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기기의 변화는 어디까지일까

어릴적 나에게는 전화기가 집에 하나 있었으면 했던 소박한 꿈이 있었다.

중학교 3학년 시절이었으니까 1966년도다. 지금부터 44년전 얘기다.
시골에서 초등학교를 마치고 시내로 진학하면서 도시생활을 접하게 되었다.

한시간쯤을 걸어나와 시내버스를 타고 등·하교를 했지만 그렇게 즐거울 수가 없었다.
당시 우리시골엔 전기가 들어오지 않았다. 호롱불에 의존했던 시절이었다.
도심의 거리는 휘황 찬란했다.

전기불이 번쩍이고 라디오, 축음기 가게 앞에선 노래 소리가 하루종일 울려댔다. 양복점, 구두가게도 많았다.그 당시는 양복도, 구두도 모두 맞춰입고 신었던 시절이었다.

맛있는 음식점도 많았다. 시장에서 순대 국밥집앞을 지나려면 구수한 고기냄새가 내 고픈 배를 더욱 힘들게 하기도 했다.
배고픔은 참을 수 있었지만 문화수준의 격차는 나를 힘들게했다.
“그래 나도 열심히 공부해서 저런 문화수준을 누리고 살아야지”하는 각오를 갖게 했다.
그중에 하나가 전화였다.

그당시는 백색전화와 청색전화 2가지 전화가 있었다.
전화기 색깔이 아닌 전화기의 구분을 위한 분류였다.

백색전화는 사업을 하는 사람들을 위해 팔고 사는 것이 가능했던 전화로 그 가격이 만만치 않았다.
청색전화는 일반인들이 가정에서 쓰는 전화였지만 그 순서를 기다리려면 신청후 몇년은 기다려야 했다.

언론사 기자, 경찰 고위직, 고급공무원 등 사회직급에 따라 우선 순위가 있었기에 일반인들은 배정 받기 힘들었다.
그당시 중학교에서 방과후 영어 과외수업이 있었다.

지금의 학원 과외와는 확연히 달랐지만 일주일에 3번, 한시간씩 교실에서 영어 과외수업을 했다.
그당시엔 독해위주의 수업이 진행됐는데, 젊은 영어 선생님은 앞날을 위해 회화를 배워야 한다며 회화중심으로 가르치셨다.

이름도 잊혀지지 않는 사범대를 갓 졸업한 열정적인 젊은 선생님이셨다.
남상욱 영어 선생님, 지금은 어디 계신지도 모르는 불량 제자다.

당시 문교부(현 교육과학 기술부)에서 지금 학생들처럼 원어민 교사는 배치하지 못했더라도 독해와 문법 위주가 아닌 생활영어 위주로 가르쳤더라면 우리 연령대도 영어회화를 어느 정도는 구사할 수 있었을텐데…
당시 대학을 졸업해도 외국인만 만나면 입이 다물어지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였으니 부끄러울 뿐이다.
그당시는 문법과 독해 위주로 가르쳤다. 상급학교 진학시험을 위한 준비였으니 그럴 수 밖에 없었으리라.
학교평가가 어느 상급학교에 몇명이 합격했느냐로 평가 됐으니 회화는 뒤로 밀릴 수 밖에 없었다.
그 영어선생님은 회화를 과외로 가르치시면서 집으로 전화를 하라고 하셨다.

산 교육을 위해 테스트해야 한다고, 서로 얼굴을 보지않고 해야 용기가 살아난다고 하시면서…
하지만 우리집에는 전화가 없었다. 그래서 선생님과의 실제 영어 회화는 이루어 지지못했다.

다른 친구들은 직접 회화 테스트를 전화로 받고 난후 에피소드를 자랑삼아 얘기하곤 했다.
어린 나이였지만 똑같이 과외비 내면서 자존심이 상했다. 그래서 나도 크면 꼭 집에 전화기를 한대 놓고 살아야지 하는 작은 꿈이 있었다.

그 당시 전화는 교환수를 거쳐 연결되던 수동식 전화였다.
서울 등 시외지역으로 연결 하려면 신청후 20여분씩 전화기 앞에서 기다려야 했다.

그후 자동식으로 바뀌긴 했지만 시골 군 단위에선 시외인 서울 등으로 연결하려면 기다림의 시간은 1970년대 후반까지 계속됐다. 그후 전자식 교환기가 개발되면서 통신에 대 변화가 이루어졌다.

그러면서 집집마다 전화기가 놓여지고 재산 목록이 아닌 그저 전기제품에 불과한 소품으로 변해버렸다.
그후 통신시장은 이동 통신시대가 도래하기 시작했다. 이동 통신이 열리기 전 지금도 일부 운용되고 있긴 하지만
‘삐삐’라는 호출시스템이 잠시 통용되었지만 금새 휴대폰 시장이 열리면서 잠식되고 말았다.
지난 5월말 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 휴대폰 대수가
15,500,000대를 넘었다고 한다.

남한 인구를 대략 크게 잡아 45,000,000명으로 보면 3명중 한대 꼴이다. 대단한 발전이다.
통신혁명이다. 지금의 휴대폰은 전화기능만 있는게 아니다.
문자는 물론 작은 컴퓨터를 들고 다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위치추적도 가능하고 이 메일 송수신은 물론 촬영기능, TV 수신까지…

어느 외국인의 글을 보고 놀란적이 있었다. 서울에서 걸어가는 사람들중 50%가 핸드폰으로 전화를 하거나 음악을 듣고 지하철에선 열명중 여섯명이 핸드폰을 열고 무언가 열심히 하고 있더란다.

지금은 휴대폰에 모두들 중독된 듯싶다. 나도 그렇다. 휴대폰을 집에두고 오면 되돌아갔다 와야 한다. 특별히 중요한 전화가 올곳도 많지 않지만 괜히 불안해진다.

가끔 전화기를 열어 확인하기도 한다. 공중전화는 이미 그 기능을 잃어 버렸다. 역마다 공중전화 박스에줄 서있던 모습은 이제 역사속으로 사라진지 오래다.

요즈음은 휴대폰 기능도 모자라 「트위터(Twitter)」등장으로 또 다른 소통의 시대가 열렸다.
트윗(Tweet)이란 말은 작은 새가 지저귀는 소리를 나타내는 영어단어로 단문 메세지서비스(SMS) 인스턴트메신저, 전자우편 등을 통해 트윗을 전송할 수 있단다.

영어뿐만 아니라 다국어를 지원하며 지역제한 없이 전 세계 이용자와 짧은 글로 대화를 주고 받거나 친구를 맺을수 있다니 놀라운 일아닌가?

일방통행식 대화가아닌 서로 주고받는‘140자의잔치’인 트위터 열풍에 모두가 빠져들고 있단다.
특히 정치인들은 트위터가 필수가 되었다고 한다. 주민들과의 소통을 위해…

나이든 사람들이 겨우 휴대폰을 제대로 쓸만 하니까 또 다른 기능을 요구하는 신기종이 등장했다.
통신기기는 어디까지 변화될 것인가?

금산신문 webmaster@igs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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