벗이 있어 행복한 날.

지난 토요일 저녁에는 오래된 벗들과의 정기 송년모임이 있었다. 이름 하여 67동우회. 우린 1967년 3월, 어린모습으로 만났다.

중학교를 졸업하고 청운의 푸른 꿈을 안고 새로운 학업의 장에서 만난 우리들, 그들과 남다른 우정을 쌓아온지 벌써 올해로 43년이 흘렀다. 강도 흐르고 세월도 흐르고 역사도 흘렀다.

강산이 네번을 바뀌는 역사의 괘적을 남겼다. 우리는 일년에 두번 만난다. 여름날은 친구의 바닷가 별장에서 만나고, 년말쯤 송년을 겸해 정기모임을 갇는다.

물론 그 사이 자주 만나는 친구도 있고, 대소사에서 만나는 경우도 많지만 공식적인 만남은 년말 정기송년 모임이 있는 날이다.

지금까지는 대부문 고향인 충주에서 많이 모였지만 이젠 이곳 저곳에서 돌아가며 만난다. 이번엔 내가 사는,아니 국토의 중심지라 오,가는데 불편이 적은 이곳 대전, 유성에서 만났다.

이젠 모두들 머리는 히끗 히끗해졌고 얼굴엔 삶의 이력이라는 주름골이 새겨졌다. 대부분 할아버지란 별칭을 가졌고 우리가 어릴적 부르던 환갑노인이라던 명칭이 우리를 지칭하기에 이르렀다. 그만큼 세월은 흘렀고 나이듦의 과정이였다.

교직에 있는 몇몇을 제외하고 이제 대부분 직장에서 정년을 마쳤거나 호적 나이가 줄어 한,두해 남겨진사람이 전부다. 외로워진 나이다. 이젠 새로운 인생2막을 준비해야 하는 시기가 도래하기도 했다. 그런 나이지만 우리들은 만나면 그 시절로 되돌아 간다. 소주 한잔 돌고 나면 목소리가 점점 커진다.

회장 인사에 이어 회계 보고가 끝나고 2년 임기인 임원 선출이 이어진다. 임원이라야 회장, 총무가 전부다, 통상 이런 모임의 임원을 서로 맡으려 하지않는다. 특히 총무가 그렇다, 대소사 연락해야 하고, 비용 관리해야 하고, 축의금, 조화 배송도 맡아야 한다.

모임을 알리는 문자도 보내야 하고, 모임 장소도 수배하고 예약도 해야 한다. 문자도 모자라 전화도 하고,이메일로 모임의 글도 다시 보내야 한다.

얼마나 귀찮은 일인가? 하지만 우린 어제 달랐다. 솔선수범 총무를 자기가 하겠다고 나선 친구가 있어 수월하게 임원 선출이 끝났다. 얼마나 다행인가? 스스로 귀찮은 일을 봉사정신으로 하겠다니----. 우린 관례상 전임총무가 회장을 맡기에 총무만 선택하면 선출은 끝이다.

이제 식사를 겸해 소주 한잔 나누며 삶의 얘기를 나누며 정보를 공유한다. 하는 일은 어떻고 자식들은 언제 결혼 시킬예정이고 정년을 하면 무슨 계획을 가지고 있다는 등 주변 얘기로 분위기는 끌려간다.

대학 교수 하는 친구는 아직 정년이 5년이나 남았다는 얘기에 모두들 부러운 눈치이고 대기업 협력업체로 설비분야 사업을 하는 친구는 해외사업장을 돌아 다녀야 하기에 년중 반은 해외를 오가야 한단다.

기술 고시를 패스해 특허청에 근무하던 친구는 벌써 변리사로 개인사업을 시작한지 20주년이 되였다고 하고 충주에서 고향을 지키며 바쁘게 자영업을 하던 친구는 이번 본인소유 땅이 4대강 사업을 위한 부지로 편입되여 보상금만 100억(?)정도 된다고 하니 모두들 입이 다물어 지지않는다.

굵직한 국영 기업체에서 고위 간부까지 마친 친구는 내년 말까지 정부에서 주는 봉급을 받으며 새로운 사업인 공인 중계사 개업을 위한 일을 추진 중이란다.

한 친구는 음악을 다시 배우고 있단다.연주회도 가졌다고 한다. 그리고 또 한 친구는 서예와 미술를 배워 이젠 작가의 반열에 오르기도 했다.

아~~~~부러운 모습들이다.대단한 열정이다.

그럼 나는 그 동안 무엇을 했을까? 스스로 말하는 즐겁게 살아온게 전부일까. 나도 자랑 좀 해야할까 보다.이번 연말에 5권째의 산문집(300페이지)이 출간된다.

취미로 써온 나의 일기장이자 메모집이긴 하지만 나의 기록물이기에~~~~~. 책이 출간되면 모든 친구들에게 우송 해주리라--.읽든 안 읽든 그건 받는 사람의 몫이니까---. 모두가 새로운 영역을 추진하기위한 힘찬 발 걸음을 내딛고 있는 것이다.

정년이라고 좌절하거나 망설이지않고 두려움없이 새로운 분야를 개척 하는 모습에서 대단함을 느꼈다. 먹고 사는 일도 중요하지만 일거리 없이 산다는 것은 더욱 힘든일이다.

우리 어릴적에 비해 삶은 윤택해지고 건강을 추구하는 각종의료 기술의 발달과 영양 풍부한 건강식은 우리사람들의 평균수명을 많이도 연장시켰다.

물론 좋은 일이다. 환영해야 할일이다.하지만 건강이 보장되지않는 삶의 연장은 축복이 아니라 어쩌면 벌이 될지도 모른다.

스스로 움직이고 맑은 정신으로 활동 할 수 있는 삶이 진정한 삶이고 오래사는 축복이 되는것이다.일거리을 갖는다는 것이 꼭 부(富)의 축적만을 목적으로 생각해선 안된다. 건강하고 활력있게 사는 한 방법의 수단이면 된다.

더 이상 부의 축적을 생각한다면 그건 욕심이 되지 않을까? 욕심엔 끝이 없겠지만 삶을 즐기는 것이 더 중요한 나이가 되였다.

아침에 일어나면 가야 할곳이 있어야 한다. 돈을 벌기보다 소일거리가 있어야 한다. 할일 없는 삶처럼 지루함이란 없다.

사람들과의 만남, 서로 취미가 같은 사람들과의 소통,그리고 그 일과 취미를 통해 얻는 성취감이 또 다른 행복이 되고 삶의 활력소가 되는 것이다. 언젠가 조선일보에 연재되는 조용헌 싸롱에서 본 글이 기억난다.

인생에서 피해야 할 것이 3가지가 있단다.

첫째, 소년 등과(小年登科) 둘째, 장년 상처(狀年喪妻) 세째, 말년 궁핍(末年窮乏) 이란다.

삶을 사는데 있어 너무 어린나이에 과거에 급제하는 것도, 중년에 상처를 당하는 것도 피해야 하지만, 말년에 궁핍함도 피해야 한단다.노년 빈곤은 더욱 사람을 추하게 만든다. 힘들게 만든다.삶을 어렵게 만든다.

이젠 자식들에게 우리의 삶을 의지할 수 만은 없다. 스스로 영위하는 삶을 개척해야 할떄다. 국민 연금이 있긴 하지만 그에 의존하긴 너무 부족하다.

아직 힘이 있을때 무엇이든 해야한다. 돈을 벌겠다기보다 스스로 삶을 꾸려가기위한 준비아닐까? 이젠 손자도 귀엾다는 말만 가지고는 재롱을 떨지않는단다.무언가 손에 쥐어줘야 한단다. 돈 없는 할아버지가 아니어야 한단다.

사랑만으로 부족하단다. 용돈도 주어야 하고 장난감도 사주어야 좋아하는 시대란다.어쩔수 없는 세태아닌가? 자식들도 마음은 있겠지만 그들 나름대로 살아가기도 힘이 들것이다.

엄청난 집값, 아이들 사 교육비.자동차 연료비ㅡㅡㅡ등등 돈을 써야 할곳이 많으니 부모님 모시기도 어려운게 사실이다. 가능 하다면 그들에게 신세지지 않는 삶을 살았으면 한다.

그런 저런 얘기로 토요일 밤은 깊어간다. 서울, 대구, 인천,충주--등 각지에서 단지 하나 벗들의 얼굴을 보기위해 모인 친구들, 이젠 다시 돌아가야 할 시간이다.

교통이 편리해지다 보니 이젠 1박2일의 모임 패턴이 없어졌다.아쉬움을 남긴채 내년 모임을 기약하며 각자 발길을 돌린다.

모두들 한마디씩 하는 말의 공통점은 "건강해야 한다" 였다. 스스로 움직이고 적당한 운동과 건강 검진을 통해 몸 관리에 남다른 신경을 써야 할 나이이기 때문이리라---.아푸지 말아야 한다.눕지말아야 한다는게 공통된 얘기였다.

굿 바이.~~~벗이 있어 행복했던 모임이였고 시간이였다. 내년 모임엔 무엇이 대화의 주제가 될까?

최한용 webmaster@igs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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