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게위에 핀 효사랑

지난주 어느날 아침 6시,
KBS2에서 매일 방송되는 영상앨범, 스페셜 산(山)시간에 충남 서천에서 어느 시골산을 오르는 등산내용이 방영되고 있었다.

언젠가도 방송이나 신문에서 한번 본적이 있었던 늙은 아버님을 지게에 지고 산에 오르는 장한 젊은 아들의 효(孝) 사랑이였다.

아버지께서는 금년 93세.
아직 평지에서는 천천히 걷기는 하시지만 산에 오르는것은 무리여서 아들이 지게에 지고 산을 오르는 것을 카메라에 담고 있는 프로였다.

그 아들이 유명세를 탄것은 언젠가 금강산을 오르면서 아버님을 모시고 간것이 계기가 되었다.

방송에 의하면 아버님을 지게에 지고 금강산, 무주의 덕유산, 중국의 태산, 월악산 등 4곳을 올랐다고 한다.
그리고 이번에 고향산을 오르기 위해 큰 아들부부와 막내 아들부부, 그리고 막내아들 손자와 함께 아버님을 지게에 지고 산을 오르는 것이었다.

산에 오르기전 사전 답사를 마쳤고 오르기 힘든 곳은 사전 답사시 삽으로 계단까지 만드는 정성을 보인 것이다.

어버님의 몸무게가 45kg, 알루미늄으로 특수제작한 지게가 15kg. 합계가 60kg이다.

지게는 방석은 물론 목 받침, 안전벨트까지 장착된 특별 제작품이었다.
그 무거움을 지고 가파른 산을 오르는 것이었다.

아버님은 짐이 되니 한사코 산에 오르시지 않으시려 했단다.
하지만 아들은 꼭 산 정상에 올라 아버님께 고향 마을을 내려다 보실 수 있도록 해드리기위해 가파른 산 계곡을 숨을 몰아쉬며 마침내 정상에 올랐다.
아버지께서 저 아래 고향 마을을 가리키며 깊은 감회에 빠져드신 모습이 역역히 카메라에 잡혔다.
효자 아들을 둔 덕분에 이곳 고향산 정상을 93세 나이에 오르신것이다.

지금이 어떤 시대인가?
다들 그렇치는 않지만 자식간에 서로 모시지 않으려고 하는가 하면 외국가서 버리고 오는 자식도 있고, 제주도로 여행가서 홀로두고 오는 자식도 있었다.

그런 부모님들의 한결 같은 마음은 자식에게 피해주지 않으려고 주소를 모른다고 말씀하신단다.

주위의 등산객들도 그 효심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고 함께 한 가족들도 앞서거니 뒷서거니 등반을 도왔다.
그렇게 30분간 진행된 방송은 끝나고, 나는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적셔졌다.

아니 남 모르게 흐르는 눈물을 훔치고 있었다.
나도 과연 저렇게 할 수 있었을까? 2008년 8월 돌아가신 아버님 생각에 후회의 눈물을 흘린것이다.

내 아버님께서 동등 상황이라고 가정할때 나는 과연 저렇게 모실 수 있었을까?
아마도 못했을 것이다.단지 자주 찾아뵙기만 했을뿐이였으니까.
그래도 지금 다행이라 생각하는 것은 아버님이 돌아가시기 2년전부터 자주 찾아뵌 것이다.

주말이면 늘 나는 충주로 향했다.
가서 수안보 근처 문강 온천장으로 목욕을 위해 모시고 다녔다

.목욕탕 여주인이 늘 기억하고 목욕료도 내려주고 커피도 제공 해주셨다.
그리고 어머님 목욕은 도와드릴수가 없었지만 특별히 주인께서 탕에 연락해 뒷바라지를 해주셨다.
어버님 등도 밀어 드리고 이발도 함께 시켜 드렸다

.목욕이 끝나면 주변 충주댐, 월악산 미륵계곡 같은 관광지로 안내해드리고 점심을 사드렸다.
늘 집안에만 두분이 계시다가 바람이라도 쏘일수 있게 해드렸더니 아이들 처럼 좋아하셨다.

그러면 늘 부모님께서는 고맙다고 말씀하셨다.
지금도 귓전에서 그 말씀이 들려오는것 같다.
그러기를 2년여,
아버님께서 노환으로 병원에 입원을 하셔야 했고 어머님은 간병인으로 두분이 같이 병실에 계시게 되었다.

고향 충주에 있는 병원에 입원 하셨는데 주치의로부터 어렵다는 얘기를 들었다.

3개월을 넘기기 힘들다는 얘기였다. 이곳에서의 치료는 생명 연장보다는 통증완화 이외는 별다른 치료가 불가하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병원 주치에게 부탁드려 충남대 병원과 경희대 한방병원을 예약후 다녀 왔지만 그곳에서도 의견은 동일했다.연세가 많아 수술이 어렵다는 얘기였다.

잘못 수술을 집도 할 경우 깨어나지 못할수도 있다는 의견서를 내게 제시했다.
하지만 차마 그 말씀을 아버님께 말씀 드릴수가 없었다.

이제 점점 좋아지실것이란 말씀만 드릴수 밖에 없었다. 형제자매에게는 모두 알려 주었고 부모님에게만 비밀이었다.

병원내에서도 의사는 물론 간호사들에게도 함구령이 내려진 상태였다.

혹시 내용을 아시면 삶을 체념 하실까봐 걱정되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제 와 생각하니 그때 내 판단이 옳았는지는 의문이 간다.

얼마전 죽음에 대한 준비라는 어느 방송프로를 보았기 때문이다.
죽음을 받아드릴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

생명은 누구에게나 유한한 것이기에 환자에게 알려주어 죽음에 대한 준비를 해야 한단다.
세상일도 정리하고 가족들과 죽음후의 일도 상의하게 해야 한단다.

하지만 내가 막상 당하고 보니 차마 그 말씀을 드릴수 없었던게 사실이다.
아버님은 죽음에 대한 생각이 없으셨다.

의사 말씀대로 곧 좋아져 퇴원 하실걸로 알고 계셨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아버님은 90세 일기로 정말 의사가 예측한대로 3개월 15일만에 세상을 뜨셨다.

불효부모 사후회(不孝父母死後悔)라 했던가.
후회해도 소용 없는 짓이었다.

살아생전 한번이라도 더 찾아 뵙지못한 것이 늘 마음이 걸렸다.
한 부모는 열 자식을 키울수 있지만, 열 자식이 한 부모 모시지 못한다라는 이야기가 뇌리를 스친다.

효(孝)를 다시한번 생각해 본다.
통상 우리세대를 샌드위치 세대라 일컬는다.부모님에게 효도 해야하고 자식들 교육시키고 혼인시켜야 한다.그러다 보니 정말 힘든게 사실이다.

경제적으로 어렵다. 이제 정년퇴직하고 보니 시간은 많아졌으나 경제력이 딸리다 보니 힘에 버겹다. 사람노릇 하기가 쉬운게 아니다.

경/조사는 많고 돈 쓸일이 많아졌다. 어른 구실 하기가 힘에 찬다

자식들도 효도하고 싶겠지만 자기들 살아가기도 힘에 지친다.

집값은 하늘 높은줄 모르게 오르기만 하고 취직도 만만치 않다.

설령 취직한다 해도 정년까지 보장된다는 보증도 없다.세상은 급변한다.

치열한 경쟁속에 살아남으려니 그들도 힘들다. 부모 생각하는 여유를 갖기가 더욱 어려워진다.
그래도 살아야 하는 인생이다.

건강마저 잃으면 더욱 고생이다. 건강하게 살아야 오래 사는 의미도 있다.

어렵지만 내 몸하나 건강하게 유지하려면,자식에게 그나마 의존 하지않으려면 생활속에서 열심히 움직이며 운동해야 할것같다.

아버님을 지게에 지고 산에 오르는 젊은 효자 아들에 대한 방송 프로를 보고 몇자 적어본 내 삶의 단상이다.

봄이오고 있다. 잔디 파릇 파릇 돋아나는 날

충주 부모님 산소라도 다녀 와야겠다. 소주 한잔 올리며 절을 드려야 마음이라도 편해질것 같다. 살아생전 잘 모시지 못한 불효를 이렇게 라도 사죄드려야겠다.

아버님, 어머님 병마없고 아픔없는 하늘나라에서 편히 쉬셔요.
근일내 제가 산소로 인사드리러 가겠습니다.

금산신문 webmaster@igs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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