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가는 길 - 금산신문

부산을 가는 길이다.
일본인 거래선과의 업무협의를 위한 미팅 때문이다
일요일 오후, KTX 고속열차는 대전역을 미끄러지듯 빠져나간다.
단 1분의 지연도 없이 정시에 도착했고 출발했다.

대전->부산간이 2시간밖에 걸리지 않는다.
빠른 시간, 정확한 시간 준수, 여유로움, 지체없는 기차여행은 또 다른 기쁨을 준다.
일요일 한 낮이지만 객실에는 여기저기 빈자리가 남았다.
시속 300km를 달리는 KTX. 휙~~휙~~ 마을과 산들이 뒤로 밀리듯 지난다.

KTX가 개통한지 6주년이 지났다.
2004년 4월1일 개통했단다.
KTX로 이제 열차 여행의 패턴이 많이 바뀌어졌다.
서울~부산간의 출장 패턴이 1박 2일에서 당일로 변경되고, 항공과기차의 경쟁이 시작되었다.
서울 대구행 비행기는 축소 되었다.

1979년 봄.
내가 일본으로 첫 출장을 갔다.
벌서 30여년전 얘기다.
그곳에서 처음으로 신칸센(新幹線)이라 그들이 부르는고속열차를 이용하게 되었다.
그 당시 그들의 자부심은 대단했다.
동경에서 나고야까지 먼거리를 고속열차로 이동했다. 비용이 만만치 않았다.
누군가가 일본에 가면 꼭 이용해 보라고 하기에 무리해서 탔다.
당시 빠르긴 하지만 내부 좌석거리는 좁고, 협소해서 불편했다. 지금의 우리나라 KTX와 같이.

산을 통과하는 터널, 강위를 지나는 교량, 마을을 관통하는 새로운 열차길에 처음 맞이하는 이국의 풍경은 마냥 새롭고 부럽기만 했다.
1964년 동경 올림픽을 전후해 개통된 고속열차 신칸센.
당시엔대단한 교통수단이었다. 긴 육지의 남북을 잇는 교통망으로 일본의 물류와 생활, 이동거리를 단축시킨 획기적 발상이었다.

우리보다 30여년이나 빠른시기였다.
그후 일본의 신칸센은프랑스의 TGV, 독일의 이체와 더불어 세계적으로 알려진 고속열차의 대명사처럼 불려졌다.

그후 우리도 프랑스 TGV 사와의 기술협력으로 KTX라는 고속 열차를 운행하게 된것이다.
빠른 이동수단은 많은 변화를 주었다.
대전 -> 서울간을 1시간 이내에 주파한다.
그러다보니 유통 부분, 의료부분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고 한다.
서울 대형 백화점 나들이 손님이 늘어나고, 유명 대형 병원은 예약 진료로 러시를 이룬다고 한다. 대전 손님들이 서울로 빠져나가고 있는 것이다.
이제 하나된 전국의 시장이 되어가는듯한 느낌이다.
대신 주변 고속도로 개통으로 대전은 인근 주변에서 쇼핑오는 지방손님이 많다고 한다. 나가는것이 있으면 들어오는게 있는 모양이다.

열차는 달린다.
누구에게는 일상이지만 이렇게 쉼의 여유를 느끼는 여행은 또 다른 재미와 여유를 준다.
여행이란 우선 그 의미부터 듣기에 좋다. 가슴이 설렌다.

여행에는 즐길거리, 먹을거리볼거리, 살거리가 있어야 제맛이 난다. 그러면서 또 다른 추억을 만들고 옛 시절의 아련한 추억을 살포시 끄집어 내기도 한다.

오랜만에 날씨마저 화창하다.
그동안 봄 소식에 추적추적 비가 많이 내렸기 때문이다.
주변 산자락엔 벌써 초록의 새순이 보이는듯 그 색깔이 한겨울 마른 나무가지가 아니다. 확연히 물 오른 모습이다.
늘 푸르던 솔잎도 그 푸르름이 다르다. 짙은 채색으로 바뀌어졌다
KTX 큰 차창을 통해 주변이 내게로 온다.
논과 밭을 지나고 작은 마을 동네를 지난다.
비닐 하우스가 줄지어 있기도 하지만, 도심 근방엔 높은 아파트가 단지를 이루었다.

초가집,스레트집, 기와 단층집 구조에서 아파트로 변해가는 주거 형태.
그 편리함에 모두들 아파트를 선호하기에 이젠 단독 주택단지가 별로 보이지 않는다.
옛 주택은 재개발이라는 명목으로 하나, 둘 헐려지고 고층의 아파트군이 들어선다.
옛 것만을 고집할수는 없다.
편리성, 환금성, 사람들의 선호도에서 아파트 주거 형태가 늘 으뜸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남녘으로 향한다. 대구를 지났다. 그리 먼 길을 달려오지 않았지만 확연히 봄은 남녘부터 온다는것을 실감할 수 있다. 주변대지 모습이 다르다.
꽁꽁 얼었던 대지가 녹아내리며 질척인다.

부지런한 농부들은 벌써 밭에 나오셨다. 포토밭에도 비닐 하우스가 씌워졌다.
냇물도 많이 흐른다. 자주 내린 봄비 때문인지 논과 밭사이 고랑에도 물이 고였다.
빈 밭에 냉이가 자랐는지 푸르름이 보인다.

새 생명이 움튼것이다. 저 멀리 학교 운동장, 아이들이 공차기에 여념이 없다.
어느 아이는 반바지 차림이다.
그 만큼 날씨가 풀렸다는 이야기다.
보기 힘든 보리밭도 보인다.
푸르름 그 자체다.
하지만 저 높은산 정상은 아직 눈을 머리에 이고 힘겨워하고 있다.
겨울과 봄이 공존하는 시기다.

밭고랑에서 연기가 피어 오른다.
일하시던 농부가 잡목과 잡초를 모아 태우시는 모양이다. 바람없는 잔잔한 대지.
흰 연기는 하늘 항해 오른다.
저 편 산으로 방향을 틀었다.

누런 황소도 긴 한숨을 내쉰다. 일거리를 경운기와 트랙터에내준 덕분에 그들의 고단함도 풀렸다.
하지만 일 소가 아닌 비육우로 키워지기에 편안함 대신 짧은 삶을 살아가고 있는 그들.

무엇이 우선일까?
오래사는 것과 편한것.
세상은 그래서 공평하다고 하는걸까?
기차길 옆 비닐 하우스단지 출입구가 열려있다.
그속으로 보이는 푸른 모습.
싱그럽기 그지없다. 하우스 윗부분도 열려있다. 그 만큼 대지의 온도가 오른것이다.

봄이 온것이다. 소리소문없이 주변에 왔다.
부산에 거의 온 모양이다. 낙동강 물줄기 타고 달려온 열차.
구포역을 지난다. 역사 옆 잔디는 새싹이 아닌 푸르름이다.
매화도 피었다. 하얀 꽃잎이 바람에 살랑인다.
조금은 추워 보인다. 꽃샘추위일까? 마구 매화 꽃 송이를 흔들어 댄다.

2010년 말이면 고속열차가 부산까지 완전 개통된단다.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다. 서울에서 대구까지는 신설 레일이지만 대구부터 부산까지는 현재 기존 철로를 이용하고 있다.
완전 개통되면 얼마나 더 단축될까?
궁금 해진다.

부산역.
도착이다. 1분의 오차도 없다.
2시간 달려온 대전 부산간 고속열차.

이제 열차도 쉴 시간이다.
이제 다시 부산에서의 여행이 시작된다.

금산신문 webmaster@igs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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