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딘론가 훌쩍 떠나보고 싶은 계절이다. 단풍이 나를 부르고 산행하기에도 아주 좋은계절,
무작정 오르는 산행보다 산에 오르며 나를 되돌아 보는 산사(山寺)여행은 어떨까?
길이있어 길을 걷지만 생각없이 걷는다는것은 의미가 없으리라.
내려놓고 싶은 삶의 무게들은 잠시 내려두고 산사 숲길을 찾아본다.
가까운 곳에 있는 속리산 법주사 입구의 오리숲도 참 좋다.
하지만 너무 자주 가보아서 신비스러움이 적지않을까?
그러면 손꼽히는 단풍관광 명소로 유명한 해인사 소리길은 ?
홍류동 계곡을 따라 6구간에 걸쳐 40억을 투자해 만들었다는데---.
물소리, 바람소리, 풀벌레소리, 새소리가 들려 오는 소리길, 단풍은 아름답겠지만 대장경 축제때 이미 다녀 왔던 길, 그래서 은행나무 가로수 길이 유명한 영주의 소백산 부석사(浮石寺)를 가기로 했다.
부석사는 천년고찰이다. 해동화엄종찰로 우리나라 5대 종찰중의 하나란다.
화엄종의 본찰로 초조인 의상이래 그전법이 제자들에 의해 지켜져온 중요한 사찰이란다.
의상은 676년 부석사에 자리잡은 뒤 입적할때까지 이곳을 떠나지 않았다고 한다. 의상대사의 애틋한 사랑이야기가 숨어 있기도 한 절이다.
국보18호인 배흘림기둥의 미학이 어울어진 무량수전과 석등, 소조여래좌상, 당간 지주등 국보급 문화재가 즐비한 절이다.
영주는 사과로도 유명하다. 전국 생산량의 15%가 영주 사과란다.
영주에서 만나는 사과밭길, 인삼재배 밭길, 은행나무 가로수 길은 이 가을을 대변하기에 더할나위가 없었다.
입구 주차장에서 잠시 쉬다가 절쪽으로 걸음을 옮긴다.
천지가 노란색으로 보일듯 가슴이 뛴다.
은행나무 이파리는 아직 푸르름이 남아있었다. 아직 좀 이른편인가 보다.
10월말쯤이 피크라는 주위 사람들의말이다 .
"태백산 부석사"란 편액이 걸린 일주문을 지나면서 은행나무 가로수 길은 시작된다.
가을날의 부석사는 관광나온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이곳부터 당간지주가 서 있는 500여미터가 부석사 은행나무길의 대명사가 되어버렸다.
푸르름이 아직 남아있었지만 그속에는 노란 물감이 가득 채워져 있으리라.
곧 뚝~ 뚝~ 떨어질것 같은 기분이 든다.
은행나무길을 지나 절의 중심부 안양문(安養門)을 오른다.
안양은 극락이므로 안양문은 극락세계에 이르는 입구를 상징한단다.
따라서 극락세계로 들어가는 문을 지나자 바로 극락인 무량수전이 나타난다.
아! 무량수전,그 단아함에 가슴이 뛴다.
고려시대 목조 건축의 백미로 꼽히는 국보18호인 무량수전(無量壽殿).
단청을 하지 않았어도 아름다운 고풍의 품위, 문살과 배흘림 기둥, 처마의 아름다운 곡선, 건축가들은 한국 전통건축의 특성을 가장 잘 나타낸 건축물임을 말하기에 주저하지 않는단다.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서서" 의 저자, 혜곡 최 순우선생의 책 제목을 통해서도 널리 알려진게 사실.
부석사의 주불전으로 아미타여래를 모신전각이다.
아미타 여래는 끝없는 지혜와 무한한 생명을 지녔으므로 무량수불로 불리는데 "무량수" 라는 말은 이를 의미한다고 한다.
안양루는 무량수전 앞마당 끝에 놓인 누각으로 팔작지붕 건물이다. 이 건물에는 위쪽과 아래쪽에 달린 편액이 서로 다르다.
위 마당쪽에는 "안양루"로, 아래쪽에는 "안양문"이라 적혀있다.
하나의 건물에 누각과 문이라는 이중의 기능을 부여하고 있는 것이다.
문의 성격을 겸한 안양루가 석축위에 마치 날아갈 듯 보이는 누각을 지은 것이다.
안양루에서 저 멀리 내려다 보면 소백산맥의 산과 들이 마치 정원이라도 되는듯 외부 공간은 확장되여 눈에 머문다.
무량수전앞 마당에서 안양루를 좌측에 두고 바라보는 경관은 부석사 전체에서 가장 뛰어난 경관이라 사진작가나 문인들이 글로 표현하는 대명사가 된 곳이란다.
특히 부석사 석양모습은 장관을 연출한다는데 구름에 가려진 오늘의 태양은 얼굴을 드러내지 않았다.
가람배치가 참 오묘하고 정겹다는 느낌이 아직도 생생히 남았다.
특히 무량수전 현판은 공민왕의 친필로 알려져 세월의 흔적이 켠켠이 묻어나 역사적으로도 의미가 있으리라.
사찰 여행은 이렇게 또 다른 감흥을 준다.
사찰은 산속에 있기에 자연과 어울어져 때로는 잘 차려입은 노신사를 떠 올리게 하기도 하고, 때로는 수줍은 새 색시의 청초함을 떠올리게도 만든다.
조용하면서도 큰 움직임 있는사찰모습, 바람에 풍경이 운다.
저 멀리서 들려오는 스님의 독경소리도 자연의 소리에 합류하는 걸까? 조용, 조용하면서 그 무언가가 나의 마음을 움직여준다.
짧은 하루의 영주, 부석사 사찰여행. 황금물결 출렁이는 들녁만큼이나 나에게도 풍요로움을 전해주기에 아쉬움이 없었다. 올라 오는길, 단풍이 점점 곱게 짙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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