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다. 정녕 봄이 우리 주변에 왔다.
춘분(春分)도 지나고 이따금씩 심술을 부리던 꽃샘추위도 이제 그 힘을 잃었나 보다.
한낮의 따사로움은 봄이라고 말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봄엔 바람이 유독 많이 분다. 특히 오후가 되면 바람이 살랑이기 시작한다.
하지만 봄바람은 나뭇가지“윙윙”울리는 겨울바람과는 다르다. 봄바람은 비단결처럼 부드럽다.
들녘을 지나온 바람은 대지의 열기로 부드럽게 부풀어 오르면서 하늘로 오른다. 그를 따라 들녘에선 종달새 높이 날고 작은 회오리 바람이 종종 우리를 스친다.
옛부터 봄은 여성의 계절이라 했고 가을은 남성의 계절이라 했다.
왜 그랬을까? 감수성 풍부한 여성들의 속마음과 새 생명의 아름다운 탄생, 연초록 잎새의 신비로움, 그 속에서 피어나는 아름다운 꽃들과 향기, 뭐 그런 것들과 일치하는 섬세함의 의미에서일까, 아니면 화사한 여인네들의 봄옷과 설레이는 마음 때문일까?
봄이 오는 길목. 한번 마중 나가 보셨습니까?
그곳에서 봄이 오는 소리를 귀담아 들어 본적 있으십니까?
삶이 너무 힘들다고, 삶에 얽매여 남들 다 느끼는 계절의 감각과 소리를 행여 나 혼자만이 못 느끼고 계신 것은 아니겠지요?
생활에 쫓겨 세월이 가는지, 봄이 오는지 모를 정도로 바쁘시다 하시더라도 잠시 먼 하늘을 한번 쳐다라도 보십시요.
그리고 발아래 마른 잎새사이를 한번 손으로 헤쳐라도 보십시요.
느낄 수 있습니다. 땅이 질척이며 부드러워졌고 마른 잎새사이 벌써 그 속에선 푸른 새싹이 돋고 있음을 금방 알수 있을 겁니다.
아스팔트, 시멘트 도로, 그리고 고층의 아파트 숲 넓은 도로를 꽉메운 자동차 행렬 그들이 뿜어 내는 매연, 획일적이고 단편적인 회색도심에선 봄을 느끼기가 어렵습니다.
하지만 가족들이랑 하루 밖으로 나가 보십시요,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금방 봄을 찾을 수가 있습니다.
살랑이는 봄바람도 좋고 흐르는 냇물소리도 정겹고 발에서 느끼는 흙의 감촉도 다름니다.
봄을 맞아 날개 활짝 펴고 날아가는 새들의 가벼운 날개짓도 볼 수 있을 겁니다.
만물이 소생하는 봄, 모두가 긴 겨울잠에서 깨어나 새로운 삶을 시작합니다. 그러기에 봄은 곧 희망이라고 말 할 수 있습니다.
새롭게 꽃을 피우고 꽃이 핀 자리 열매 맺고 알차게 결실 맺기 위해 한 여름의 뜨거운 태양과 빗물을 흡수 합니다.
우리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꽃망울 터트릴 준비를 하는 작은 꽃나무에서 희망을 느끼며 그들처럼 살아갈 것을 맹세하니까요.
새로 학교에 입학한 신입생들은 신입생대로, 첫 직장에 입사한 신입사원은 신입사원대로의 각오가 있게 마련이고 결혼시즌을 맞아 새 출발하는 젊은 부부들의 화사한 미소는 보는 사람들을 기쁘게 합니다.
그리고 그들은 새 삶을 시작하며 새로운 인생을 설계하고 꿈꾸며 살아가지요. 그래서 봄은 새로움이 시작되며 알찬 결실을 다짐하는 모두에게 희망이 되는 계절인 것입니다.
춘분이 지나니 낮과 밤의 시간이 겨울과 반대로 됩니다. 해도 일찍 뜨고 낮이 길어 짐니다.
활동할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납니다.
그만큼 밖에서의 활동이 점점 늘어나는 것이지요, 또한 따뜻한 밖의 기온영향으로 외부에서의 생활이 길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겨우내 웅크렸던 몸이 스스로 풀려 운동하기 좋은 계절입니다.
추위로 운동을 하지 않았다면 이제 시작할 때입니다.
싱그러움이 솟아나는 봄 길을 달려 보는 것도 좋겠지요. 하얀 입김을 뿜으며 밝아오는 태양을 마주보며 천천히 걷고 뛰고 또 힘껏 달려 보는것. 몸도 가벼워지고 마음도 상쾌해 질것입니다.
또 매일 매일 같은 길을 달려도 그 분위기는 늘 다르리라 생각됩니다. 풀밭엔 새싹이 돋고 나뭇가지엔 새순이 피어나면서 하루가 다르게 변해 갈 것이기 때문이지요. 나무 가지마다 물이 오르고 뿌리는 게걸스럽게 물을 빨아 올릴 겁니다.
사람들이 갈증을 느끼듯 식물들도 잠에서 깨어 성장하기 위해 봄철이면 물을 찾기 마련이지요. 그래서 봄비가 흠뻑 내리는 날에는 온 세상 식물들은 한바탕 축제를 벌이며 삶을 노래할지도 모릅니다.
사람들에게 봄비는 거추장스러운 존재가 될지 모르지만 산과 들녘, 그리고 땅에서 자라는 모든 것들에게는 한없는 희망이 될 것입니다.
물은 땅으로 스며들며 뿌리를 적시고 땅을 부드럽게 만듬니다. 그사이 씨앗은 움트고 부드러워진 흙 사이로 새싹을 대기 중에 밀어 올림니다.
그리고 빛을 흡수하며 성장을 시작 하지요.
하지만 그들도 고충을 이겨내야 합니다.
낮과 밤의 기온차 때문이지요. 태양빛이 있는 낮 시간은 기온이 오르지만 밤엔 다시 차가워지기 때문이지요, 그렇게 낮과 밤을 이겨내며 강한 대궁과 듬실한 뿌리를 키우며 일생을 살아가기 위한 한걸음 한걸음을 내 딛는 것이지요.
몇 백년된 고목나무도 어린 시절엔 한 뿌리 묘목에 불과했던 것과 같이 말입니다.
자연의 어우러짐.
즉 나무, 꽃, 숲은 우리의 눈으로 보기에 아름답기 그지없지만 그들도 보이지 않는 조용한 자리싸움은 대단하다고 합니다.
살아남기 위한 생존 전략은 우리네 사람들과 같은 맥락인지도 모름니다. 아니 더 할지도 모름니다. 왜냐하면 사람이나 동물들은 수시로 옮겨 갈수도 있지만 식물들은 오로지 그 장소에서만 살아남아야 하기 때문이지요.
빛도 얻어야 하고 뿌리에선 양분도 빨아 올려야 하기 때문이지요. 두 가지다 만족하여야 성장 할 수 있으니까요.
삶은 모두가 다 그렇게 어렵고 고통스러움이 따라 다니나 봅니다.
정녕 봄입니다.
우린 그 봄속에서 생명의 위대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며칠 전 회사 화단에 봄꽃 팬지를 심었습니다.
원예식물이긴 하지만 하얀꽃, 노란꽃, 보라색 꽃이 실바람에 가날프게 흔들리는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꽃이 피고 지고 또 피어날 것입니다.
오늘은 퇴근길에 꽃집에 들러 작은 화분 하나라도 사들고 가야겠습니다. 봄 향기 화사한 아름다운 꽃모습을 베란다에 두고 피우고 싶습니다.
그리고 돌아오는 일요일엔 봄을 찾아 가족들과 함께 봄마중 나가 보렴니다.
산 너머 남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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