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 봄은 유난히 날씨가 변덕스럽다.
때아닌 눈이 내리고, 바람도 많다. 비도 너무 자주, 그리고 많이 내렸다.
봄 가뭄이란 단어가 무색하리만큼 땅은 늘 질척거렸고, 화창한 날보다 흐린날이 더 많았던것으로 기억에 남았다.
단지 다행인것은 매년 봄철 산 불이 큰 걱정이었는데 날씨덕에 산 불소식은 들을 수 없었나 보다.
그건 고마운 일이다.
봄은 그래도 오고 있었다.
눈속에서도, 찬바람에서도, 계절의 변화는 이루어지고 있었다.
봄이 오고 있다는것을 우리는 꽃 모습에서 우선 만날수 있다.
뭐니뭐니해도 봄에 가장 먼저 피는 꽃은 복수초(福壽草)일것이다.
복수초는 겨울의 끝자락부터 땅속에서 뿌리의 열기로 새싹을틔워 키운다.
그 새싹이 자라면서 자신을 뒤 덮은 눈과 얼음마저 녹여 그 틈새로 줄기를 밀어 올리고 노란 황금 빛 꽃을 피운다.
얼음사이로 꽃이 솟아 오른다 하여 「얼음새 꽃」이라고도 하고 강원도 일부에서는 「눈꽃송이」라고도 한다.
복수초(福壽草)는 한자 뜻 그대로 「복을 받고 오래 산다」는뜻으로 행복과 장수를 상징한다.
그래서인지 복수초의 꽃말은 「영원한 행복」이란다.
복을 받고 오래 살수있다니 그게 ‘영원한 행복’아닐까?
복수초를 보고 있노라면 참으로 대단한 식물이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한 포기 작은 풀 줄기가 차디찬 겨울을 이겨내는 뜨거운 열정이 보여지기 때문이다.
생명의 위대함과 자연의 경이로움에 새삼 놀라게 된다.
요즈음은 산에 꼭 가지 않더라도 야생화원이나 수목원 등에서 어렵지 않게 복수초를 만날 수 있다.
복수초 다음으로 만나는 꽃이 영춘화(迎春花) 라는 봄꽃이다.
이름풀이 그대로 봄을 맞이하는 꽃이라는 뜻이다. 영춘화는 풀이 아닌 나무다.
물푸레 나무과 낙엽교목이란다.
중국이 원산지이고 파키스탄의 국화이기도 하단다.
덩굴 형태로 대게 옆으로 뻗거나 밑으로 길게 늘어져 여러줄기를 이루며 꽃을 피운다.
꽃말은 「행복, 희망, 사모하는 마음」이라고 꽃말 사전에 적혀있다.
처음 보는 사람들은 개나리로 잘못 착각할수도 있지만 개나리는 네 갈래의 꽃잎이고, 영춘화는 6장의 꽃잎이라 확연히 구분된다.
그래서 수목원의 봄 나들이는 재미있다.
새로운 생명들의 움트는 모습도 관찰할 수 있고 야생화 단지에서는 봄의 진행속도를 느낄수도 있다.
바람은 차지만 작은 노루귀도 핑크색 꽃을 피웠다.
땅 여기저기에 삐죽삐죽 새싹을 밀어 올린다.
원추리 모습이 그렇다. 아무데나 잘 자란다는 쑥쑥커서 이름도 쑥이라 했다던가?
여기 저기 새순을 밀어 올리기에 하루 햇볕이 짧은 모양이다.
나무는 또 어떨까?
매화는 벌써 꽃망울 터뜨렸다.
산수유 나무가지에도 노란물이 머물렀다.
꽃봉오리엔 이제 곧 만개할 산수유 노란 모습이 좀더 따뜻해지기를 기다리는 모양이다.
꺽으면 나무가지에서 생강냄새가 난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생강나무.
그도 노란 꽃물을 잔뜩 준비하고 있었다
지리산 자락,전남 구례에는 벌써 산수유가 만발했단다.
이렇게 작은 식물원에 들리면 봄꽃부터 봄나무까지 모두들 만날수 있어 좋다.
대지엔 기운이 솟아오른다.
생명들의 꿈틀거림이 보여진다.
봄은 생동의 계절이다.
올 겨우내 멈추었던 생태계가 다시 출발선에서 새삶을 위한 스타트가 시작된다.
봄은 꽃이 있어 화려하다.
연초록의 새순이 있어 싱그럽다. 모든 생명체가 살아나는 움직임이 있어 생동감이 있는 계절이다.
얼었던 눈이 녹으며 시냇물이 흐르고 그 물줄기 따라 새로운 생명체가 꿈틀거린다.
희망이 있는 계절, 그게 봄이다.
작년 봄에 놓았던 봄의 꿈이란 글을 다시한번 읽어 본다.
너무 성급한 마음일까?
노오란 개나리 무리지어 핀 비탈길은 지금 생각한다는 것은….
아직 아침은 영하의 기온을 오르내리는데….
따사로운 햇빛, 맑은 바람, 봄이 오고 있다.
봄 바람 살랑거림에 겨드랑이 가려운 겨울 나무는 새순 준비에 여념이 없고 봄의전령, 산수유는 어느새 지난해의 마른 열매를 다 떨구고 뽀오얀 새순에 노란 그리움을 매달고 있다.
양지쪽 마른편엔 푸른 새싹이 쏘옥 얼굴을 내밀고 언제쯤 나 갈까 하나 둘 손꼽으며 봄날을 세고 있다.
이렇게 봄은 하나의 씨앗에서 새순이 돋아나듯이 아무도 모르게 조용히 온다.
우리 인간은 느끼지 못하지만 지금 저 땅속에선 바쁜 움직임으로 숨가쁘게 돌아가고 있으리라.
태어날 시기와 때를 조절하면서 스스로 영양분을 흡수하고삶의 터전을 하나 둘 닦고 있으리라.
한알의 씨앗이 썩어 아름드리 나무가 된다는 걸 우리는 늘 잊고 사는 것은 아닌지?
늘 조급하고 과정보다는 결과만 중요시 하는 것은 아니지?
노력 하기보다 허공에 보여지는 화려함만 추구 하는 것은 아닌지, 봄에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삶의 교훈이다.
봄 마중 가기위해 나는 운동화 끈을 다시 맨다.
아지랭이 오르고, 생명이 푸드득거리는 그런 들녘으로 나가기 위함이다.
봄의 꿈을 꾸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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