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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송년모임 유감茶한잔의 여유

   

 

며칠전 저녁, 옛 직장 상사, 동료들과 함께 조금 이른 송년 모임이 대전의 한 음식점에서 있었습니다. 예정대로 약속시간에 맞추어 모두 모였습니다. 시간을 준수하라는 사전 메세지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습관적으로 늦게 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쁘다기보다 좀 늦게 오면 술을 덜 마실 수 있다는 계산도 깔려 있는 것 같습니다. 왜냐 하면 초반에 술잔을 권하며 빨리 돌아가기 때문이지요. 오죽 했으면 후래자(後來者) 3배라는 속담까지 만들었을까요.

마시고 싶은 사람은 마시고 억지로 권하지 않아도 될텐데…. 술 권하는 우리 사회풍조도 이젠 좀 바뀌어져야 하는데‥. 그것도 참 문제입니다. 술 잘 마시면 영웅호걸로 평가 받고, 체질적으로 술이 적응되지 않아 덜 마시거나 거절하면 째째한 사람으로  평가 절하되기도 하지요.

   
술에 관한 한 우리나라 사람들 인심은 풍요롭습니다. 오랜만에 만난 10여명, 가는 한해를 잘 마무리하고 기쁜 마음으로 신년을 맞이하자는 망년회였습니다. 지난 얘기로 꽃을 피우고 아쉬웠던 일들을 회상하며 소주잔은 멈춤없이 돌았습니다. 한참을 지나니 모두들 술이 거나해집니다. 파란 소주의 빈병들이 줄을 섭니다.
음주삼락(飮酒三樂) 이란 말이 있지요. 술과 안주를 즐기고, 대화를 즐기며, 운치(분위기)를 즐기란 얘기인데 술이 과하면 술이 술을 먹습니다.

그 때쯤이면 사람이 술을 먹는게 아니라 술이 사람을 먹습니다. 그러면 2차 가자며 꼭 부추기는 사람이 어느 모임이나 있게 마련입니다. 1차로는 뭔가 부족한 모양입니다. 회비로는 1차식사와 소주값이 전부인데…. 비용 걱정없이, 누가 산다는 얘기도 없이 그저 앞장서는 사람이 있습니다.

정말 2차는 낭비이지요. 그래서 제 사전엔 아주 오래전부터 2차란 단어가 없습니다, 돈 낭비, 몸 피곤, 시간 낭비이지요. 간 곳은 단순 노래방도 아니고, 맥주 한잔 나누는 바(BAR)도 아니었습니다. 흔히 얘기하는 룸이었습니다.

불경기라는데 연말이라 그런지, 그 집만 그런지조명도 번쩍이고 종업원들도 바쁘게 움직이는 잘 나가는 유흥업소였습니다. 10여명이 들이닥치니  큰 방으로 안내되었지요. 마치 정부청사 국무회의 장소 같았습니다. 가운데 테이블을 두고 푹신한 쇼파형식의 의자가 놓여있고~~~. 노래방 기기는 필수에다 큰 모니터 까지‥. 번쩍 번쩍 합니다.

마담이 들어오며 도우미 아가씨들이 줄을 섭니다. 손님이 마음에 드는 아가씨를 선택하라는 겁니다. 아!  아직도 이런 곳이 있나 하고 속으로 놀랐습니다. 대한민국 좋은 나라입니다. 그리고 곧 맥주와 위스키가 놓여지며 폭탄주를 제조합니다. “위하여” 를 선임자가 선창하며 폭탄주를 받아듭니다. “노털카”랍니다, 놓지도 말고, 털지도 말고, 한번에 마시고 카! 하며 빈잔을 보여 주어야 한답니다. 43도의 위스키가 맥주와 만난 것이지요.

빨리 취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폭탄주. 아직도 군 계통, 법조계엔 일상이라는데‥. 우리나라 술 문화도 대단합니다. 술을 음미하고 즐긴다기보다 깡으로 마셔대는 일종의 폭군 아닐까요?누가 가장 술이 세냐는 타이틀이 따라 다니지요. 큰 벼슬도 못되는데‥. 그러다 보니 그 비싼 양주가 금세 몇병 날아갑니다. 아가씨들은 매상 올리려고 반은 버립니다. 김군아!  하고 부르면 양주 한 병이 추가됩니다.

노래하고 춤추고~~. 술 마시고~~~. 평상시 모습이면 상상이 안되는데 술이 들어가면 체면을 마비시켜 버립니다. 비용이 많이 나오지요. 모임 총무는 비용걱정이 태산인데~~~. 즐기는 사람들은 아랑곳 없습니다. 꼭 오늘만 살 것같은 사람들 같아 보입니다.

늦은 밤시간, 술취한 모습으로, 피곤한 모습으로 술집을 나옵니다. 악수하고 헤어집니다.내년에 다시 만나자며~~~. 다 그렇지는 않지만 이런 류의 송년모임이 아직 많습니다. 정말 아깝지요. 진솔한 대화보다 술 마시다 끝나는 모임이 많습니다. 이젠 좀 바꾸어야 할 때인데…. 와인 한잔 나누며 인생을 얘기하고 연극이나 영화 한 편, 아니면 분위기좋은 찻집에서 차 한 잔 정겹게 나누는 것도 좋을듯 싶습니다. 더 좋은 것은 시간이 허락한다면 무궁화 열차타고 멀지않은 해변가나 조용한 산사를 찾아봄도 좋겠지요. 


시간 낭비. 비용낭비, 몸 피곤이라는 과음의 송년회는 이제 자제해야겠지요. 적당히 마시는 술 문화가 그립습니다. 스스로 통제되는 그런 사회 분위기가 빨리 정착되기를 바래봅니다. 씁쓸한 송년모임이었습니다. 별로 유쾌하지 않았습니다.

금산신문  webmaster@igs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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