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나의 아버지

얼마 전 삼일절이 지났습니다.
기미년 3월 1일. 그 중에서 제가 늘 잃어버리지 않고 기억하는 것이 기미년 즉 1919년 입니다.

왜냐하면 유관순 열사의 독립 만세도 중요하지만 저의 아버님이 기미년 생이시기 때문입니다.
금년에 만으로 86세가 되셨지요, 집 나이로 하면 87세이지만 아직 건강 하십니다. 스스로 활동하시는 것은 물론이시고 가까운 곳은 관광버스로 여행을 다녀오시기도 합니다.

어머니와 두분이 같이 생활하고 계시지만 어머님은 큰 병은 아니시지만 늘 편찮으시다고 말씀하시곤 합니다.

아마도 우리 8남매를 낳으시고 기르신 후유증 때문인지도 모름니다.
어려운 시절이라 제대로 산후 조리를 받으시지 못하신 것은 물론 시골에서 자식들 먹이고 학교 보내려니 얼마나 힘드셨겠습니까?

저의 아버님은 9살 때 부모님을 여의시고 큰 아버님 밑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시면서 스스로 자수성가 하셨다니 그 삶의 고충은 말씀 하시지 않으셨지만 제가 이 나이가 되고 나니 이제야 어렴풋이 알수 있을듯합니다.

세상에 신은 모든 곳에 있을 수 없기에 어머님을 만드셨다고 말들 합니다. 그러면 아버님은 그 어머님마저 보살펴야 하기 때문에 세상에 보내지셨는지도 모름니다.

이제 자식들이 다 성장해서 결혼하고 또 손자들까지 생겼습니다. 결혼한 조카도 있습니다.
온 식구가 모이면 34명이나 됩니다.

군대로 말하자면 1개 소대쯤은 되는 것이지요.
금년엔 제일 큰 누님이 회갑을 맞습니다.

아버님, 어머님도 연로하시지만 벌써 그 자식인 우리도 50을 넘었습니다.
세월은 그렇게 빠르게 바뀌어 갔지만 아버님, 어머님께 우리는 아직 어린이지요, 부모 밑에서 자식은 크지 않나 봅니다.

늘 차 천천히 몰고 오너라. 급히 서두르지 말라고 집에 가기 전 전화를 드리면 말씀하시곤 하시지요.

그리고 손수 밥 지어 주시면서 밥 많이 먹으라고 성화이십니다. 옛 시절 배고픔에 대한 서러움 인지도 모름니다.
그리고 가끔은 송구스러울 때도 있습니다.

우리가 간다고 하니깐 일부러 손자들을 위해 떡을 사다 놓으시고 아이들에게 주지만 요즈음 아이들은 피자, 빵, 라면, 콜라에 입맛이 들어 거들떠보지도 않고 감사하게 생각지도 않기 때문이지요. 당황스럽기까지 할 때도 있습니다.

어릴 적 아버님이 부모님을 여의셨기에 할아버지, 할머니는 뵙은적은 없지만 외할아버지, 외할머니는 우리를 무척 귀여워하셨습니다.

사탕도 따로 챙겨 주시고 가끔 용돈도 주시곤 했습니다. 그래서 방학 때면 늘 외가집을 오르내렸지요, 하지만 요즈음 아이들은 시골에 와도 할아버지, 할머니를 정중히 뵙는 것 보다 꾸뻑 인사 드리고 게임하려고 P.C찾기가 더 급합니다.

아버님, 벌써 87세 이십니다.
하지만 저는 큰 복을 받고 있는 것이지요. 건강하시니 얼마나 다행이십니까?

요즈음 언론에 자주 오르내리기도 하지만 치매, 중풍, 등 노인성 질환으로 본인도 힘드시지만 모시는 자식들도 어렵기는 마찬 가지인 경우가 많은가 봅니다.

수발드는 가족들의 고충도 문제지만 비용도 엄청난게 사실인 모양입니다.
노인 전문병원 이나 치매 전문 요양 기관 등에 입원 할 수 있다면 다행이겠지만 감당해야할 비용 때문에 이래지도 저래지도 못하는 가정이 많은 것 같습니다.

가족간, 형제간의 쟁점으로 불화요인도 되기도 한 답니다. 옛 속담에도 있지 않았습니까?
3년 병치레에 효자 없다고.

빨리 의학적으로 예방할 수 있는 대안이 나오고 또한 정부에서 의료비 지원 같은 획기적인 대책이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의료 혜택의 확산과 건강증진 대책으로 평균수명은 늘어나고 점차 노인들이 늘어나면서 따르는 경제 부담과 사회적 갈등도 커지는 것 같습니다.

소일거리도 문제고 경제적 뒷받침도 큰 문제라 생각됩니다.

아버님.
요즈음 TV에서 동요처럼 소리치는 “아빠 힘내세요. 우리가 있잖아요”란 말을 깊게 생각해 봅니다.

이시대 “아버지”란 무엇일까? 스스로 혼자 생각해 봅니다.
돈 벌어오는 기계(?), 온 가족의 걱정을 두 어깨에 메고 홀로 힘들어하는 가장(家長). 소리내어 울지 못하고 눈물 흘리지 못하고 속으로 눈물짓는 사람, 배고파도 배부르다 말해야 하고 아파도 아프다 말하지 못하는 사람, 아버지의 달력엔 토요일, 일요일, 공휴일이 없다.

늘 일해야 하고 걱정해야 하고 위로는 부모님께 효도해야하고 자식들에겐 늘 미안해 해야 한다.
늘 위, 아래로 죄인이어야 한다.

아버지로써 권위가 없어진지 오래다.
삶에 찌들리고 세파에 밀리고 회사에선 구조조정 대상자로 낙인찍히지 않으려 속 태워야 하고 집에선 가정일 해준 게 무엇 있냐고 불만이다.

아이들은 잘 키우지도 못할 것 무엇하러 낳았냐고 투정이다.
늘 자기 동창 남편은 어떻고 윗층 남자는 또 승진했다는데 당신은 무엇 하냐고 비교 대상에서 밀리고 무능력자로 지목된다.

올데 갈데없는 슬픈 4~50대 아버지들. 아마도 그들이 요즈음 세대 남자들의 초상일지도 모름니다.

아버지가 바로 서는 나라 굳건한 반석 위에서 가정을 세우고 국가를 경제를 이끌어 가야 하는데 나약해지는 아버지들. 이제 힘내자.

꿋꿋하게 살아가자 우리가 어린시절 어려운 세파를 넘어 이제 살만한 세상을 만들었듯이 다시 일어서자.

아버님
우리는 어린시절 아버지를 무서워 했습니다.

늘 어머니가 감싸주시고 하셨지요, 하지만 지금 이 나이에 생각해보니 그건 무서움이 아니고 일생을 살아가기 위한 나침판을 주신 것이지요.

올바른 방향으로 살아가게 하기 위한 방향을 제시하시는 무언의 사랑 이였지요, 요즈음 아이들은 아빠보다 엄마를 더 무서워 하는 것 같습니다.

늘 직장에서 일터에서 하루를 보내는 아빠보다 같이 집에서 생활하는 엄마이기 때문이라는 삶의 현실 영향도 있으리라 생각 됩니다.

아버님 자꾸 불러보고 싶습니다.
또 달려 가겠습니다. 수안보 온천장에서 아버지 등을 밀어 드리겠습니다.

꾸부정해지신 등, 탄력 잃은 피부, 얼굴에 핀 검버섯, 모두가 자식으로써 부끄럽고 송구 스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