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워진 향림원 - 금산신문



	▲ 향림원 어린이들의 축하공연

·지난 50년의 향림원
지난 6월 25일, 마전에서는 큰 잔치가 열렸다.

우리 지역의 대표적인 보육기관인 사회복지법인 향림원, ‘향기로운 집’이 새 집을 짓고 이사하는 날로, 전국 각지에서 향림원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들었고, 향림원생들로 이루어진 농악패의 신명나는 놀이와 합쳐져 떠들썩하고 보기 좋은 잔치가 벌어진 것이다.

향림원은 2년전에 이미 창립 50주년 기념식을 했을 정도로 지난 반세기동안 우리 지역에서 수많은 아이들을 길러 사회에 내보낸 공이 지대한 기관이다.

향림원이 창립되던 1953년은 한국전쟁이 막 끝난 어수선한 사회 분위기에 수많은 전쟁 고아들을 돌볼 사람이 절실하던 그런 시절이었다.

제 몸 하나 건사하기도 힘든 시기에 부모를 잃고 의지할 곳 없는 아이들을 모아 돌본다는 것은 봉사를 넘어선 희생의 정신이 아니고는 감히 생각할 수조차 없는 일이다.

이런 의미에서 반세기의 긴 세월동안 자신들의 젊음과 바꿔 오늘의 향림원을 이룩한 최병운 원장과 그 가족, 그리고 직원들에 대한 평가는 ‘숭고(崇高)하다’고 아니할 수 없다.

우리 지역에서, 그리고 우리 사회에서 향림원이 보여준 지난 세월의 노력과 그 성과에 대해 금산에 사는 주민의 한 사람으로서 최원장을 비롯한 향림원의 모든 직원들에게 감사의 큰 박수를 보내고 싶다.

또한 이들의 희생과 봉사정신이 이 사회를 밝게 비추고 이런 마음들이 합쳐진다면 우리 사회의 미래는 희망찬 것이라는 믿음을 갖게 된다.

·옛 건물도 좋기는 했지만
중부대학교 옆에 있던 시절의 향림원도 봄이면 벚꽃이 만개하고, 내부 축제가 있을 때마다 좋은 경관에 농악을 비롯한 원생들의 다양한 취미생활을 엿볼 수 있는 여러 행사와 맛있는 먹거리로 풍성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1981년에 대전 유성에서 금산으로 들어와 터를 잡은 이래 조금씩 건물과 시설을 늘려 나간 모습이 역력하던 옛 건물은 화려하지는 않지만 정이 덕지덕지 붙은 모습이었다.

물론 부모에게서 떨어져 집단생활을 하기 때문에 집보다 편할 수는 없겠지만, 일단 한 번 방문해 본 외부인들은 아이들의 티없이 맑고 밝은 얼굴에서 ‘아! 얘들이 잘 자라고 있구나’ 하는 감정을 느끼게 된다.

창립 초창기에는 물론 주로 전쟁고아들이 원생이었지만, 세월이 흐르고 세태가 바뀌면서 지금은 대개 양육이 힘든 부모가 맡긴다든지, 혹은 이혼가정 등의 가정적 문제가 있는 아이들이 많아 오히려 애들을 돌보는데 어려움이 더 많다고 한다.

이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지난 10여년간 옆에서 지켜본 향림원 원생들의 모습은 항상 밝고 웃는 얼굴을 하고 있는데, 이런 웃음 뒤에는 정말 많은 직원들의 피땀어린 노력이 있었을 것이라는 것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조용하고 사려깊은 최병운 원장과 모든 아이들의 ‘엄마’인 사모님 박강래 여사, 사무국장인 이유순 선생과 길종관 선생을 비롯해서 70여명의 원생들을 돌보는 20명 가까운 직원들의 웃음 뒤에 긴장이 느껴지는 것은 아마도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새집으로 이사한 모습
중부대학교와 향림원은 서로의 필요성에 의해 구(舊) 향림원 부지를 중부대에서 매입하고, 향림원은 그 매각대금으로 현재의 장소에 번듯한 건물과 시설을 해서 이전하게 되었으니 이 또한 대표적인 윈-윈 전략이라 할 수 있겠다.

새로 조성된 향림원은 마전에서 금산 방향으로 양지바른 얕은 언덕에 무려 3,000평 가까운 대지를 구입해서 30억원이 넘는 건축비를 들여 보육시설과 어린이집을 건설했다고 하니, 대단한 역사(役事)를 이룬 것에 대해 칭찬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새집을 지은 향림원이 집들이 하는 날에 진료일정 때문에 기념식에 참석하지는 못했지만, 새로운 건물과 시설을 둘러보고 나는 종일 괜히 기분이 좋았다.

비싼 재료를 들이지는 못했기에 화려한 맛은 덜했지만, 원생들의 방이 마치 25평 아파트와 같은 구조로, 한 집에 3개의 방을 만들고 각 방마다 2-3명이 잘 수 있게 해 놓아 전보다 훨씬 ‘가정적’인 환경이 된 것에 우선 감탄했다. 이런 구조라면 아이들의 정서가 더욱 안정될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된다.

컴퓨터실도 예쁘게 꾸며져 있어서 어린 아이들은 동화를 보고, 또 중·고생은 학습지를 보고 있었는데, 바라보기에 참 좋았다.

식당도 조리시설이 한 눈에 들어올 정도로 모두 열려 있어 위생관리가 철저하게 되어 있었고, 직원들의 숙소와 원생들의 방이 가까워서 밤에도 어린 아이들을 지도하는데 지장이 없도록 동선(動線)을 줄이는 등 구석구석에 많은 생각과 지혜가 담긴 구조를 보고, 또 새 집에서 자신들의 짐을 정리하며 행복해 하는 아이들을 보니 괜히 웃음이 나왔다.

·앞으로도 초심을 잃지 말고
지난 반세기의 노력이 이렇게 큰 빛을 발하는 모습을 보고 너무 좋기는 했지만, 자기 자식 한두명 키우기도 벅찬 세상에 남의 자식을, 그것도 백명 가까운 아이들을 ‘24시간’ 돌본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향림원의 운영진들이 ‘이 아이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나갈 때 어떻게 하면 하나의 사회인으로 독립시킬 수 있을까’ 하는 고민과 노력을 많이 하는 것을 나도 보고 있었기 때문에 이중, 삼중으로 힘든 일이 향림원을 운영하는 분들의 어깨를 누르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잘 해 왔듯이, 사명감과 봉사정신으로 이 어려운 문제들을 잘 헤쳐 나가기를 바라고, 앞으로의 50년, 100년도 변하지 않는 ‘향림원의 정신’으로 이어 나가기를 부탁한다.

그리고 주변에서 바라보는 우리는 모두 이들의 노력이 빛을 발할 수 있도록 옆에서 음으로, 또 양으로 도와주어야 하겠다.

금산신문 webmaster@igs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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