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와 숲이 그리운 날엔~~~~~.

휴일의 아침, 날씨는 영하의 기온으로 뚝 떨어졌지만 난 그대들이 그리워 산을 찾아 나섰다.입김이 하늘 향해 오른다. 모자를 쓰고,두툽한 점퍼를 걸치고 등산화 끈을 단단히 조여맨다.

동녘에 해가 오르자 대지도 잠에서 깨어난다. 차가운 산자락 주변, 떨어진 낙엽위엔 서리가 하얗게 내렸다.천천히 오르는 길, 이건 등산이라기보다 산자락 둘레길 산책이다. 아직 푸르름을 지니고 있었던 이름모를 작은 나무, 찬서리에 푹 삶아져 버린듯 잎은 쳐져 버렸다.

산에 오면 좋다, 신선한 바람을 만나고 향긋한 숲향이 나를 유혹하기 때문이다. 숲속을 지나는 바람, 그들은 억새 대궁사이를 지나며 스윽~스윽 ~기분 좋은 소리를 만든다. 산길은 굴곡과 높,낮이가 있고 바위를 넘고 가파른 계단을 올라야 하는 과정이 필수다.

산새들도 만난다, 청솔모도,다람쥐도 만난다. 작은 개미도 만나고 꽃 찾아 맴도는 벌들도 만난다. 자주 오르는 산주변의 나무도 보기에 따라 늘 느낌이 다르다.

같은 모양의 나무는 없다, 종(種)만이 같을뿐 그 자란 형태,가지 뻗은 방향,굵기,크기, 뿌리형태, 성장속도----등등 우리사람들 마다 얼굴이 다르듯 그들도 모두 다르다.

나는 산에 가면 나무들을 많이 안아주고 싶다, 아니 안아준다. 그저 사랑스럽고 대견 하기에---. 잘 자랐다고--더욱 멋지게 성장하라고 말도 건네본다.그러면 그들도 고맙다고 인사를 받아주는 것 같다.

그게 의사 소통 아닐까? 말 못하는 식물, 그저 산속 한 자리에서 평생을 살아가야하는 운명을 타고 났지만 그들은 삶을 포기하거나 원망하지 않는다.모진 가뭄도 참아야 하고,강한 태풍에도 견더내야 한다.한 겨울 눈(雪) 무게도 이겨야 한다.

세상의 이치는 같은 것일까? 사람들도 늘 행복스럽지 않듯 산속 나무들도 나름대로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가는가 보다.

성장 속도가 느리면 주변 다른 나무 그늘 때문에 햇볕을 흡수할 수 없을 것이다.그래서 밀식(密植)을 하면 넓게 심은 나무들보다 하늘향해 오르는 속도가 훨씬 빠르다고 한다.

나는 어린시절을 산골에서 보냈다. 동네 앞산, 뒷산은 우리들의 놀이터였다.
봄이면 진달래꽃 붉게피고, 여름이면 무성한 숲 그늘에서 쉬고, 가을이면 낙엽진 산길에서 구루몽의 시(詩)을 읊고, 겨울이면 경사진 비탈산길에서 눈 썰매를 탓다. 그 당시 산은 지금처럼 나무로 우거진 산이 아니었고 나무도, 숲도 거의없는 민둥산이였다.

집집마다 불을 때야 하는 구들장 형태의 아궁이 구조다 보니 산에 나무가 남아나지 못했다. 우선 난방과 취사를 해결해야 했기 때문에 대책이 없었다.

산에 나무 벌목을 방지하기위해 산감제도가 있었고 나무조사라도 동네에 뜨면 우리네 아버지 어머니들은 나무감추기에 여념이 없었다. 그러다 보니 여름 홍수철에는 비가 많이 내리면 산사태가 나고 토사(土砂)는 논과 밭으로 흘러내렸다. 그후 정부에서 주관으로 사방(砂防)공사,녹화사업이란 명칭으로 산에 나무심기에 총력을 기우렸다.

매년 식목일 날에는 어린 초등교 학생까지 동원해 산에 나무를 심었다. 우선 잘 자라고 뻗어가는 성질이 강한 아카시아 나무가 주종을 이루었다. 아카시아 나무는 뿌리로 번지기도 해 금새 주변 산을 푸르게 만들었다. 하지만 가시가 있어 화목으로 쓰기엔 어렵움이 많았다.

아카시아 나무를 화목으로 쓰기 위해선 가시때문에 두툽한 가죽장갑이 있어야 했다. 그런 과정에서 아카시아 나무는 일본인들이 조선 땅을 망치게 하기위해 심었다는 오해의 말이 돌기도 했던게 사실이였다.나도 어릴적 많이 들었던 기억이 지금도 머리속에 생생하다.

그리고 뿌리가 옆으로 번지는 특성때문에 조상의 묘를 파고 든다고 해서 묘소 근처에 있는 아카시아 나무는 뿌리까지 파헤쳐 캐내는 일도 많았다.

그후 도심에선 연탄(구공탄)이 확산되고 석유 곤로가 취사에 적용되고 가스렌지가 주방에 설치되고 방에 온수 보일러가 놓이기 시작하면서 나무 땔감이 감소하자 자연스럽게 산은 푸르게 변하기 시작했다.

그후 산의 녹화사업도 푸르름 위주에서 유실수 심기로 바뀌어져 우리 동네 뒷산에도 밤 나무가 심겨지기 시작했다. 그게 대략 1970년대 중반이였고, 고(故) 박 정희 대통령이 경제개발 추진과 함께 강력하게 추진된 정책의 하나였다.

그로 부터 대략 30년이 지난 지금 고향 뒤산에는 그때 심겨진 밤나무가 이젠 고목이 되였다. 덕분에 매년 많은 밤을 수확할 수 있어 농촌 가계의 수입원이 되고있다. 매년 추석때쯤 고향 가서 밤 줍는 일이 또 다른 즐거움의 하나가 되였다.

지금은 전국 어디를 가나 산에 나무와 숲이 울창해 사람조차 들어가기가 힘들정도가 되였다. 산에 나무가 뺴곡하다.

일년에 한번 하는 조상님 벌초를 하기위해서도 진입로부터 제초기를 돌려 길을 내야만 할 정도가 되였다. 농촌에도 나무가 지천이지만 땔감은 전기심야 보일러나 기름보일러가 난방을 대신한지 오래되였다.

산림 녹화는 소득 수준과 비례하게 되여있다. 1980년 일본을 처음 방문 했을떄 그들의 산을보고 놀랜적이 있었다.

산마다 푸르고 나무가 빼곡해 아!---우리는 언제나 저렇게 될까 했는데 금새 우리산도 그들 못지않게 변해 버렸다.

나는 북한을 방문 한적도, 금강산 관광도 다녀 온적도 없다. 단지 가끔 텔레비젼에 소개되는 풍경사진을 보면 관광지를 제외한 북쪽의 산은 대부분 민둥산이였다. 아직도 땔감을 나무로 활용 하고 있다는 것을 금새 알 수 있었다.

지금 우리나라에선 산림수목의 올바른 성장을위해 지자체에서 많은 돈을 들여 간벌 작업을 하고있다. 하지만 그때 베어진 나무를 운반이 힘들어 산에 놓아두고 있다보니 만에 하나 산불 발생시 불 쏘시게 역할을 한다는 걱정스런 얘기를 들었다.예전 같으면 나무 등걸 하나 남아있지 않았으련만------.이런 저런 나무 생각을 하며 산을 오른다.

나무는 그 종류도 많다. 하지만 이름 아는 나무가 그리 많지않다. 식물 도감이라도 한권 구입해서 관심있게 읽어 보아야겠다. 관심이 있으면 기억이 새로워 지는것은 당연 하니까.우리가 흔히 부르는 참나무란 이름의
나무는 식물도감에 없단다. 졸참나무, 굴참나무,상수리나무, 갈참나무---등 나름대로의 이름이 있다지만 무언이 어떻게 다른지 나는 잘 모른다. 그저 통칭으로 참나무라 들어왔고 지금도 그렇게 알고 있었다.

나무와 숲은 우리에게 주는 것이 너무 많다.우선 그늘을 만들어 주고,새를 불러 들이고 곤충을 끌어들여 자연을 정화시켜 환경을 개선 하기도 한다.도토리 같은 열매를 주어 동물들을 살 찌우고 살아가게 만든다.

피톤치드라는 나무 특유의 향기를 뿜어 우리사람들의 마음을 평화롭게 만들기도 하고 우울한 기분을 전환시켜주는 역할도 한단다.

나무를 사랑하자. 말은 못하지만 그들과 정겨운 대화를 나누어 보자.
산에 오르면, 아니 나무를 만나면 안아주고 보듬어 주어보자. 나는 그들이 그리운 날엔 그저 산에 오른다.산에서 나무도 만나고 새도 만나고 바람도 만난다. 자연이 좋은 이유아닐까?

최한용 webmaster@igs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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