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초당을 찾아 가는길. 다산수련원입구 찻집에 잠시 주차를 하고 찻집주인의 친절한 설명을 듣고서 산길로 접어든다.
눈이 갑자기 화들짝 놀란다, 수령이 꽤나 되어보이는 고목의 벚나무 한그루에 벚꽃이 탐스럽게 피었다.
고매에서 핀 매화가 더욱 아름답게 보이듯 부러지고 찟기고 곪아터진 상처를 안고 가지마다 팦콘처럼 주저리,주저리 매달린 벚꽃, 정말 만개상태, 아름답다 못해 경이롭다.
그 아름다움을 뒤로 하고 우리는 다산초당을 향해 여유롭게 천천히 오른다.
다산 정약용(1762~1836)은 조선후기의 실학자로 강진으로 유배되였는데 그는 이곳에서 유배기간동안 독서와 저술에 힘을 기우려 그의 학문체계를 완성했다고 한다. 다산초당은 다산학의 산실이였단다.
유배18년중 11년을 이곳에서 사셨단다, 1818년 이태순의 상소로 유배에서 풀려났으나 관직에 나가지않았다고 한다. 그런당시의 생활상을 생각하며 다산초당으로 이어지는 숲길을 오른다.
작은 계곡 물소리,바람소리, 빨간동백꽃 떨어지는 소리를 가슴으로 듣는다, 이 길은 정호승시인이 "뿌리 길"이라 지은 시(詩)와 함께 목조 안내판에 뿌리길이라 적혀있다.
나무뿌리가 노출되여 땅위에 실핏줄처럼 얽여있어 붙혀진 이름,마치 뱀이 떼지어 꿈틀거리는 형상이다.
무수한 사람들이 밟고 오르 내려 뿌리의 속살마져 드러나는 생채기가 생겼다. 나무 뿌리가 말은 못하지만 얼마나 아파할까? 오르는 숲길은 나무가 울창한 삼림지대다,스스로 자라고 도태되며 형성된 자연모습 그대로라 더욱 정겹다.
뿌리길을 지나 조금오르면 다산초당이 나온다. 시는 작은 초가집이였으나 후손들이 기와집으로 복원했다고 한다,
정석,다조,약천,연지라는 다산4경이란 말이있다.정석(丁石)은 석벽에 다산이 친히 새긴 글씨고, 다조는 뒷담밑 약천(藥川)의 석간수(石間水)를 손수떠다가 앞뜰에서 차를 달이고 연지(蓮池)는 아담한 연못으로그안에 몇개의 괴석을 쌓아 석가산(石假山)이라 불렀단다.다산이 잉어를 길렀다는 말도 전해온단다.
이 길은 명칭도 많다,문광부지정 문화생태 탐방로,남도유배길,산림청에선 만덕산 숲 탐방로,강진군에선 다산 산책로로 불린단다.역시 좋은 길엔 이름도 풍성하다.다산초당,연지,동암을 지나 조금 오르면 우측에 천일각(天一閣)이나온다. 지금은 "보수중"이란 표말이 붙어있었지만 출입불가는 아니어서 올라본다.
저 아래로 펼쳐지는 강진만의 풍경이 일품이라는데 구름과 뿌연 안개로 실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아쉽다.
다시 잠시 내려와 좌측 백련사(白蓮寺)로 넘어가는 숲길을 오른다, 김사장님은 다시 내려가 차를 가지고 백련사로 오시고 우린 산길을 따라 넘어 백련사에서 만나기로 했다.
산길 주변에 어린 차나무가 많다. 옛부터 차의 고장이였나보다,지금은 만덕산이라 부르지만 당시는 다산(茶山)이라 불렀단다. 정약용의 호(號)도 이 산이름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오르막,그리고 낮은 내리막길, 여는 산책로 처럼 높낮이가 있어 좋다. 이름모를 나무들, 가지에 돋은 여린 새순, 그리고 길가 나무가지에 매달린 꼬리표들, 전국 산악회는 다 왔다갔는 모양이다, 00산악회, 00기업산악회, 삼남로 걷기대회, 00 숲체험탐방로---등 많이도 남아펄럭인다.길섶의 새싹중엔 봄 나물도 눈에 보인다.
당시 다산도 우리같은 심정으로 이 길을 오고 갔을까? 아니다 억울한 유배생활의 고충과 외로움을 달래며 한을 노래하지 않았을까? 지금이야 걷기열풍으로 찾아오는 사람도 많지만 당시는 시골구석 첩첩산중이였을텐데----.
만덕산 천년의 숲,고개를 너머 조금 내려가자 저 아래 백련사가 어렴푸시 한눈에 들어온다.
야생 차밭도 만난다,고려시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스님들의 귀한 음료가 되어준 차,
곡우전의 새차잎은 최고품으로 향기가 으뜸이라는데--.그리고 천연기념물(제151호)로 지정된 동백나무 숲, 허물어진 행호토성 너머로 아름드리 동백나무들이 숲을 이루고, 흐르는 계곡 물줄기옆 작은 소(沼)엔 개구리,방개,다슬기,미꾸리--등이 따사한 봄 햇살 받으며 자유롭게 노닌다.
동백나무, 해안가에 주로 서식한다는데 지금이 동백꽃의 절정시기란다. 나무속 새소리도 요란하고 툭~툭~ 떨어지는 붉은 꽃잎이 마치 피를 토하듯 바라보는 자신의 마음도 흔든다.
숲속은 푸르름과 깨끗하며 반짝이는 진한 잎으로 한낮에도 고즈넉한 분위기다.동백숲이 이토록 아름다울 수 있을까? 나는 이런 길을 걷는 여행이 좋다,나름대로 사색도 하고 자연의 아름다움에 심취하기도 하고 숨 벅차오르는 힘겨움에 알수없는 쾌감도 느끼고~~~~.자연이 좋다,특히 봄날의 꽃피는 게절은----동백숲을 내려와 백련사 절에 도착했다.
저 앞에 펼쳐진 강진만의 모습이 장관이다,그래서 였을까? 구강포에서 바라본 만덕산 모습이 마치 활짝핀 연꽃이 사찰을 감싸앉고 있는 모습이여서 큰 인물이 많이 나올 터라고 했단다.120년간 원묘,정명,원환 진정,원조,원혜,진감,목암국사등 고려8분의 국사를 배출하였단다.
백련사에선 팔국사(八國師) 다례문화제 준비공사로 절집이 시끄럽다,고려 8분의 국사위패를 모시고 다례제를 올린단다,
동백숲 음악회도 열리고 아암 혜장선사와 다산 정약용의 길을 걸으며 이 지역의 문화와 역사를 알아가는 체험행사도 준비했단다.가까우면 다시와서 참석해 보려만~~~~.마음에게라도 갔다오라고 해야겠다.
천천히 절집의 전각을 돌아본다, 그리고 대웅보전입구 찻집에 들려 자연에서 얻은 고운찻잎의 차도 한잔 나눈다.
차는 윗사람에게 가장 나중에 따른다는 것도 이곳에서 배웠다.술을 따르는 순서와 반대였다.
그리고 한번에 잔을 채우는 것이 아니라 첫잔부터 마지막잔까지 지그재그 순으로 세번을 따라야 한단다.
처음따르는 차는 농도가 낮아 별로 맛이 없어 왔다갔다 하면서 세번 따르면 맛이 거의 일정해진단다.
차를 마실때는 차의 색갈과 향,그리고 맛을 느끼면서 천천히 마시는 것이 예의란다.역시 다도도 어렵다.
커피맛에 익숙해진 젊은이들, 차맛의 오묘함을 알기나 할까? 백련사를 뒤로하고 이제 올라가는 길에 만개한 남도의 벚꽃길을 따라 드라이브를 즐긴다.
벚꽃이 지천이다,차들이 꽃향에 취해 모두들 느릿느릿 달린다.조급함없이 그뒤를 따라 흐른다.
벚꽃만이 아니다,개나리,진달래도 모습을 보여준다,전답의 농심은 밭갈이에 바쁘다.
아직 푸른잎은 볼 수 없었지만 도로변 가로수로 심겨진 메타스콰이어 길도 달린다, 열병하듯 서있는 모습이 정말장관이다.
남도의 아름다움, 봄이였기에 더욱 좋았다.내 나라 여행도 해외여행 못지않게 재미있었다.역사공부도 하고 문화체험도 하고 맛 기행도 즐기고----차는 벌써 주암(송광사) 인터체인지에 다다랐다.
이제 북으로~~북으로 달려가면 대전에 도착하겠지 [끝].
최한용 webmaster@igs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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