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은 높고 푸르다, 들녁은 황금물결을 이루고 바람은 산들,산들 불어 온다.
계절이 가을의 중심에 머문 이 좋은 어느날, 나는 소풍을 떠났다.
내 초등교 시절, 소풍날만 기다렸다. 전날밤 잠들기전까지 "비야 오지마라" 두손 모아 기도 하기도 했다. 소풍날이 기다려 지는것은 우선 김밥도시락을 먹을 수 있다는 기대감,그리고 약간의 용돈을 받아 장난감이라도 살 수 있겠다는 희망도 있었지만 진실은 그날 공부를 하지않고 놀수있다는 해방감 이였으리라.
소풍은 멀리 떠날 수 없었다, 당시는 교통편이 없었기 때문에 당일 걸어갔다 올수 있는 학교주변 강가나 산자락이였다. 하지만 장소는 그리문제 되지않았다.그저 즐거웠기에--. 그러다 보니 내가 소풍간곳은 늘 남한강변 미루나무 숲이나 현 충주댐 아래 마당바위 주변이였다.줄지어 걷고 땀을 흘렸어도 즐거웠다.
이제 소풍이란 말은 새롭다, 여행이라고 해야되나 나들이라고 해야하나.
자동차 문화와 잘 만들어진 고속도로, 고속철도의 등장으로 국내 어디든 당일 다녀 올수있는 1일 생활권으로 바뀌어 졌다. 소풍은 멀리가면 안된다.멀리가면 그건 여행이된다.
오늘 내가 가는곳은 공주시 장기면, 장군산 자락에 자리한 구절초 축제가 열리고 있는영평사(永平寺)다. 금년이11회란다. 대전에서 너무 가깝기에 몇번 다녀온곳이다. 작은 절이지만 구절초 축제로 전국에 알려진 사찰이다.
구절초는 국화과에 속하는 다년생초,뿌리가 옆으로 뻗으면서 새싹이 나오며 꽃은 하얀색 또는 연한 분홍색이다.
옛부터 부인병에 좋다고 해서 여성들이 겪는 여러가지증상들, 즉 생리증후군에 쓰이는 약재로 알려져 있었다.
속을 보하며 위장에 활동을 주기도 하고 몸안을 따뜻하게 해주는 기능도 있다고 한방에서 전해오고 있기도 한단다. 우린 어릴적에 구절초를 들국화라 불렀다.
하지만 들국화라는 말은 본래 식물 분류학상의 종(種) 이름이 아니다. 그래서 식물학 책이나 식물도감에는 들국화라는 이름의 꽃이나 식물이 나오지 않는다. 구절초,쑥부쟁이 개미취,산국, 해국등 우리 산야에 피고 지는 국화를 통털어 들국화라 불렀다.
간결 단순하고 소박한 꽃 모습에서 구절초가 으뜸이다.뿌리가 옆으로 번지며 무리지어 피기에 더욱 소담스럽다, 양평사 근처에 다다르자 벌써 주변 도로는 차들로 빼곡하다.안내인의 지시에 따라 도로변에 주차를 하고 절을 향해 오른다. 주변 도로엔 구절초 꽃이 만발해 방문자를 반긴다. 꽃을 찾아 나선 벌과 나비들이 꿀 사냥에 여념이없다.
겨울철 식량을 준비중인가 보다. 오르는 길은 전형적인 농촌 마을이다. 김장배추가 자라고 있고, 아직 추수 못한 잘 익은 벼는 농부의 손길을 기다리다 지쳐 맑은 햇살아래서 오수에 졸고 있는듯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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