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밤하늘의 별을 유난히 좋아한다. 어릴 적 한여름 이층 옥상에 올라가 밤하늘의 별을 누워서 바라보면 깜박 잠이 들곤 했다.
어린왕자를 아는 누군가는 별들에게 귀를 기울이면 5억 개의 방울소리를 듣곤 한단다. 어머니 독서회에서 2월의 독서토론을 생텍쥐베르의 “어린왕자”로 정했다는 반가운 소식이 문자로 왔다.
“어린왕자”는 읽을 때 마다 새로운 느낌을 만난다.
“사실 난 그 어느 것도 이해할 수 없었어요. 그 꽃이 하는 말이 아니라 행동을 보고 판단했어야하는 건데! 그 꽃은 나에게 향기를 뿜어주고 광채를 던져주었어요. 그때 달아나지 말았어야 했는데......그 별것 아닌 심술 뒤에 애정이 깃들어 있음을 눈치 챘어야 했어요. 꽃들은 정말 모순덩어리거든요. 하지만 꽃을 사랑해주어야 한다는 것을 알기엔 나는 너무 어렸어요.“
이 대목을 읽을 때는 그냥 눈물이 나왔던 기억이 있다. 왜 그랬는지는 정확하게 설명할 수는 없지만 아마 그때는 연약한 척하는 장미꽃의 진심과 오해를 했던 어린왕자의 심정이 슬프도록 아름다웠던 것 같다.
몇 년의 시간이 흘러 다시 “어린왕자”를 만났다. 여우가 ‘길들이는 법‘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대목이 있다.
“나는 빵을 먹지 않아. 그래서 밀은 나에게 아무런 소용이 없는 존재야. 밀밭을 보아도 나는 어떤 감흥이 생기지 않지. 그건 나에게 정말 슬픈 일이란다. 그러나 너의 머리카락 빛이 금빛이니 얼마나 멋지겠니? 난 금빛으로 빛나는 곡식을 볼 때마다 널 생각할 테니 말이야. 그리고 밀밭 사이로 스쳐가는 바람소리에도 귀를 기울일테지....”
어떤 대상과 사랑하는 관계를 맺는다는 것은 서로에게 길들여진다는 것이다. 수많은 여우 중에 하나 밖에 없는 여우, 소혹성에 두고 온 장미꽃이 어린왕자에게 어떤 의미인지를 이야기한다.
이제 다시 “어린왕자”를 만난다. 무슨 얘기가 오갈까? 알약을 일주일에 한 알만 먹으면 물을 마시지 않고 일주일에 53분을 절약할 수 있다는 상인의 말에 어린왕자가 말한다.
“내가 53분을 마음대로 할 수 있다면 나는 물을 마시기 위해 샘이 있는 곳으로 천천히 걸어갈 텐데.....”
사막이 아름다운 것은 어딘가에 우물이 감추어 있기 때문이란다. 책을 바라보는 것도 아름답지만 책 속에 다른 시각을 찾는 것도 감추어진 우물을 찾듯이 새롭고 즐거운 일이다.
도서관 이용자 길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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