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 해외출장이 결정되었다.
내일 오후 14:00 미팅 관계로 김포 공항발 일본 하네다 공항편을 이용해야 했다.
인천 신공항이 생긴 이후 모든 국제선은 인천공항으로 이전되었지만 얼마전부터 한·일간 공항에서의 도심 접근 시간을 단축키 위해 하루에 4편 운행하고 있다.
서울에서 인천공항까지의 시간도 절약되고 일본 나리타공항에서 동경까지의 진입 시간이 절약되기 때문에 비즈니스 출장자들의 이용이 많아 늘 만석이란다.
대충 2시간 정도의 시간을 절약할 수 있어 출장자들의 인기 및 호응도가 높다. 김포공항에서 출발하는 국제선은 일본 동경 노선뿐이다. 그것도 전부가 아닌 하루에 오직 4편만 뜬다.
오랜만에 찾는 김포공항이다. 국제선이 인천으로 이전된후 주차장도 한가하고 모두가 여유롭다. 출국 수속도 대기자들이 적어 비행기 출발 40분전에 도착하면 수속을 마칠 수 있다고 한다.
인천 공항이라면 늦어도 1시간 30분전에는 도착해야 조금 여유를 가지고 수속을 밟을 수 있다.
10시 출발 비행기는 출국 수속이 완료되어 일찍 출입문을 닫고 9시 50분 김포를 이륙했다.
대부분 비즈니스 출장자처럼 보인다. 단체 관광객은 없고 말쑥한 정장 차림의 손님들이 대부분이다.
예정대로 일본 하네다 도심 공항에 도착했다.
수속을 마치고 출구를 빠져 나오자 젊은 여학생들처럼 보이는 아가씨들이 손에 꽃과 풍선과 프랑카드를 들고 출구 양쪽에 질서 정연히 앉아 있다.
주변엔 공항 경비원들이 질서를 통제하고 있었다.
경비원들에게 물어보니 한국의 가수 「비」가 곧 입국할 예정이란다.
일본에서 한국 연예인들의 인기를 짐작할 수 있었다. 영화배우 배용준이 그렇고 이병헌 최지우 등. 한국인 스타를 향한 일본인들의 한류 열풍을 느낄 수 있었다.
독도 문제, 역사 교과서 문제, 외무성 차관 보의 발언 문제 등으로 시끌한 언론 보도와는 정말 다른 양상이다.
왜 그들은 한국인 스타에 열광 하는가?
정말 알 수 없는 이유다.
핸드폰 카메라에 초점을 맞추는가 하면 싸인이라도 받으려고 종이와 매직펜을 들고 있는 모습도 보인다.
나는 그가 나오는 것을 보지 못하고 14:00회의 시간에 맞추어 서둘러 공항을 떠났다.
다소 무거운 업무 협의 관계로 긴장되었으나 서로가 조금씩 양보하는 선에서 미팅을 마쳤다.
가벼워진 마음으로 그들과 반주를 곁들여 식사하면서 동경의 밤은 어두워졌다.
역시 사람과 사람사이는 마주보며 얘기하는 것이 문제 해결의 최상인 듯싶다.
동경의 아침은 까마귀 우는 소리와 함께 밝아 왔다.
일본에선 까마귀를 길조로 여긴다. 그러기에 동경시내 중심가 공원이나 녹지대에선 늘 까마귀를 쉽게 볼 수 있다.
동경을 中心으로한 표준시를 우리나라는 같이 쓴다. 따라서 같은 시간대라도 동경은 30분정도 해가 일찍 뜨고 일찍 진다. 한 시간도 아닌 30분 정도를 시차를 둘 수 없는 것은 사실이다. 시차를 둔다면 얼마나 불편하겠는가?
마감을 서두르는 계절의 여왕 5月 .
동경의 아침은 맑은 햇살에 눈이 부시다.
고층 호텔방에서 창문을 통해 볼 수 있는 시내는 벌써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루를 여는 새벽, 택시와 버스가 움직이고 사람들이 총총 걸음으로 지하철 계단을 오르 내린다.
일본은 24시간 편의점에 사람들이 많이 모인다.
특히 출근시간대는 그곳에 들러 간단한 삼각 김밥이나 토스트, 또는 벤또라 그들이 부르는 도시락으로 식사를 대신하는 샐러리맨들이 많다.
동경 中心部는 워낙 집값이 비싸기 때문에 1~2시간 전철이나 지하철을 타고 외곽에서 출근하는 직장인들이 거의 대부분이다.
그러니 새벽에 일어나 출근하려다 보니 식사를 집에서 한다는 것은 좀 무리 일지도 모른다.
우리나라 서울도 요즈음 많이 바뀌어 가고 있지만 특히 동경시내는 녹지가 많다.
자투리땅에도 그들 특유의 아름다운 정원을 만들어 놓은 곳이 많다.
시멘트와 아스콘으로 마감된 바닥이 아닌 나무 몇 그루, 꽃 몇 송이라도 피어나게 만든 녹지가 귀엽게 보인다.
5월의 초록은 정말 싱그럽다.
바람에 일렁이는 작은 잎새. 그들에게 물을 뿌려주고 주변을 청소하시는 나이 지긋한 미화원의 손길이 아름답다.
호텔 밖으로 나왔다. 아침 햇살은 눈부시지만 초록 잎새가 그들을 가려 그늘을 만든다.
중학생인듯 수학여행 온 학생들이 밀려 나온다.
손에는 선물 가방을 하나씩 들고 등에는 짐가방을 메고 버스에 오른다. 비닐 가방을 보니 동경 디즈니랜드에 다녀온 모양이다.
재잘재잘거리는 그들의 밝은 미소에서 일본의 미래가 보이는듯 하다.
보이지 않는 질서 속에 차례로 버스에 오른다.
웅성거림 없이 지정된 버스에 하나 둘 오르다 보니 그 많은 학생들이 금세 버스 속으로 사라졌다.
깃발든 도우미 언니의 호루라기 소리 안내에 따라 버스는 좁은 장소를 곡예하듯 빠져 나가고 호텔 종업원들은 일렬로 정열하여 가는 학생들에게 허리 굽혀 인사를 한다.
버스가 보이지 않자 그들은 각자 업무로 복귀했다.
인사했다고 해서 바로 그 자리를 뜨지 않는게 일본인들의 습관이자 예의다.
우리나라 서울에도 청계천이 복원되어 물 흐를 날이 그리 멀지 않았다.
시청앞 광장에 잔디밭이 조성되고 몇 년 전 여의도 5·16광장엔 아스콘을 걷어내고 공원을 만들었다.
그리고 남대문도 도로에 둘러싸인 외로운 구조물 이었는데 신문에 보니 잔디 광장을 구성해 사람들이 접근 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정말 잘한 일이다. 도심엔 녹음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좁은 모서리 땅이라도 꽃이나 잔디를 심어 푸르게 만들어야 시원해 보인다.
동경도 도심 곳곳이 녹음이다.
공원이 만들어진 곳은 숲과 작은 연못, 잔디, 그리고 조경수가 어우러져 아름다움을 만든다.
그곳엔 새들도 날아들고 피로에 지친 심신을 풀어 줄 시원한 바람도 만날 수 있다.
혹자는 뉴욕 맨해튼에 센트럴 파크가 없었다면 그곳에 센트럴 파크만한 정신병원이 세워졌을지도 모른다고 자연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짧은 출장기간 2박 3일 이제 귀국할 시간이다.
호텔을 떠나 나리타 국제공항으로 향하는 리무진 버스에 몸을 실었다.
녹음 우거진 고속도로를 달린다.
푸른잎새, 밝은 햇살, 청량한 바람 정말 아름다운 자연이다.
논에는 벌써 벼가 심어져 제 모습을 잡았다.
바둑판처럼 반듯반듯하게 경지 정리된 모습.
산자락엔 옹기종기 마을이 자리 잡았다.
꼭 우리네 시골 풍경과 같다.
자연은 보살핌도 중요하지만 그들 스스로 자라면서 얼키설키 살아가는 모습도 아름답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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