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이 만개 했다. 정말 화사한 벚꽃.
꼭 나무가지에 눈이 쌓인듯 나무 가지마다 하얀 꽃송이가 주저리주저리 피었다. 하나, 둘 피고 지고 또 피는 일반 꽃들과 달리 벚꽃은 일시에 모두 피었다가 일주일 정도 화사한 모습을 보여 주고 거의 동시에 꽃잎을 떨군다.
너무 아름답지만 개화 기간이 짧아 아쉬운게 흠이랄까. 하지만 화사하고 탐스런 꽃모습은 너무 아름답기에 봄철 우리를 꽃나무 밑으로 끌어 들인다.
이곳 금산, 대전인근에도 아름다운 벚꽃 단지가 꽤 많다.
대표적으로 신탄진 담배·인삼공사 주변은 늘 이맘때면 벚꽃축제가 열리고 있고, 동학사 벚꽃, 옥천 국도변, 조금 멀리는 전주, 군산간 국도 변에도 벚꽃이 아름답다. 특히 군북면 산안리 산벚꽃 단지는 자생 벚꽃으로 유명해진 곳이다.
하지만 그렇게 이름난곳은 사람과 차의 홍수로 휴일이면 찾아가기가 힘들다. 벚꽃시즌 동학사 입구 주변은 휴일이면 진입하고져 하는 차량 행렬이 유성 I.C부근부터 밀린다.
똑같은 벚꽃이련만 그렇게 밀리고 밀려도 찾아 가는 사람들이 있으니 정말 용감하다. 조금 수고하면 근교 한적한곳 어디서나 아름다운 벚꽃을 볼 수 있으련만 꼭 그렇게 사람들이 몰리는 곳을 찾는 이유는 왜 일까?
혼자는 외롭기 때문일까, 다들 남이 가니 나도 가야겠다는 군중심리일까. 아니면 그런 대중들을 상대로 벌어지는 이벤트와 상술 속에 빠져 보고픈 마음에서 일까? 사람들이 모이는 곳엔 사람들을 상대로한 장사꾼이 생겨나게 마련이다.
팔도 엿장수, 품바 공연, 노래자랑, 막걸리와 파전, 부침개가 필연적으로 따라 나오는 먹거리, 그리고 그 속에서 벌어지는 사람들의 흥겨운 모습.
뭐 그런 것들이 있어 조금은 색다를지 모르지만 나는 그런 혼잡하고 차속에서 기다려야 하는 곳엔 가지 않는다. 한적한 곳이 더욱 좋다. 특히 늘 내가 오가는 출근길 산내를 지나 옥천군으로 연결되는 곤룡터널입구 조금 아래엔 수령이 꽤 되어 보이는 벚꽃나무 단지가 있다.
키도 크고 적당히 옆으로 가지가 뻗은 나무엔 그야말로 꽃대궐을 차렸다. 별도로 찾는 사람들도 없다. 그저 2차선 도로를 오가는 얼마 안되는 교통량뿐이다. 산속이라 시내 보다는 조금 늦게 개화한다는 것과 일부러 찾는 사람이 없다는 것, 너무 조용하다는것 하지만 정말 아름답다는 것이다.
지난 일요일 날씨 화창한 봄날 오후 나 혼자만 보기가 너무 아까워 가족들과 그곳을 찾아 벚꽃나무 아래서 시간을 보냈다. 하얗고 보드러운 작은 꽃잎, 만개한지 며칠 지나서인지 불어오는 산들 바람에 꽃잎은 너울너울 춤추며 꽃비를 내리고 연인인 듯한 몇 쌍은 사진 찍기에 바쁘다. 이리 저리 몸을 돌리며 포즈 잡기에 시간 가는줄 모른다.
꽃속에 취해 가벼운 마음으로 차를 금산 추부 터널 옛길로 방향을 잡고 고개를 넘는다. 대전·진주간 고속도로가 개통되기전 늘 다니던 옛길. 길은 그대로 남아 있건만 변한 것은 차량이 쉬엄쉬엄 오가는 한적함이다.
이렇듯 새로 난 길은 금새 차량들로 붐비고 옛길은 이제 그 정취만 남았다. 만인산 휴게소. 그곳도 아름다운 꽃동산이다. 옛길이기에 조금 한적할줄 알았는데 주차장엔 차들이 가득 차고 식당엔 사람들로 붐빈다.
간단히 식사를 하고 내친김에 복수면 방향으로 돌아오기로 했다. 화창한 봄날 오후 차안은 덥다. 차창을 열어 시원한 산바람을 맞는다. 바쁨이 없는 드라이브는 즐겁다. 따라오는 차 있으면 먼저 보내주고 그저 이곳저곳 산자락의 붉은 진달래 보며 라디오에서 흐르는 노래에 맞추어 콧노래 부른다.
태고사 입구로 진입한다. 넓은 저수지에 햇볕 반사되어 출렁이는 물결은 은빛 반짝임을 영롱하게 비추어 댄다. 산자락 벚꽃은 아직 덜 피었다.
산중이라 기온차이가 심한 모양이다. 식물들은 무엇으로 꽃피울 날을 점검할까? 아니다 그들도 생명체인데 감각기관이 있으리라. 때되면 꽃 피우고 열매 맺고 가을이 오면 잎새 물들이며 겨울준비 하리라.
태고사는 언제 등산와서 오르기로 하고 먼 곳에 벚꽃길이 보이기에 그리로 향한다. 대둔산자락에 몇 년 전 오픈한 에딘버러 골프장 입구다. 입구 도로 양옆에 심어진 벚꽃이 정말 아름답게 피었다.
조금 구부러진 2차선도로 양옆, 조성된 곳이긴 하지만 벚꽃길이 터널을 이루었다고 표현해도 과한 것은 아니리라. 골프장을 오가는 차량만 몇 대 보일뿐 한가한 도로다.
차를 길옆에 정차하고 꽃길을 걸어 오른다.
잘 조성된 키 큰 적송이 보이고 넓은 주차장, 그리고 클럽 하우스가 예쁘게 앉았다. 골프 코스엔 벌써 푸르름이 돋았고 그린은 푸르다. 주변에 심어진 이름모를 꽃들이 정겹다. 하얀 공이 자연을 가르며 날아가고 포장된 작은 길을 따라 전동카트가 움직인다.
벚꽃, 사쿠라는 일본 꽃이라 해서 우리는 싫어했다.
아니 지금도 일부 그런 감정이 남아 있을지도 모른다.
일본인이 조선에 심은 사쿠라 꽃은 조선인에게는 일본 식민지 상징이었다. 그래서 서울 경복궁의 사쿠라 나무는 일본 식민지로부터 벗어난 해방 50주년 기념 준비 행사 때 잘려 나가기도 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무궁화의 의미를 일본의 사쿠라 꽃과 대칭적으로 보고 강하지만 그 힘이 오래 지속되지 않는 사쿠라 꽃이나 일본인과 달리 무궁화 꽃은 한국인과 같이 끈기가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일본의 국화(國花)는 사쿠라가 아닌 국화(菊花)이다.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日本).
일본 시마네 현의 「다케시마의 날」 제정으로 시작된 한일간의 독도 영유권주장과 역사 교과서 왜곡으로 인한 한·중·일의 첨예한 대립으로 한일, 중일 관계가 급랭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은 2005년을 우정의 해로 정하고 한정 기간이긴 하지만 6개월간 일본 방문 비자를 면제해 주고 있다.
하지만 독도, 역사 교과서 문제로 제기된 응어리는 풀릴 줄 모르고 점점 어렵게 만들어 가고 있다.
그들의 속셈은 무엇일까?
우경화. 군국주의, 제국주의 이데올로기는 애국주의와 美의 가면을 쓰고 안개비처럼 스며드는 것일까?
화사한 봄날. 하얀 벚꽃 나무아래서 일본을 다시 생각해 보며 시(詩)한수 적어 본다.
나무에서 보이는 꿈
나무들의 모습이 하루하루가
다르게 변해 갑니다.
새잎새 피어낸 느티나무가
연초록으로 단장했습니다.
단풍나무 잎새는 이름에 걸맞게
붉은색 새순을 밀어 올렸습니다.
가장 늦은 감나무 검은 가지에도
푸른 초록이 머물기 시작 했구요
늘 푸른 소나무 솔잎도
겨울의 푸른 모습과는 확연히 다름니다.
솔잎마다 생기가 담겨 있어
보입니다. 윤기가 있습니다.
늘 검게 보이던 저 산자락도
이제 푸른 모습으로 옷을 갈아
입기 시작 했습니다.
그 속에 눈을 뿌려 놓은 듯
희끗, 희끗한 모습으로 보여지는 것은
모두가 벚꽃나무 입니다.
산 벚꽃은 저렇게
흩어져 살아가는 나무인가 봅니다.
나무에서 볼 수 있는 봄
무척 아름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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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금산 보곡산골 산벚꽃축제 성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