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은 우선 출발전 가방 챙기기부터 즐겁다.
짧은 2박 3일의 여행일지라도 이것저것 여행지에서 사용할 물건과 입을 옷 등 챙겨야 할 물건이 많지만 그건 기대되는 여행의 즐거움에 비하면 문제되지 않는다.
특히 가족이 함께 하는 여름 휴가여행은 챙겨야 할 물건이 많다. 메모지에 이것저것 하나씩 메모해 놓고 지워가며 가방을 채운다. 빠트리면 여행지에서 구입해야 하기 때문에 불필요한 현금이 낭비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휴가 일정은 확정되고 특별한 계획없이 우물거리다가 친지가 일본 나가사키 여행에 동행하자고 열흘전 연락이 와서 가족들과 같이 가기로 결정했다.
우리 가족은 2번의 일본 여행이 있었다. 한번은 동경, 하코네, 디즈니랜드를 다녀왔고 또 한번은 오사카, 교토, 가고시마를 다녀왔다.
하지만 2번 모두 스스로 준비한 개인 가족 여행 이였다.
이번은 여행사 패키지 상품이다.
개별적으론 여름 휴가시즌이기 때문에 일정상 항공권 구입이 불가능했고 머물 장소도, 이동 교통편 예약도 어려웠다. 조금 불편을 감수하고 친지 가족과 함께 여행사 상품을 선정하고 서둘러 준비 했다.
준비라고 해 보아야 군 입대를 앞둔 아들의 국외 여행신고와 여권 재발행 뿐이었고 그 기간은 5일도 걸리지 않았다.
2박 3일의 짧은 여행이긴 하지만 왕복 항공권, 호텔숙식, 교통비, 방문지 입장료를 모두 포함한 비용은 참으로 저렴했다.
개인 가족여행이라면 일정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스러움은 있겠지만 그 비용으로 여행한다는 것은 물가 비싸기로 소문난 일본에선 실제 어렵다.
여행사에 비용을 납부하고 가족의 여권 번호와 이름을 알려 주는 것으로 준비는 끝나고 출발일 06: 50분까지 인천공항 출국장 3층 로비에서 만나기로 했다.
여행지는 나가사키, 하우스텐보스, 후쿠오카 7월 30일 08:50분에 출발하여 8월 1일 저녁 21:45분에 인천공항에 도착하는 2박 3일의 일정이다.
나는 나가사키, 후쿠오카는 업무 출장으로 몇 번 다녀 온 적은 있지만 하우스텐보스는 들린 적이 없어 좋은 기회라 생각 되었고 두 가족중 아이들이 특히 좋아해서 다행이라 생각했다.
과학기술, 서구문명을 처음 일본에 소개한 네덜란드는 나가사키(長崎) 히라도 라는 섬에서 무역뿐만이 아니고 기독교를 전파하기 위한 목적도 있었는데 일본 통치자들은 당시 무역은 찬성했지만 기독교는 일본 사회에 커다란 혁신을 가져올 위협적인 존재가 될 것이라는 이유로 종교 전파에는 반대하고 모든 외국인을 추방하고 일체의 선교활동을 금지하는 정책을 행하였다.
대신 무역 활동은 계속되었고 나가사키 근처에 있는 데지마를 거점으로 일본의 쇄국정책이 끝나는 1859년까지 일본의 무역활동에 있어서 대외창구 역할을 담당하게 되었고 그 영향으로 나가사키에는 유럽식 건축물이 아직도 남아있어 긴 역사의 숨을 쉬고 있는 곳이다.
7월 30일 새벽 4시.
우리 가족은 인천공항을 향해 출발했다.
4인 가족이라 공항행 리무진 버스보다 주차료를 납부하더라도 차를 가지고 가는 편이 더 경제적이었다. 그것도 비용을 더 줄이려고 경유차를 딸이 운전하며 새벽길을 달렸다.
이른 새벽. 휴가 시즌이지만 고속도로는 한산했고 우리는 예정된 시각에 공항에 도착 할 수 있었다.
친지 가족은 우리보다 먼저 도착해서 준비하고 있었다. 고속도로는 한가했지만 인천공항 3층 출국장은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여행사 가이드에게서 항공권을 받고 짐 수속을 진행 중이다.
줄은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여러 창구에서 수속을 진행중이지만 지연되고 있었다.
“A"항공사 파업 영향도 있으리라 생각된다.
긴 출국 수속, 하지만 세관원들의 바쁜 몸놀림은 빠르게 처리되고 모두가 출국수속을 마쳤다. 탑승시간까지는 1시간여 시간이 남았다.
동행한 친척은 해외여행이 처음이었고 고교 1학년생 아들과 중학교 1학년 딸은 비행기 탑승이 처음이란다.
넓고 화려한 인천공항 출국장. 탑승 게이트마다 각국의 비행기가 대기하며 출국수속 준비중이다. 화려한 면세점엔 각종 브랜드 상품과 주류, 담배류, 화장품 코너도 성업중이고 가방 들고 오가는 내국인, 외국인 모두가 바쁘게 움직이고 의상도 화려하다.
아름다운 유니폼을 착용한 스튜어디스, 항공기 출발을 지원하는 정비사, 기내식을 반입하는 사람들, 화물을 비행기에 적재하는 시스템, 모두가 체계적으로 움직인다.
수속을 마친 항공기는 관제탑의 이륙승인을 기다리며 하늘로 날아 오를 준비를 한다. 이륙장에 들어선 비행기는 요란한 엔진소음을 내며 출력을 최대한 높여 질주를 하고 한 마리의 새가 날아오르듯 하늘 향해 솟아오른다. 이내 구름 위를 날아오르며 그 모습을 감추고 일정 고도를 잡아 순항한다.
여자들은 브랜드에 약한 모양이다. 사지도 않을 물건이지만 친숙하게 잡지나 TV광고에서 보아 왔던 명품들의 디자인과 가격들을 보며 시중 백화점 가격과 면세점 가격을 비교하는 모양이다.
이렇게 출국 전 면세점을 돌아 보는 것도 또 다른 여행의 즐거움이다.
버버리, 페레가모, 프라다, 루이비통, 랑콤, 크리스챤 디올, 미쏘니… 등 고급으로 대변되는 브랜드 명품이 모두 입점해 있다.
가격도 보통이 아니다. 일반인들은 가격표 보기가 두렵다. 왜 사람들은 명품을 갖고 싶어 할까? 물건의 질은 물론 좋겠지만 “갖고 있다”는 스스로의 자기만족에 더 빠져 드는 것은 아닐까?
아이들은 그런 명품가게보다 뜨고 내리는 비행기 보느라고 정신이 없다. 새벽에 출발했기에 아침을 먹을 시간이 없었다.
아이들은 패스트푸드 코너에서 간편하게 아침 식사를 대신하고 어른들은 우유와 쥬스, 커피로 끼니를 대신했다. 기내에서 간편식이 제공되기 때문에 꼭 식사를 하지 않아도 될 듯싶다.
37번 게이트. KE793 탑승이 시작되었다. 여행사 가이드가 동행했다.
물어보니 이번 여행자는 34명이란다. 여행 상품으로서는 꽤 많은 편이다. 휴가철 영향인 듯싶다.
기내는 만석이었다. 스튜어디스들이 손님 안내하기에 바쁘다. 예정된 시각에 탑승이 완료되고 비행기는 움직이기 시작한다. 우리 일행 7명은 나란히 앉았다. 처음 비행기 타보는 친척 아이들은 창문쪽 자리에 앉아 작은 사각 유리창을 통해 밖을 내다보느라 정신이 없다.
핸드폰을 끈다. 휴가 여행이기에 국제 로밍도 받지 않았다. 공항에서 로밍을 받으면 국내와 똑같이 전화를 걸고 받을 수 있지만 전화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싶었다.
진정한 휴가란 무엇일까?
시계로부터 멀어지는것, 때가 되어 밥을 먹기보다 배가 고플때 밥을 먹는것. 밤이되어 잠자기 보다 졸리면 자고 깨어나면 일어나서 활동 하는것, 그리고 각종 문명의 이기에 구속되기 보다 그들로부터 멀어 지는 것 인지도 모른다.
짧은 2박 3일의 여행이지만 핸드폰을 끄고 나니 두려움이 가끔은 나를 엄습하기도 한다. 우리 가족이 이곳에 여행 온지는 아무도 모른다. 단지 아파트 경비 아저씨한테 휴가 간다고 신문과 우유를 넣지 말라고 부탁 드린 것이 전부다.
혹시 부모님이 연로 하신데 그사이 혹시모를 불상사라도 생기면 어쩌나 하는 근심과 집에 무슨 일이라도 있으면 연락처도 없는데 하는 두려움이 2박 3일동안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물론 여행지에서 국제 전화를 할 수도 있지만 나는 하지 않았다. 휴가를 마치고 돌아와 보니 일상의 삶엔 아무런 변화도 없었고 휴대폰을 다시 인천 공항에 도착해 열어 보니 부재중 전화는 물론 문자 메시지도 없었다. 그저 마음 속에서만 궁금증이 나를 잡고 있었을 뿐이다.
비행기는 순항하여 예정된 시각에 나가사키 국제 공항에 도착했다. 나가사키 공항은 크지 않다. 소음 때문에 바다위 섬에 만들어져 있는 작은 공항이다.
비행기 트랙을 빠져 나가자 기온은 후끈했다.
습기 영향으로 일본의 여름은 체감온도가 우리나라 보다 높다. 그래서 일본에서 에어컨없이 여름을 지내기란 어렵다. 옛부터 집집마다 목욕탕을 가지고 있는것도 여름의 후덥지근한 날씨 영향이크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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