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속깊이 숨어있는 절, 화암사(花巖寺)를 찾아간다.
전북 완주군 경천면 가천리 불명산(佛明山) 시루봉 남쪽에 자리한, 본사인 금산사에 딸린 절로 1605년 세워졌다는 천년고찰이다.4년전 봄에 한번 왔던곳이다.
가을 화암사를 만나고 느껴보기 위함이다.찾아가는 길은 대전에서 그리 멀지않다. 호남 고속도로 연무대 I.C를 빠져나와 바로 우회전 하여 시골길로 들어선다. 가을 걷이가 끝난 들녁은 이제 빈들이 되여버렸다.
고개를 넘고 산길을 돌아 화암사 가는길 입구. 흔하게 볼수 있는 가게나 식당하나 없는 고적한 길이다.
몇채 안되는 시골 집. 전형적인 농촌 풍경이다.잎새 모두 떨어진 감나무엔 아직 수확하지 못한 노란감만이 햇볕을 쬐고있고 집집마다 곶감 건조실에 주렁주렁 감이 매달려 있다.그 모습이 또 다른 느낌으로 아름다운 풍경을 만든다.
천천히 좁은 길을 달려 산아래 주차장인 공터에 도착했다. 화암사 오르는 길목이 시작된다. 곳곳에 숨겨지듯 자란 감나무,누구하나 손댄 흔적없이 노란감이 잎새없이 남아 있는 모습, 예쁘게 물든 단풍나무, 그 사이길로 오른다.
갈참나무, 졸참나무,서어나무등이 열병하듯 계곡사이에 서 있다. 오르는 길은 돌길이다. 흙 한줌 보이지않는다. 말라버린 계곡엔 떨어진 낙엽만이 무성하다.나무로 가려진 길,천천히 오른다. 내려오는 사람도 별로 없고 그저 조용하다. 지나는 바람에 낙엽지는 소리만 들릴뿐이다.
산속은 신선하고 상쾌하다, 나무가 뿜어내는 피톤치드는 우리의 마음을 평화롭게 만든다.
사람에게는 육체적 에너지와 마음적 에너지가 공존하고 있단다.
산속에서 느끼는 신선함과 물소리, 바람소리,새 소리,작은 미물들의 울음소리 파동이 마음 에너지와 겹쳐질때 보이지않는 기쁨이 표출된다고 한다. 그래서 산에 오르면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은 아닐까? 그런 느낌으로 오른다.
일행중에 얼마전 다리를 다친후 회복된 동행자가 있어 서두름없이 천천히 오르는길, 무작정 정상만을 향해 급하게 오르던 등산길과는 다르다. 보이는 것이 많다, 이런것을 보고 느림의 미학이라고 하나? 나무속에서 간간히 보이는 단풍나무.붉은색, 노란색, 푸르름이 아직 남아있는 색갈의 조합이 정말 아름답다, 아니 곱다. 대부분 이른 서리내림으로 이파리가 시들어 버려 단풍으로 변할 새 없이 말려버렸는데 이곳은 전혀 그렇지않다.
사르락, 사그락 ~~~신발아래 밟히는 낙엽소리, 또한 이런 가을에만 들을 수 있는 소리아닌가? 숲길은 내몸의 오감을 만족시킨다. 귀는 바람소리를, 눈은 아름다운 단풍잎새를, 손은 나무결의 부드러움을, 코에겐 신선한 나무 향기를,혀는 열매의 달콤함을~~~~.
한참을 오르니 산길옆에 어느 스님의 것인지 알길 없는 부도 두기가 나란히 서있다. 그나마 한기는 깨어져 자리만 지키고 있다. 비석이라도 하나 남아 있었으면 좋으련만----.조금 오르니 바위에 타일로 붙혀 만든 복수초 모양의 디자인이 보인다.
이곳은 봄이면 자연 생태계 꽃밭이 된다. 복수초,생강나무, 얼레지, 개암나무,현호색, 제비꽃, 노루귀가 예쁘게 피어난다. 그래서 꽃을 찾아 오는 사람들도 많난다.막바지 철제계단을 오른다.
여름철 홍수기에는 계곡물이 불어 오르기가 어렵고 가파른 절벽이라 철제계단을 설치했단다. 지금 이곳 계단은 또 하나의 문화공간이 되였다. 그림이 있고 시가 있고 흙으로 빚어 구운 작은 꽃들이 걸렸다.
한계단, 한계단 오르다 쉬며 읽는 안 도현 시인의 시(詩). 화암사에 대한 기대감으로 걸음을 재촉하게 만든다. 드디어 밧줄을 잡고 작은 바위를 지나 화암사 입구에 올랐다.
자연이 준 예술적 운치와 돋보이는 나무,숲, 그리고 단청을 거부한채 고고한 자태를 뽐내고 있는 작고 아름다움 절, 소박하고 조용하고 독특한 구조를 가진 고색 창연한 천년 고찰이다.
우선 만나는 보물 662호 우화루(雨花樓).
1층은 기둥을 세워 바깥과 통하게 하고 뒤쪽 2층 마루바닥은 땅과 거의 같게 놓아 건물 안쪽에선 1층으로 보이는 구조. 하지만 지금은 내부 문화재 보수공사 관계로 철판 가림막으로 막혀졌있어 볼 수가 없었다.
돌계단을 올라 절안으로 드는 통로는 영락없는 문간채에 딸린 민가의 대문 모양이다. 이 절엔 절마다 있는 일주문도, 천왕문도, 해탈문도 없다. 이 문짝엔 당시 시주한 사람들의 이름이 마치 아이들이 대문에 낙서하듯 각인되여 있어 더욱 이채롭다.주소도, 시주한 금액도 없이 이름만 덩그런히 새겨 놓았다.
이문을 올라 극락전 앞에 섰다. 우화루와 극락전이 남북으로, 불명당과 적묵당이 동서로 마주 보고 서 있는 입구(口)자형으로 구성되여 꽉막힌듯한 답답함도 주지만 고개를 들어 하늘을 쳐다보면 온 우주가 마당처럼 넓게 들어온다. 우선 방문객을 위해 준비해둔 독에서 생수물 한잔 마시며 적묵당 마루에 걸터 앉아 극락전을 세심히 바라본다.
보물 663호로 지정된 극락전(極樂殿).
우리나라에 단 하나뿐인 하앙식(下昻式)건축구조, 즉 바같에서 처마무게를 받치는 부재를 하나 더 설치한
지렛대원리로 일반 구조보다 처마를 훨씬 길게 내밀 수 있단다. 앞쪽은 목재끝에 용의 머리를 조각해 넣은 반면 뒤쪽은 조각없이 뾰족하게 잘라낸 모습으로 만들었다. 이런 독특한 하앙식 구조로 만들어져 건축가나 건축을 전공하는 학생들의 방문이 줄을 잇는단다.
다람쥐 한마리가 보인다. 돌담넘어 절 구경을 나온 것일까? 아니면 공양생각에 두리번 거리는 걸까? 사람과 익숙해진 탓인지 도망도 가지 않는다.청명한 가을날 햇살이 극락전앞, 하늘 마당에 내린다.
스님은 보이지않고 보살님 혼자서 법당내 청소하시느라 바쁘신 모습이다. 법당을 모두 구경하고 올랐던 계단을 통해 다시내려왔다. 절집을 둘러싸고 있는 돌담이 정겹다. 틀없이 쌓여진 돌담,예쁘게도 쌓았다. 아마도 밤에 짐승들의 출몰을 방지하기 위함아닐까? 돌담길을 따라 주차장으로 오른다.
몇년전 소방도로와 임도(林道)를 겸해 만들어진 길이다. 그 뒷편은 푸른 대나무 숲이다. 대나무 숲속엔 감나무 두그루도 있었다. 잘 익은 노란감이 풍성하게 열렸다.
이제 내려가는 길은 임도를 택했다.
길 섶에 작은 쑥부쟁이 무리가 하늘향해 예쁘게 꽃을 피웠다. 구불,구불한 단풍길 따라 내려오는길.바람도 만나고 꽃도 만난다.
길 꼭대기에서 바라본 화암사(花巖寺)
산이 마치 병풍처럼 둘러쌓이고 계곡옆 평지에 자리한 아름다운 절, 한자 풀이처럼 꽃이 많고 바위가 많아서 그렇게 이름 지었을까?꼭 숨어 있는듯한 느낌이다. 나서기 싫어하는 불자의 모습이랄까? 산과 사찰은 둘이 아니고 한몸, 한 생명인가 보다.
화암사를 뒤로 하고 시장기 해결을 위해 전주에서 진안가는 길목에 있는 화순 순두부집을 향해간다. 가는 길에 대아 댐을 만나고 위봉사와 오 갤러리를 돌아보고 당도한 화순 순두부 전문점, 사람들도 많지만 식당도 넓다.
순두부, 촌두부 한모, 고추전, 생 막걸리 한잔도 곁드린다. 겉절이 김치와 부추도 일품이다. 아!~~그 맛에~어릴적 시골집에서 두부 할때 부뚜막 옆에 걸터 앉아먹던 향수마져 살아난다.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왜 이맛은 이집에서만 느껴질까? 가격도 저렴하고~~~~~.
두부 도너츠로 마무리된 저녁식사.오늘 가을 소풍의 마무리였다.
최한용 webmaster@igsnews.co.kr
<저작권자 © 금산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2024 금산 보곡산골 산벚꽃축제 성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