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꽃나라, 산꽃 여행

보곡산골, 산꽃 축제장을 다녀왔다.

환경부는 군북면 산안리 자진뱅이 마을을 생태 마을로 선정했다고 한다.
생태 마을이란 자연 환경이 잘 보전되고 있거나 주민의 노력으로 자연 친화적인 생활양식을 가꾸어 나가는 마을을 의미한단다.

생태 마을로 지정된 자진뱅이 마을은 국내 최대 산 벚나무 자생 군자락지가 있고 생태 연못, 원두막 등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어 경관이 빼어난 곳이다.

그곳 산꽃 축제장을 찾아 나섰다.
군북면사무소를 지나 상곡리 방향으로 고갯길을 오르자 벚나무 가로수 만개하고 산들거리는 봄바람에 꽃잎이 꽃비를 만든다.

산자락에 무리지어 피어낸 연분홍 진달래가 탐스럽고 조팝무리 하얀 꽃들이 다투어 피었다.
「사랑이 꽃피는 언덕」이란 문패가 붙은 예쁘고 아담한 별장을 지나 고갯마루에 오르니 옛 기와와 아름다운 목재로 지어진 큰 정자가 나를 반기고, 산벚꽃길 이정표 선명한 길을 따라 내려간다.

산으로 포근히 둘러싸인 마을은 마치 연꽃의 한가운데 모습처럼 느껴지고 봄 햇살이 눈부시다. 연분홍 꽃잔디가 만발한 시골 농가 담 아래 양지쪽.

한가로운 정취가 남아있다. 차는 길 따라 흐르고 축제장임을 알리는 깃발이 펄럭인다. 입구에 이르니 안내소인 듯 천막이 설치되어 있고 몇 사람이 지나는 우리에게 반가운 눈인사를 보낸다.

평일 오후라서 그런지 사람들은 많지 않다.
안내 표지판을 따라 꽃길을 오른다.

이곳 저곳 펼쳐지는 꽃세상. 아래쪽은 벌써 만개한 벚꽃잎이 바람타고 두둥실 떠 오르기도 하고 멀리 멀리 날아가기도 한다. 비포장도로, 굴곡진 부분에 자갈을 깔아 놓아 차량 진행에 무리는 없지만 덜컹거리는 소음에 운전자는 신경이 쓰인다.

벚꽃나무 아래 몇몇 분들이 사진 찍기에 바쁘고 꽃잎 잡아 당겨 향내 음미하는 연인들의 모습이 정겨워 보인다.

산벚꽃, 진달래, 조팝꽃
꽃도 꽃이지만 연초록 잎새들의 아름다운 모습에 더 매력을 느낀다. 순수하고 보드라운 그들의 모습, 버드나무 새순, 단풍나무잎, 떡갈나무 잎새, 땅을 밀치고 고개 올린 새싹들.

산자락 아래부터 정상까지 초록 세상으로 바뀌었다. 겨우내 찬바람 이긴 마른 가지에 생명이 움트고 새로운 생(生)의 세계가 펼쳐지고 있다.

새들도 바쁘다 날개짓 소리가 더욱 선명하게 들리고 짝을 지어 창공을 가르는 그들의 모습에서 진정한 자유를 느낀다.

거침이 없는 비행, 그 아름다운 비행을 누가 막을 수 있을까?
날고 싶으면 날고, 가고 싶은 곳 있으면 언제라도 갈수 있는 그들.

하지만 그 자유스럽게 보이는 그들에게도 참혹한 겨울이 있었음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그런 난관을 참고 이기며 지낸 겨울이 있었기에 지금은 더 행복해 보이지 않을까?

우리네 인생의 삶도 마찬가지라고 말하고 싶다.
남들은 모두가 행복해 보이고 부러운것 없이 사는 것 같고 어떤 것이든 잘되는 것 같지만 그 보이지 않는 이면엔 나름대로의 고충과 고난이 함께 하기 마련이다.

단지 보이지 않고 스스로 느낄 수 없기 때문이다.
일부 사람들은 본인만이 불행하고 가난하고 부모 잘못 만나 고생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본인이 난관을 극복하고 노력하기보다 그저 자포자기 하는 사람들도 있다.
살아가면서 모든 것을 다 갖고 만족하며 사는 사람은 드물다. 삶은 본인이 개척해가는 길인 것이다.

단지 그 만족의 차이는 본인의 몫이다. 스스로 만족하는 삶이면 만족된 삶이고 스스로 부정하면 불행한 삶이다.

마음에 따라 만족할 수도 있고 불행할 수도 있다.
스스로 개척하면서 만들어 가는 삶, 늘 행복하다고 소리 내며 사는 삶. 그 속엔 늘 아름답고 웃음진 생활이 따라 오게되어 있다.

꽃길에서 자유롭게 날고 있는 한 쌍의 새를 보며 느낀 마음이다.

잠시 차를 세우고 내렸다.
조금 걸어 언덕을 오르니 「觀」이라 명명된 정자가 있다. 작년 꽃축제때는 없었으니 아마도 지은지 1년이 못되나 보다. 한글 명판이 더 아름답다 “보이네요”다.

정말 그곳에서 전·후·좌·우 사방을 전부 볼 수 있다. 아래쪽으로는 우리가 지금 올라온 길이, 그리고 한가하고 평화로운 자진뱅이 마을이 옆으로는 신안사 가는 길이, 또 반대편으로 산꽃나라 산꽃 세상으로 명명된 정자 가는 길이 벚꽃나무에 묻혀 보일 듯 말듯 모습을 감추고 있다.

산정상이라 그럴까? 바람이 세다 하지만 봄바람은 차지 않아서 좋고 오히려 시원하다. 꽃동네를 지나온 바람은 그 속에 향기를 안고 왔다. 꽃 냄새 향기로운 바람.

그것은 봄날 콧속에서만 느낄 수 있는 바람의 향기다. 아니 이곳 산안리 산벚꽃 자생지에서만 느낄 수 있는지 모른다.

작지만 아름다운 꽃모습들.
스스로 피어난 꽃들이기에 더욱 정이 간다.

다시 돌아 올라온 입구로 가기보다 신안사 길로 내려가기로 하고 차를 돌린다. 새로 길을 만들고 있었다. 아직 포장은 되지 않았지만 잡석까지 마무리가 되어 내려가기에 큰 불편은 없다.

갈 지(之)자 모습의 길이지만 운치가 있다. 신안사 쪽에도 이곳저곳 벚꽃이 만발했다. 천천히 길 따라 내려오니 신안사 주차장에 다다랐다.

절 계단위엔 세월의 연륜이 쌓인 고목 벚꽃나무가 있고 정말 때맞추어 온 것처럼 하얀 벚꽃이 만발했다.

보살님이 우리를 향해 손짓을 하신다.
차라도 한잔 하고 가란다. 말씀만이라도 정말 고마웠다. 이렇게 삶은 정겨운 것이다.

차는 귀로를 서두른다. 머지않아 포장이 완료되면 쉽게 찾아 올 수 있는 길이 되겠다.
아주 옛날 정말 이곳에 오려면 금산 읍에서 얼마나 걸렸을까?

교통편도 없고 길도 좁으니 걸어 올수밖에 없었을 텐데. 이런 심산에 절을 창건한 우리 조상들은 몇십년을 내다보는 혜안을 가지기라도 한것이었을까?

중간에 임금님 조팝 꽃동산을 안내하는 플랑카드가 보인다. 그곳은 아쉽지만 다시 오기로 했다.

하루에 모든 것을 보고나면 기대감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남겨두는 여유로움 그 속에서 기대하는 행복감도 있으려니…….

옛 길안 분교를 지나 날망에 오르니 예쁜 찻집이 있다. 이름하여 아름다운 찻집 「소취원」이다.

나는 전에 몇 번 들렸던 집이다.
일행이 처음이기에 차 한 잔 할겸 아름다운 조경, 예쁜집 구경 하고자 들렸다.

모두들 감탄사를 연발한다.
이곳저곳 돌아보며 주인아저씨께 질문하기 바쁘다.

대부분 나이가 들면 이런 평화롭고 아늑한 전원생활에 매료되나 보다.
솔잎차 향기롭고 흐르는 음악 차분하고 활짝핀 진달래와 노란 개나리, 창문 통해 흡수되는 햇살은 너무 따사롭다.

2005년 산꽃나라 산꽃세상 여정은 이렇게 저물어 가고 있었다.

금산신문 webmaster@igs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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