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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개장한 충남 연기군 전동면에 있는 베어트리파크(bear tree park)를 찾아 가는 길이다. 급할 것이 없는 길은 한결 더 여유롭다. 유성에서 조치원으로 향하는 1번 국도길.
길옆에는 여름꽃이 지나는 우리를 반긴다.
진 핑크색의 목백일홍, 배롱나무라고도 불리는 아름다운 꽃이다. 꽃술에서 작은 꽃이 피고 지고를 반복해 100여일을 핀다고 해서 백일홍이라 부르는가 보다. 화단에서 우리가 늘상 보는 풀(草) 백일홍과는 사뭇 다른 꽃이다. 요즈음은 도로변에 목백일홍을 가로수로 많이 심는다.
특히, 금산군 부리면에서 적벽강으로 향하는 도로는 목백일홍 가로수 길이다. 요즈음이 그 아름다움의 절정이다. 그리고 도로변에는 누드베키아도 많다. 아무렇게나 자라 강인한 생명력으로 그 아름다움을 유지시켜 간다.
조치원 근방에 이르자 제7회 복숭아 축제(8월8일~9일)를 알리는 현수막과 함께 양쪽 도로변에는 복숭아 가판대가 줄을 이었다. 100여년의 재배역사를 가지고 있다는 조치원 복숭아는 평야와 구릉지가 조화를 이뤄, 밤낮의 일교차가 적당하고, 야산에 황토흙이 많아 과육이 연하고 맛과 향, 그리고 당도가 뛰어나 복숭아 재배지로 손꼽힌단다.
연기군내 790여 농가에서 연간 5000여톤 생산이 된단다. 전시된 붉은 복숭아가 탐스럽고 예쁘다. 복숭아를 뒤로하고 처음 찾아 가는 길이라 이정표에 눈길이 자주간다. 조치원을 지나 조금 달리자 이정표가 보인다. 하지만 진입구 간판은 잘 보이지 않아 하마터면 지날뻔 했다.
조심 조심 다시 뒷걸음질쳐 베어트리파크로 진입하는데 성공했다. 휴일이라 그런지 그리 크지는 않지만 주차장은 만차상태. 옆 작은 주차장에 안내요원의 신호에 따라 주차하고 입장권을 구매한다. 입장료가 어른은 10,000원이란다. 결코 싸지 않은 가격이다.
베어트리파크는 설립자 LG계열 이재연 회장이 재계에 몸 담았던 젊은시절부터 주말이면 달려가 보살피고 가꿔온 개인수목원이다. 45년이 지나면서 시골 담벼락에서 옮겨운 향나무는 아름드리 고목이 되었고, 반달곰과 사슴한쌍은 대를 이어 수백마리 군락을 이루었단다. 나무는 둥지가 굵어지고, 사계절 꽃이 피고 지는 동안 멋진 숲이 조성되었고, 동물 가족도 늘어나면서, 세월과 자연의 힘, 사람들의 정성으로 아름다운 수목원으로 탄생하게 된것이다.
2009년 5월 비밀 정원에서 벗어나 모든 사람들이 즐기는 자연이 되기 위해 7년이라는 준비기간을 거쳐 문을 열게 되었단다.
10만여평의 대지. 1000여종 40만여점의 꽃과 나무가 즐비하게 늘어선 베어트리파크는 국내에서는 보기드문 ‘동물이 있는 수목원’이다. 안내지도를 대충 읽어보고 게스트 하우스를 지나 오색연못에 다다른다. 수백마리의 큰 비단 잉어들이 깨끗한 연못가를 헤엄치며 논다.
정말 예쁘다. 색이 화려하다. 깨끗하다. 오작교 위에서 먹이를 뿌려주자 쏜살같이 모여들어 서로 비비고, 헤치며 장관을 이룬다. 아… 저토록 아름다운 빛깔을 낼수 있을까? 물도 그렇게 깨끗할 수가 없다. 비단잉어, 그 크기에도 놀랐다. 모두가 내 팔뚝만하다.
작은고기는 없는지 보이지도 않는다. 주변은 온통 꽃과 잔디, 나무로 어우러진 길. 우선 점심해결을 위해 웰컴하우스에 오른다. 레스토랑도 깔끔하다. 가볍게 새싹비빔밥으로 식사를 하고 커피 한잔으로 입안을 헹군다.
다시 순환로를 따라 걷는 길. 정말 대단하다. 나무 하나하나가 예술이다. 생후 6개월에서 1년 사이라는 아기곰. 마치 애완견같은 느낌이다. 꽃사슴동산에선 새끼 사슴들이 젓병을 빨기에 여념이 없다. 공작새도 화려한 날개 군무를 펼친다.
동물과 나무와 숲, 꽃 그리고 잔디가 어우러져 평화로움 쉼터를 만들었다. 나무그늘아래 벤치에서 저 아래 그림같은 정원을 바라보며 쉼의 여유를 갖는다. 풀 한포기, 돌조각 하나, 물 길 하나도 예사롭지 않은 것이 없다. 참 잘 가꾸고 키웠다.
사람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 우리는 잠시, 아니 하루 즐기고 가지만 이렇게 만들고, 다듬고, 키우기에 얼마나 많은 노고와 땀을 흘렸을까? 입장료 10000원이 아깝다는 생각이 금세 사라져 버렸다. 직원이 아기곰을 데리고 운동을 나왔다.
개처럼 목에 끈을 매고 달리기도 하고 나무에 오르기도 한다. 귀엽다. 이렇게 하루에 한번 운동시켜주어야 한단다. 야생을 잊어 버리지 않게 하기 위해서….
수목원 이름처럼 곰조각 공원도 있고 곰 조형물도 많다. 열대식물원에 들렀다.
시원스레 순환되는 물길, 그 사이로 여러종의 열대 식물들이 온실 속에서 자라고 있었다. 싱싱하게 크고 있었다. 바나나부터 고무나무에 이르기 까지….
수련원에는 노란 수련이 예쁘게 꽃을 피웠고 넓은 나대지엔 코스모스가 아름답게 꽃을 피워 바람에 일렁이고 있었다.가을이 이곳엔 먼저 와 있었다.
향나무 군락지보다 코스모스밭이 너무 자연스러워 더욱 아름답게 보였다. 순수 그 자체였다. 분재원에도, 만경비원에도 희귀한 나무나 꽃, 조각물, 자연석 등이 잘 식재되고 전시되어 있었다.
특히, 만경 비원은 별도로 2000원의 입장료를 받고 있었지만 대량의 호접란, 열대우림숲, 고무나무, 분재동산, 선인장, 괴목, 나무화석, 나무뿌리들이 식물 등과 어울려 보기드문 절경을 이루고 있었다. 정말 괴목, 나무화석 등은 희귀한 존재였다.
이곳이 아니면 볼 수 없는것 아닌가?
순환로를 따라 걷다보니 이곳 저곳 귀한 나무, 아름다운 꽃 ,분재 등에 눈이 홀려 멍해졌다. 잠시 아이스크림 먹으며 쉼의 여유시간을 갖는다.
아름드리 향나무와 수백년 된 느티나무. 고고한 자태를 뽐내는 적송모습. 넓고 푸른 잔디 광장 편의시설과 동물사육장. 아이들도 좋지만 나이든 사람들도 한번쯤 돌아볼 가치가 충분히 있다. 자연 그대로의 자연. 심어지고, 만들어지고 가꾸어졌지만 자연의 모습을 최대한 살렸다. 1~2년 사이에 급조된 것이 아닌 오랜 세월의 흐름이 젖어있다.
대전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 사계절 따라 방문해 보는 것도 또 다른 새로운 느낌이 들 것 같다. 단풍이 아름다운 가을에 또다시 와야겠지?
자연 속 하루. 휴머니즘으로 가꾼 생명의 숲 ‘베어트리파크’를 나는 다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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