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이 돌아오면 금산에서는
먼 과거에 대해서는 나도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최근 몇 년간은
해마다 어린이날이 되면 금산에서 큰 행사가 두 개 열리고, 그 외에 작은 행사들이 여기저기에서, 그리고 집집마다 개최되어 '어린이들을 위한
어른들의 배려가 이런 것'이란 것을 보여주는 어른들의 노력이 가상하다.
그 큰 행사는 다름 아닌 금산군학원연합회에서 개최하는 '어린이날 기념 건강 자전거대회'와 '금산 어린이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이후 금산어사모)이 마련하는 어린이날 대잔치가 바로 그것이다.
두 행사가 모두 많은 어린이들을 모아 놓고 그들에게 어른들이 얼마나 그들을 사랑하는지, 그리고 교육이란 것이 학교에서 선생님이 가르쳐서만 익혀지는 것이 아니라 직접 어른과 어린이가 몸으로 부딪치면서 서로의 뜻이 전달될 수 있다는 것을 새삼스레 알게 하는 의미가 있을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많은 어른들이 힘든 과정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한 번 시작한 행사를 해마다 개최하기 위해 비지땀을 흘리는 것이다.
·기적적으로 기적의 도서관이 약속을 지켰다
올해에는 큰 행사가 하나 더 늘어 행사가 세 개가
되었다.
드디어 '금산 기적의 도서관'이 어린이날에 개관식을 갖게 되는 것이다.
세 행사를 주최하는 분들이 모여 서로의 시간을 조정해서 저전거대회는 아침 8시에, 어린이날 대잔치는 10시30분에, 그리고 기적의 도서관 개관식은 오후 3시에 열기로 했기 때문에, 금산에 사는 어린이들은 아침 8시부터 오후 4시까지 금산 읍내 전역을 누비고 다니며 '오늘이 바로 우리들의 날'이란 것을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기적의 도서관이 어린이 전용 도서관으로서 기존의 다른 도서관과는 다른 것은 바로 어린이들에게 『책』이 '하기 싫은 공부를 해서 거꾸러뜨려야 할 적'이 아니라 '놀면서도 혹은 엄마와 함께 있으면서도 가까이 대할 수 있는 친구'라는 것을 가르쳐주기 위한 많은 노력들이 그 안에 스며있다는 것이다.
이는 바로 어린이날을 만든 소파 방정환선생의 의지와도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소파 방정환 선생
'어린이는 나라의 보배'이다.
우리 모두는 그렇게 알고 있지만, 이런 시간이
그리 오랜 것은 아니다.
1922년(어떤 기록에는 1923년으로 되어 있기도 하다)에 소파 방정환 선생을 비롯한 몇몇 선각자들이 일본의 도쿄(東京)에서 모여 제정한 것으로 역사에 알려져 있다.
처음에는 5월 1일을 지정했다가 이후 날짜를 5일로 바꾸었다고 하는데, 그 시절은 1921년에 방정환선생이 아이들에게 인격을 부여하기 위해 '어린이'라는 말을 사용하자고 처음 제안했을 정도로 어른들도 살기가 힘이 들어 '아이들'도 하나의 인격체라는 배려는 없었던 때란 것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소파선생은 우리 민족의 암울한 현실을 타개하기 위한 사회운동의 일환으로 아동문화를 진작시키자는, 당시로서는 아무도 생각할 수 없었을 정도로 기발하고 또 선각자적인 생각을 하셨고, 또 이를 실천하신 분이다.
그런데 이 분이 동화 구연에 뛰어난 재능을 가졌다는 사실이 바로 기적의 도서관과 밀접한 연관을 갖게 한다.
지금 남아 있는, 우리가 자주 접하는 모자를 쓴 둥근 얼굴의 사진만으로는 짐작하기가 쉽지 않지만, 뚱뚱하고 마음씨 좋은 아저씨처럼 생긴 소파가 동화를 이야기하면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귀가 솔깃해져 자리에서 일어날 줄을 몰랐다고 한다.
전국을 돌아다니며 어린이들에게 동화를 들려주던 그가 순사에게 잡혀 감옥에 들어갔을 때에는 죄수들에게도 이야기를 해주었고, 병원에서는 간호사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었다고 하니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소파의 어린이 사랑은 바로 이 동화구연으로 표현되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진정으로 어린이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평생을 보낸 소파 방정환은 안타깝게도 33세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마감하고 만다.
·자원봉사자의 활동이 필요하다
지금 금산에서는 '동화를 읽어주는 엄마들의 모임'을 비롯한 아이들에게
책을 가까이 해주려는 많은 어머니들의 모임이 있고, 이런 뜻있는 분들 중 많은 수가 현재 기적의 도서관에서 자원봉사자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기적의 도서관에 등록된 자원봉사자만 해도 50명에 이른다고 하니, 아직 개관하지도 않은 기관에 이렇게 많은 자원봉사자들이 참여한 것만 보아도 어머니들과 아이들이 기적의 도서관에 거는 기대가 얼마나 큰지 짐작할 수 있다.
지금은 개관 준비에 비지땀을 흘리고 있지만, 이제 개관이 되면 자신들과 그들의 아이들이 책을 가까이 하기 위해 온갖 아이디어를 짜내고, 또 이를 실천하고 있다.
이제 며칠 있으면 엄마들이 작은 방에 누워 있는 아이들에게 예쁘고 상냥한 목소리로 동화를 읽어주고, 아이들은 웃고 떠들며 한편에서는 침 흘리며 졸기도 하는 예쁜 모습들을 자연스럽게 볼 수 있을 것이고, 즐거운 마음으로 어린이와 책이 하나 되는 그런 날이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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