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수는 다음 선거에 더 많은 표를 얻기 위해 노력한다. 물론 군수라는 직책이 지역 주민들을 위해 헌신하는 자리이고 박동철 군수도 참으로 열심히 일하고 있다는 것은 나도 잘 알고 있다.
그렇지만 박동철 군수는 ‘표가 되는’ 일만 한다. 다음 선거에서 자신에게 표로 연결되는 것과 관계없는 일에는 관심이 없다. 내가 보기에는 그렇다. 이 점에 대해서는 앞으로 지면을 통해 많은 대화를 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
따라서 군수가 주민을 위해 일한다는 의미를 ‘순수하다’, 혹은 ‘봉사한다’고 생각하기는 힘들다. 결국은 자기 자신을 위해 일을 한다. 우리 모두 스스로를 위해 일한다. 누구는 그렇지 않은가?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공무원이 주민을 위해 일한다는 것과 군수를 위해 일한다는 것은 반드시 같다고 볼 수 없다. 회사는 -도덕적, 사회적으로 여러 책임을 수반하기는 하지만- 이익을 남기는 것이 모든 것의 기준이 된다. 돈 많이 벌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기준과 평가가 단순하다. 공무원이 얼마나 일을 잘 했는가 하는 것을 평가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어렵다.
금산군 공무원은 금산군민을 위해 일해야 한다.
그리고 공무원이 군민을 위해 일한다는 말과 직속상관인 군수를 위해 일한다는 말이 같은 뜻이어서는 절대로 안 된다. 금산군수가 만든 금산군이 아니고 금산군수가 돈 벌어 직원들 월급 주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금산군은 이익을 남기자고 운영되는 조직이 아니라 구성원 모두가 조금이라도 더 행복하게 만들기 위한 조직이다.
당연히 공무원의 눈과 귀는 군민을 향해 열려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런 사람이 진급해야 한다.
◈ 테레사 수녀의 말씀
인도의 대도시인 캘커타의 빈민가에서 평생을 바친 성인(聖人) 테레사 수녀에게 어떤 이가 이런 질문을 했다고 한다.
“수녀님 같은 분은 많이 공부하고 이름도 크게 얻었으니 이렇게 힘들게 살지 않아도 좋을 텐데요. 권세와 재력을 얻어 잘 사는 사람들이 부럽지는 않으시던가요?”
테레사 수녀의 대답은 이러했다고 전해진다. “낮은 곳을 향해 허리 굽힌 사람에게는 높은 곳에서 권세와 재력을 가지신 분들이 보이지 않는답니다.”
우리(나만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같은 죄 많은 평범한 사람들이 테레사 수녀의 삶을 좇아가자는 뜻은 절대 아니다. 다만 공무원들이 진실로 자신의 임무에 충실하다면 군수의 일거수일투족을 좇아갈 것이 아니라 허리 굽혀 금산군민들을 바라보고 있어야 한다.
◈ 공무원 인사의 기준은 무엇인가?
그렇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많은 공무원들에게 있어 그 눈길이 향하는 곳은 높은 곳이라 허리를 굽혀야 보이는 군민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러니 군민들과 생각하는 바가 같을 수 없는 경우가 발생하고 이것이 갈등과 충돌로 이어지는 것은 아닌가 싶다.
일부 정치적인 공무원들은 이 간극을 ‘잔머리’로 헤쳐 나가는데 일가견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그리고 이런 잔머리를 스스로는 ‘능력’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이런 현실이 현재 금산군청이 움직이는 당연한 풍속도라는 것도 나는 이해한다.
군수가 수하 공무원의 인사권을 쥐고 있기 때문이다. 공무원의 가장 큰 보람은 누가 뭐라 해도 승진하는 것이다. 자신의 능력을 공개적으로 인정받는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남들보다 고속승진은 하지 못해도 적어도 남들만큼은 올라갈 때 올라가야 부끄럽지 않다. 거기에 야망을 가진 공무원이라면 일약 공직에서의 출세를 꿈꾸는 욕심을 갖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문제는 한 사람의 능력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기준이 모호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사심(私心)과 사심(邪心)이 끼어들 여지가 있다. 이런 이유로 인사철만 되면 항상 무성한 뒷말을 남긴다.
박동철 군수는 청렴한 인사(?)를 하는 것으로 유명해서 이런 뒷말이 나돌 때마다 ‘승진인사는 인사위원회에서 결정하는 문제이지 나와는 관계가 없다’고 주장한다. 나도 그런 주장을 직접 들은 적이 있다. 나는 웃고 말았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한편 생각하면 일리 있는 얘기일지 모르지만 조직의 리더가 할 얘기는 아니다. 박군수의 주장에 수긍하는 공무원이 몇 명이나 되는지 정말 궁금하다.
금산군청에는 각 과마다 수많은 위원회가 있다. 나도 그 중 몇 개에는 참여해 보았다. 대부분의 경우 통과의례이다. 담당 계장, 혹은 과장이 정책의 방향을 설명하면 몇몇 대학교수와 금산군 주민 대표 몇 사람이 모여 고개 끄덕거리고 몇 마디 하면 원안대로 통과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나는 주민 대표 중 몇 안 되는 참견하는 사람 중 하나였다. 잔소리가 많았는지 어느새 하나둘씩 잘리더니 요즘은 금산군청에서 ‘무슨 위원회 개최하니 참석하라’는 전화 받은 지가 몇 년 된다. 의사로서의 조언이 약간 도움이 되는지 보건소의 위원회에서만 가끔 나를 부른다.
나는 -아직 인간 됨됨이가 부족해서- 인사위원회에는 참여해보지 못했지만 거기라고 특별히 다를 것 같지는 않다. 승진 대상자들이 죽 나열되어 있는 자료를 보면서 간사가 그럴듯한 말로 ‘이러저러한 이유로 대상자 몇 명 중에서 누구누구를 승진시키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라고 제안하면 대부분 고개 끄덕이고 사인할 것이다. 나에게는 그런 그림이 그려진다. 내가 못나고 과문해서 더 특별한 일이 있는데 아직 알지 못하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군수가 직원 인사권을 쥐고 있다는 것이 공무원이 갖고 있는 상식이라면 박동철 군수는 인사위원회 핑계를 댈 일이 아니다. 권리는 챙기고 책임은 회피하겠다는 말과 다른 것이 없다.
차라리 훌륭한 리더라면 이렇게 얘기해야 할 것 같다.
승진한 사람에게는 ‘축하한다. 더 열심히 하라.’는 말 이외의 다른 부연 설명이 필요 없다. 그렇지만 승진에서 누락된 사람들은 따로 불러서 ‘당신은 이런 장점은 있는데 이런 점에서 점수를 적게 받는 바람에 이렇게 됐다. 이런 점을 염두에 두고 더 열심히 노력한다면 다음 기회에는 가능성이 더 많을 것 같다.’
인사위원회가 모든 결정을 내린다면 그 논의과정과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할 수도 있을 것 같지만 실제 그런 결과가 매스컴에 공개된 것을 나는 과문해서 보지 못했다. 그저 인사이동에 대한 발표만 나올 뿐이다. 그리고 어김없이 뒷말이 돈다.
이런 뒷담화도 -물론 유언비어이고, 사실이 아닐 것이라고 나도 굳게 믿고는 있지만- 돌고 있다. 나도 술 먹다가 옆자리에서 하는 말을 우연히 직접 들은 적이 있다.
“앞으로 사무실에 앉아서 일 하지 말고 나도 돌아다녀야 하겠어. 지난 번과 인사고과 순위가 바뀌어 버렸네. 이번에도 미끄러졌어. 순진하게 일만 해서는 안 된다고 사람들이 얘기하더니 그 말을 믿어야 하는 것은 아닌가 싶어.” (다음 주에 계속됩니다)
김호택 webmaster@igs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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