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산 오르기. - 금산신문

겨울산에 오름니다. 계속 추웠던 날씨는 산에 쌓인 눈을 녹이지 못하고 쌓아두고 있습니다.그것도 아주 미끄럽게---.겨울산, 하지만 나름대로 매력이 있기에 산을 향해 발길을 옮깁니다. 바람불어 소나무위에 쌓인 눈덩이가 비산합니다. 하얀 떡가루 같기도 하고, 안개가 얼어 바람타고 날아 내리는듯 합니다.

바람 일렁이고 햇살마져 구름에 가려버린 일요일 오후, 단단히 준비하고 오름니다. 귀를 덮을 수 있는 모자를 쓰고, 털 장갑끼고, 목도리도 둘렀습니다. 미끄러지지 않으려 등산화에는 아이젠 까지 장착했습니다.
뽀드득 ~~뽀드득~~~. 눈 밟히는 소리가 경쾌합니다. 아이젠 덕분에 미끄러운 경사도 가볍게 발이 옮겨집니다.여름내 집 베란다 구석에서 잠자던 아이젠, 언제 구입했는지 기억조차 없어진 지금,그래도 지참 하길 잘 했습니다. 요즈음은 등산장비는 물론 방한복등의 기능이 너무좋고 편리합니다. 덕분에 조금만 신경쓰면 이렇게 추운날도 큰 불편없이 산에 오를 수가 있습니다.

나무 사이로 불어 오는 바람, 몇개 남겨둔 가랑잎을 흔들어 댑니다. 앙상한 가지마다 바람부는 반대편으로 하얀 눈을 붙이고 있습니다. 휴일이건만 추위 때문인지 등산객도 많이 줄어버렸습니다. 묵묵히 걷습니다, 겨울산은 나름대로 매력이 있습니다. 횡~~하니 산의 속살을 보여주곤 있지만 그 모습에서 산의 윤곽이 뚜렸이 나타납니다. 굴곡진 산세, 깊은 계곡, 얼키고 설킨채 서 있는 잡목들, 나름대로의 생을 이어 갑니다. 지금이야 성장을 잠시 멈추긴 했지만 다시 돌아 올 화려한 봄을 위해 뿌리는 땅속에서 쉼 없는 준비를 하고 있을 겁니다. 우리에게 보여지는 모습만 그대로 서 있을 뿐이겠지요.

지난주 이곳에 오를땐 쌓인 눈 때문에 소나무 가지가 무척 힘들어 했었는데 부러짐 없이 잘 견뎌 주었네요, 조금 가벼워졌는지 처짐이 많이 줄어 들었습니다. 어릴적 산골 마을에 살때보면 한 겨울 눈 무게를 이기지 못한 소나무 가지들이 밤마다 "쪄억~~쪄억 ~~" 소리를 내며 부러지곤 했었지요. 깜깜한 밤의 적막을 깨는 소리가 이 골짜기, 저 골짜기에서 들려 오곤 했지요.그 당시 웬 눈은 그렇게 많이 내렸던지~~~. 며칠후 산에 올라보면 소나무들이 상처 투성이였습니다.성한 나무가 없었습니다.

그것도 버림의 미학이라 볼 수 있일까? 낙엽떨군 활엽수들은 앙상한 가지만 남아 눈이 쌓일 수가 없으니 부러질 가지도 없었지요,독야청청 푸르름을 간직하던 소나무들만이 깊은 상처를 입었지요. 그런 나무모습에서 또 한번 배우는 무소유의 깊은 진리입니다. 버릴것은 버려야 한다는 진리 아닐까요? 자연 속에도 철학은 있나 봅니다. 미끄러운 길을 아이젠 덕분에 수월히 오름니다, 아이젠 장착하지 못한 등산객들이 내리막 길에서 주춤입니다.정말 겨울 산행은 조심해야 합니다. 미끄럼에 넘어지기라도 한다면 큰 부상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지요.

작은 산새들도 겨울이 힘겨워 보입니다.이 나무 저 나무로 떼지어 날아 들지만 눈 속에서 먹을것 찾기가 힘든가 봅니다.앙상한 피기없는 발가락으로 나무가지 잡고 있는 모습이 불쌍하게만 보여 집니다. 저 산새들도 어서 겨울이 가기를 희망하고 있겠지요. 먹이 풍부하고 햇살 맑은 봄날이 그립겠지요, 어서 그 날이 와서 새집 짓고 알을 낳아 부화 시켜 새 생명을 탄생시키며 살아가고픈 마음일겁니다. 자꾸 등산객들이 머무는 곳 주변으로 모여 듭니다, 먹을것 부스러기라도 얻어 먹은 적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과자나 빵 부스러기라도 이 다음엔 들고 와야겠습니다.힘든 겨울을 이겨내는 새들에게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게~~~.

앞만 보고 오르는 길, 미끄럼을 느끼지 못하니 보폭도 넓고 빠름니다. 찬 바람이 귓가를 스치지만 등에선 작은 땀이 흐름니다.이게 운동의 매력이자 겨울 산행의 달콤함이지요,추위가 느껴지지않습니다, 오히려 바람이 시원합니다. 다리에도 근육이 탱탱해집니다, 힘이들긴 하지만 피곤함이 아닙니다. 오르고 내려가고 다시오르고~~~. 그런 과정이 반복되는게 산 오르기입니다.

자주 오르는 산길도 늘 느낌은 다름니다, 모습도 다르게 보여집니다. 늘 같은 모습은 없습니다.같은 길, 같은 나무를 만나도 늘 다른 느낌. 그게 또 오르게 만드는 매력이지요, 요즈음 웰빙 열풍을 타고 등산인구가 참 많이도 늘었습니다, 좋은 현상이지요,우선 산에 오르는 것은 비용이 들지않고 별다른 준비가 필요없는게 장점이지요, 주변에 산도 많고 길 잃어버릴 염려도 없고--. 간단한 준비운동과 마음만 먹으면 오를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겨울 산행은 늘 조심해야 합니다, 우선 눈길에서의 낙상사고 예방이 중요합니다. 너무 쉽게 보고 가벼운 차림으로 올랐다간 갑자기 찾아 올지도 모를 기온 강하로 문제가 될 수도 있답니다. 언제나 유비무환(有備無患)이 최고입니다.

정상에 올랐습니다, 꼭 목표가 정상은 아니였지만 오르다 보니 더 오를 곳이 없습니다. 저 아래 희미하게 우리들의 삶터가 보입니다. 높게만 올라가는 신축 아파트,도심은 회색의 콘크리트 건물 뿐입니다. 그 사이 사이, 빈자리를 아스콘으로 씌워버린 도로들,차가 빼곡히 줄지어 갑니다. 높은 굴뚝에서 연기가 하늘 향해 피어 오르고 도심과 산은 그 색갈로 확연히 구분됩니다. 저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은 모두가 행복할까? 그들은 갈등이 없을까? 겉은 화려하지만 그곳에도 갈등,시기, 증오,욕설,성냄은 존재 하리라.100년도 못사는 우리네 인생. 사랑하며 살아도 모자랄 시간인데 신문 지상은 늘 삶의 추악함으로 얼룩져 있습니다. 모두가 버리지 못하는 욕심때문이리라. 버려야 마음이 편하다는 데 버리기도 이렇게 어려우니 삶의 본 의미는 그런것일까?

이제 다시올라온 길을 따라 또 내려가야 한다. 그게 삶이고 인생 살아가는 길이니까 산은 언제나 좋다, 이렇게 추운 겨울날도 좋으니 봄, 여름, 가을은 말할 필요도 없다. 자주 오르리라, 이런 만족감을 또 느끼기위해~~~~,

최한용 webmaster@igs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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