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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산의 어느 아름다운 찻집에서…

언덕 위의 하얀 집, 밤이 되어 불켜지면 노란집. 불꺼지면 까만 집. 겨울이면 더욱 하얀집. 그게 아름다운 찻집 소취원의 집 풍경이다.

신안사 가는 길, 동곡리 날망고개를 좀 힘겹게 오르면 죄측에 있는 예쁜 집 하나. 그게 조용한 찻집 소취원(小取園)이다. 그 이름 내력 또한 재미있다. 소취(小取)는 선대 부친께서 이곳 사장님께 지어주신 호(號)란다. 욕심내지 말고 적게 취하라는 의미. 그 호를 찻집이름으로 만들었단다. 그 이름때문일까? 요란스럽게 광고하지 않아  방문객이 많지는 않다.

오직 차만 준비되지 파는 음식은 없다.조용함을 좋아하시는 주인을 닮았나 보다. 대문은 늘 열려 있다. 하지만 차는 밖에 두고 오시라는 정중한 안내글이 놓여 있다. 대지는 무척  넓지만 주차장으로 활용하기엔 거추장 스러우신 모양이다.

작은 돌이 깔린 자갈길. 천천히 들어서면 우선 길옆에 이런 가을날엔 작은 단추 국화가 방문자를 맞는다. 야생이다, 화분에 심겨진 국화가 아니다. 코 대어 보면 안다. 그향기에 매료되기에 야생이라는 것을…. 몇년째 그 자리에서 스스로 피고진다. 그리고 양옆엔 단풍나무가 고운 잎새를 뽐낸다. 은행나무도 한몫 거든다. 바닥에 떨어진 노랑 은행잎. 그리고 억새같은 들풀들.

산자락 낙엽송은 아직 푸르건만 그 나무타고 오른 칡덩굴 잎이 노랗게 물을 들였다.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칡덩굴은 제마음대로 나무를 감고 올랐다. 지난 한여름 나무를 못살게 하며 오르고, 오르더니 그들도 계절의 순환에는 어쩔 수 없었는지 축 처진 잎새를 땅으로 떨군다.

낙엽송, 단풍나무, 아카시아, 소나무 그리고 잡목과 풀들이 찻집옆 산에서 또 다른 풍경을 연출한다. 산은 찻집 소유는 아니지만 등기만 없을 뿐 풍경 감상은 사장님과 방문객 몫이다. 보고 즐기는 사람이 임자 아닌가.
그옆 잔디밭에는 조경수가 심어졌고 잔디밭은 정원이 되었다. 왼쪽엔 이름도 아름다운 국주정(菊珠亭)이란 원두막을 닮은 정자가 있다. 한 여름, 얼마나 시원한 곳인지 올라보면 안다. 지금은 바닥에 낙엽들이 모여 놀고 있었다.
그리고 봄날, 아카시아가 필 무렵이면 이곳은 아카시아 향으로 범벅이 됩니다. 뒷산에 아카시아 나무가 빼곡하니까요. 앞 텃밭, 작은 비닐 하우스엔 웰빙 채소가 무럭 무럭 자라고, 뒷편 개집엔 이집 경비견이 자리잡았다. 두마리였는데 얼마 전 노환(?)으로 한마리는 세상을 떠나 관을 준비해 이곳 밭에다 정중히 묻어 주셨다는 사장님 말씀. 13년을 함께 하셨다니…. 마음이 울적하셨다는 말씀을 이해할 것 같다.

지난 한 여름밤 어느날 늦은 시간. 이곳에서 몇이 모여 삼겹살 파티를 한 적이 있었다. 하늘엔 별들이 초롱초롱 빛나고, 뒷산에선 고라니가 짝을 찾느라 빡‥빡 ‥거리며 울어댔다. 소쩍새 장단맞춰 노래부르고…. 부엉이도 한몫 거들었다. 자연의 바람소리, 동물들의 울음소리 외엔 들리는 소음이 없는 곳이 이곳이다.

문을 열고 찻집 안으로 들어갔다. 원두 커피향이 온 방을 채웠다. 너무 깔끔한 실내 분위기. 단조롭지만 고급스런 분위가  느껴지는 실내 장식. 탁 트인 대형 유리창. 그안으로 들어오는 아름다운 자연 모습. 2층으로 오르는 계단. 한켠의 벽 난로. 탁자 위 작은 수반 위에 꽂혀진 상록 덩굴식물, 아이비(IVY) 생명 한줄기. 맑은 물에 하얀 뿌리를 내렸다. 작고 아름다운 모습. 앙증맞다. 수반의 고리가 더욱 예쁘다. 그늘에서 잘 자란다는 아이비. 처음엔 그 이름을 듣고 여자 가수 이름인 줄 알았다. 무식 하기는‥.

찻장도, 커피메이커도 예쁘기 그지없다. 주방을 향해 주인과 마주앉을 수 있는 예술의자 한쌍. 그리고 홀에 배치된 의자. 탁자. 벽난로. 화분의 푸른 생명들. 사장님이 직접 붓으로 채색, 표구한 홍매화꽃, 동양화 한폭, 구례 화엄사에서 고목의  홍매화를 보고 오신 후 그리신 그림 한폭이다. 지금도 매주 한차례 동양화 그림지도를 받으시는 열렬 화가이기도 하시다.

실내를 돌아 보고 나면 구절초 꽃차가 나옵니다. 투명한 유리잔에 구절초 꽃이 활짝 피어 동동‥ 떠 있지요. 찻집 근처에서 직접 수확하여 그늘에서 말려 준비하신 차입니다. 금산의 신선한 바람과 이슬만 먹고 자라서 피운 구절초꽃. 그야말로 웰빙식품이지요. 그 향이 찐하게 다가 옵니다.

그리고 나서 손님이 원하시는 차주문을 받습니다. 커피도 있고, 유자차도 있고… 원하는대로 준비하여 내오십니다. 운 좋으면 가끔 금산이라 수삼(인삼)도 꿀에 찍어 맛볼 수 있지요.

차 한잔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아름답게 사시는 사장님의 삶의 모습을 보고 오는 것이지요. 구수한 삶의 얘기도, 서글 서글하신 인상도 좋구요. 너무 미남이시지요.

저는 지난 10년동안 금산에서 직장 생활을 한 적이 있어 자주 갔던 곳이지요. 요즈음은  좀 뜸했지만요. 준비된 건물사진과 실내 사진이 없어 조금 그렇네요. 죄송…!

금산신문  webmaster@igs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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