위에서 흘러내린 맑은물이 넓은 바위 위로 마구 흘러 내린다. 요사이 큰 비가 내린 적이 없는데도 큰 물소리를 내며 아래로 아래로 흐른다.
아마도 아주 아주 오래전, 이곳은 스님들이 여름밤에 등목이라도 했을지 모른다. 높은  바위에서 떨어지는 물이 그 아래에 깊은 소(沼)를 만들었기에 생각하는 내 추측이다.

오른 길을 다시 내려온다. 숲 속의 향기 피톤치드가 느껴지기 때문일까? 발걸음도 가볍고 마음도 평화롭다. 내려오는 길에 상가쪽 길로 접어든다.

옛 논에 만든 연꽃 재배지 뚝에 보라색 붓꽃이 아름답게 피었다. 아직 연꽃은 잎새도 올라오지 않았다. 한여름 연꽃이 피면 이 연재배지 논을 가득 채워 아름답게 장식 하리라.

저녁 시간인데도 식당이 한가롭다. 한 식당에서 이름모를 야채를 다듬고 계셨다. 다듬고, 삶고, 건조시키고… 준비해서 산채비빔밥 재료로 쓰시는 모양이다.

관광지 상품은 예나 지금이나 별 차이가 없다.
효자손, 홍두깨, 부채, 관광지명이 인쇄된 타올류. 그리고 등산로가 그려진 빨강 아니면 노랑색 손수건. 아이들 장난감, 등산용 지팡이. 모자, 관광지명이 인쇄된 볼펜류가 주류다.
딱히 하나 사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게 사실이다.

여름이 시작되는 시점, 갑사 오르는 숲길은 시원하기 그지없었다.새소리, 바람소리, 물소리가 어우러져 또다른 교향곡을 만든다. 이 숲에 가을이면 또 다른 풍경이 연출 되리라…….

그래서 ‘추 갑사’라 했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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