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가 최고다? - 금산신문

◈ 우리 아이들의 미래는?

몇 년 전에 돌아가신 김현근 전 군수님이 초대 민선군수가 된 지 얼마 되지 않던 시절이니까 아마도 10년쯤 전인가 보다.

당시에도 금산의 인구가 자꾸 줄어드는 것이 큰 문제 중 하나였고, 사람들이 모이면 이문제에 대한 많은 대화가 있었는데, 하루는 김현근 전 군수께서 배석한 자리에서 인구감소문제가 화제에 오르자 김 전군수는 ‘무슨 묘책이 없겠는가’하고 좌중을 향해 말씀을 하신 적이 있다.

그 때만 해도 젊었었는지, 나는 이런 말씀을 드렸다.
“금산고와 금산여고에서 1년에 다섯명씩만 서울대학에 들어가면 금산 인구는 3년 내 10만이 넘을 겁니다.”

그리고 세월이 흐르면서 내가 농담처럼 한 말이 얼마나 어려운 일이 되었는지는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바와 같다.

◈ 청소년 토리패 창단 발표회

지난 5월 8일에 다락원 생명의 집 대공연장에서는 청소년 토리패의 제 1회 창단발표회가 열렸다.

줄잡아 300명 이상의 관중이 모였고, 휴일 오후임에도 불구하고 박동철 부군수를 비롯한 많은 분들이 참석해서 자라나는 새싹들의 노고를 칭찬해 주어 보기에도 참 좋았다.

사회를 맡은 박성호씨의 분위기 띄우는 솜씨에 다시 한 번 감탄하기도 했지만, 좌석을 메운 어른들의 마음은 한결같이 우리 지역의 아이들이 배운 재주를 잘 펼쳐 주었으면 하는 바램이었을 것이다.

장호 단장을 비롯해서 이들을 뒤에서 물심 양면으로 도움을 아끼지 않은 많은 어른들의노고가 그 보답을 받는 날이었다.

발표순서 중 첫 번째인 삼도설장구.
막이 올라가자 네명의 단원이 장구를 들고 앉아있다.

배경에는 학이 날아오르는 모습이 장관이고 축제를 방불케 하는 여러 깃발들이 화려한데, 이 무대미술은 금산문화원 김현봉 화백의 작품이란다.

이윽고 연주가 시작되면서 내가 느낀 감정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아이들이 어느새 확커버렸다는 것이었다.

율동과 리듬의 조화가 예사롭지 않더니 리듬이 점점 빨라져 100m 달리기를 하는 듯 하다가 또 어느새 숨을 고르고 여유를 되찾으면서 구성진 가락을 표현하는데 도저히 중·고생들의 솜씨라고 믿어지지 않을 지경이다.

마치 신명이 들면 세상은 살만한 것이라는 것을 어른들에게 가르쳐주고 있는 것 같았다.
첫 번째 공연이 끝나고 사회자가 이들이 「꿈과 희망과 열정을 가진 금산의 자랑」이라고 소개를 했는데, 모인 관중들의 마음도 같았을 것이다.

두 번째 공연인 삼도사물놀이는 12명의 단원이 북 6개, 장구 4개, 그리고 징과 꽹가리로 구성되어 연주를 하는데 상쇠인 임동식군을 비롯한 모든 단원들의 악기를 다루는 모습이 과거 어느 연주보다 자신에 차 있고 세련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단조로운 가락에서는 상쇠의 멋들어진 개인기가 전체 리듬에 액센트를 주고, 북과 장구는 때로는 서로 밀어주고, 또 때로는 당기면서 관록으로 뒤를 받쳐주는 정윤화양의 징소리에 힘입어 자신들의 기량을 마음껏 발휘하였다.

강온(强溫)과 완급(緩急)이 잘 조화되었고, 마지막의 꽹가리 이중창에서는 마치 ‘꽹매기끼리 대화를 나누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모듬북 공연은 처음 보았는데, 마치 웅장한 영화를 한 편 보는 듯 했다. 큰북이 무려 19개가 동원되었고, 중앙의 김지혜양은 욕심 사납게도(?) 용무늬가 그려진 북을 무려 네 개나 차지하고 북을 치는데, 단원 모두가 마치 물이 흐르는 듯한 자연스런 모습으로 리듬을 타고 춤을 추듯이 웅장한 북소리로 자신들의 마음을 표현하고 있었다.

다음 순서는 정보권군의 판소리.
중학교 1학년생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듬직한 자세로 무대에 서서 제법 물이 오른 목소리로 판소리가락을 풀어 나가는데, 어려운 대목도 술술 잘 넘어갔다.

부채를 펴고 팔을 앞으로 내미는 동작 등에서 ‘아직은 어리구나’하는 생각을 했지만 너무나 훌륭한 무대였고, 춘향가 중 ‘어화 둥둥’하며 사랑가를 부를 때에는 정말 이도령 같았다.

마지막 순서로 ‘판굿’.
무대 위에서 발끝으로 신명나게 사뿐사뿐 뛰어다니며 달리는 9명의 단원들의 모습에서 ‘봄이 와도 보이지 않던 제비가 여기에 다 모였구나’하는 생각을 했다.

상모를 돌리며 몸을 풀더니 무대를 돌며 관중들의 흥을 돋구는데, 그 모습이 무질서한듯 하면서도 분명한 규칙이 있었고, 그 사이에도 상모는 잘도 돌아갔다.

작년 금강축제에서 이들의 선생님들이 펼치는 판굿을 본 적이 있는데, 어느새 1년도 채되지 않아 -물론 디테일한 부분에서는 아직도 배워야 할 것들이 많지만- 이렇게 수준이 높아졌는지 궁금할 정도로 좋은 공연이었다.

열두발 상모의 김동규군은 긴 상모를 돌리면서도 엄지손가락을 펼쳐 보이고 또 박수를 유도하는 여유를 보여 많은 관중들을 즐겁게 했다.

옥에 티라고 한다면 긴 상모가 엉기는 ‘불상사(?)’가 발생한 것인데, 이 또한 우리가 훌륭한 공연을 보면서 잠시 잊었던 사실인 ‘얘들이 지금 중·고생이라는 것’을 생각나게 해준 퍼포먼스의 하나로 이해해도 될 것이다.

전체적으로 많은 연습량을 열심히 소화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고, 재능 또한 이들의 앞길이 밝을 만큼 충분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무대를 관람한 모든 관객들의 마음은 한가지, 바로 ‘훌륭하다’ ‘자랑스럽다’는 것이었다.

◈ 이제 공연은 끝났지만

이렇게 훌륭한 우리 아이들의 공연은 끝났는데, 이제 새로운 걱정이 생겼다.

그 동안 장호 단장의 사모님이 자기 자식 돌보듯이 아이들을 뒷바라지해 가면서 돌봐준것을 비롯해서 많은 후원자들과 선생님들이 이들을 격려하고 지도해서 여기까지는 왔는데, 이제 이들이 훌쩍 커진 것을 확인했으니 더 큰 뒷바라지가 필요하게 된 것이다.

그 동안에도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많은 사람들의 도움이 있었다고 한다.

예를 들면 악기 구입에 드는 비용이 너무 부담되자 난계국악기제조사의 이석재사장이 나서서 악기 가격을 깎아 주고, 또 자신이 돈을 보태주어 정말로 부담없는 가격에 오늘 연주에 필요한 악기들을 구입했다고도 하고, 이 외에도 음으로 양으로 많은 어른들의 도움이 있었단다.

그렇지만 이제는 이들이 새로운 세계에서 마음놓고 자신의 기량을 닦고 또 펼치려면 더 큰 스케일의 밑그림을 그려주어야 할 때가 된 것이다.

공연을 관람한 금산출신의 대전 ‘연정국악문화원’의 김진호 단장은 이렇게 훌륭하게 아이들을 키워주어서 정말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이제는 금산에도 국악고등학교를 신설한다든가 하는 획기적인 교육시스템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하면서 자리를 떴다.

어떤 방법이 나올 지는 모르겠지만, 이제 우리 금산의 어른들이 이 아이들을 위해 모두 나설 때가 되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기에 뜻있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머리를 맞대고 토의를 하다 보면 좋은 방법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공부를 잘 해서 서울대학에 합격하는 우리의 자식들도 많아야 하겠지만, 이런 『특기 적성』을 살려 금산을 빛낼 인재들도 많아야 우리가 살고 있는 금산이 더 좋은 고장이 될 것이라는 사실을 믿으면서…

금산신문 webmaster@igs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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