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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동학사 가는 길에…茶한잔의 여유

계룡산 국립공원내에 자리한 동학사(東鶴寺). 대전에 사는 사람들은 늘 자주 가는 곳이기에 그 아름다움을 잘 느끼지 못하는것 같다.
유성에서 잠시 공주 방향으로 달리다 보면 고개 넘어 만나는 박정자 삼거리에서 좌회전하면 곧바로 계룡산 국립공원에 다다른다. 평일은 물론 주말이면 전국에서 등산객들이 즐겨 찾아오는 곳이다. 늘 주차장은 만차가 된다. 동학사, 절 자체도 명찰이지만 오르는 계곡길이 일품이다. 계룡팔경 가운데 제 5경에 속하는 동학사 계곡. 예전에도 시인, 묵객들이 찾아와 풍류와 정세를 논했던 곳으로 유명하다.

 

   

 

동학사 계곡은 4계절 나름대로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다. 신록이 돋아나는 봄이면 온산이 생기를 약동시킨다고 하여 춘(春)동학으로 널리 알려질 만큼 초록의 새순이 정겹고, 여름이면 계곡에 흐르는 맑은 물때문에 더위를 식히려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가을이면 멋진 단풍이 계곡과 어우러져 한폭의 동양화를 만든다. 그리고 겨울이면 눈꽃이 피어난 나목의 절경에 모두들 넋을 잃는다. 그런 겨울 동학사 계곡을 엊그제 일요일 다녀왔다. 아직 눈이 산자락 그늘엔 그대로 쌓여 있었고 계곡은 꽁 ~꽁~ 얼어 흐르는 물은 정지된 상태로 긴 수면에 들어갔다.
날씨가 조금 풀렸다고 하지만 산속은 아직 추운 겨울이었다. 털모자를 쓰고, 오리털 점퍼를 입고, 목도리를 둘렀지만 차가운 한기는 온몸을 굳게 만든다. 그래도 산행(山行)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 틈에 끼어 나도 동학사 계곡을 오른다. 군밤과 가래떡을 구워파는 장사꾼들이 많다. 따스함이 느껴지기 때문일까? 나도 노릿노릿 잘 구워진 따뜻한 가래떡을 하나 산다. 한개에 1000원이란다. 입가에 묻어나는 따스함과 어릴적 명절때 먹던 생각이 머리를 스친다. 오르는 길은 눈이 말끔히 치워져 있었다. 녹았다기보다 국립공원 관리사무소에서 제설 작업을 했나보다. 길 밖에는 그대로 쌓여있다. 덕분에 미끄럽겠다는 우려는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았다. 물론 산에 오르려면 아이젠 장착이 필수다. 매표소에 그 주의 사항이 적혀있었다.

눈을 상대로 사진찍는 젊은이들이 많다. 눈을 한 움큼 뿌려대면서 그 순간을 포착하기에 바쁘다. 옆 눈길로 들어서니 정말 눈 밟는 소리가 ‘뽀드득~~ 뽀드득~~’ 들린다. 그 소리에 매력을 느껴 눈길로 오른다. 바람이 살랑인다. 그 바람은 나목위에 쌓인 흰 눈을 떨군다. 새소리가 들린다. 이 눈속에서 무엇을 먹고 생활할까? 핏기없는 가냘픈 발가락. 움직임도 느려보인다. 이 계절을 이겨내야 왕성한 봄과 여름을 만나 성장하리라.
산속 공기는 확연히 다르다. 차갑지만 신선하다, 상쾌하다. 이런 느낌에 나는 산에 자주 오른다. 도심의 그것과는 확연히 다르다. 좋다. 울창했던 나무숲은 이젠 앙상한 나목만이 남았고, 물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눈 쌓인 계곡, 바위들, 그 틈에서 소나무만은 푸르름을 잊지 않았다. 짙푸른 빛으로 서서 눈발을 맞고 있다. 모든 활엽수가 잎을 버렸지만 혼자서 푸르름을 지키고 있다. 옛 선인들은 그래서 소나무를 보고 절개 있다고 표현하기도 했나보다. 홀로 푸르게 사는 일. 얼마나 외롭고 독하게 사는 일일까? 만약 소나무없이 모두 활엽수만 있다면 겨울산은 더 적막하지 않을까? 그렇게 구색을 맞추기에 하얀 설산도 아름다운 풍경화가 되는가 보다.

이곳 소나무는 수명이 제법된듯 싶다. 누군가에게 들은 얘기로는 소나무는 수령 100년이 넘어야 가지가 아래로 쳐지고 수피가 육각의 거북이등처럼 되려면 500년이 넘어야 한다고 한다.
계곡을 올라 절집 근처에 도달했다. 오르는 길목에 문수암등 암자가 있고 동학사 대웅전은 조금 위에 있다. 남매탑에 오르려면 이곳에서 우측 방향으로 올라야 한다. 당일 산행거리로 쉼없이 다녀오기 참 좋은 코스다. 동학사 대웅전. 법당 앞은 붉은 연 등으로 빼곡히 그늘을 만들었다. 지난 15일부터 일주일간 성도 재일 기도법회가 열리고 있단다. 스님들도 불자도 모두들 바쁜 중에도 경건함을 잃지 않는다.

이곳 동학사는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비구니 승가대학으로 1860년에 문을 열었단다. 그래서일까? 더욱 조용하고 섬세하게 느껴진다. 바람이 풍경을 흔든다. 연등을 움직인다. 그 바람의 지나감이 마치 우리 인생들의 짧은 삶의 모습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두손 모으고 부처님을 향해 고개숙인다.

동학사를 돌아보고 은선폭포 방향으로 오른다. 눈이 그대로 쌓여있다. 오르는 길은 미끄럽기 그지없다. 조심 조심 오른다. 동학사 뒷편엔 소나무만 있는게 아니었다. 그 옆으로 대나무도 눈속에서 푸르름을 간직하고 있었다. 초록과 백색의 어울림. 맑은 흰눈과 푸른 대나무잎은 청정의 대표처럼 보여진다.

무리없이 천천히 오르다 눈길이 미끄러워 다시 돌아 내려온다. 저 산자락에서 바위에 눈을 치워가며 새 모이를 뿌려주고 있는 아름다운 마음을 가지신 분을 볼 수 있었다. 한 겨울 추위에 떨고 있을 날짐승들을 위해 먹이를 가지고 오신 모양이다. 참 아름다운 마음씨를 가지신 분이다. 그 모습을 보니 내 가슴마저 괜히 훈훈해지고 있었다. 세상엔 참 좋으신 분들도 많다. 그러기에 우리의 삶이 더욱 행복해지는 세상이 되는 것 아닐까?
겨울, 동학사. 또다른 아름다움을 볼 수 있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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