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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삶을 살고 싶다.최한용

산다는 것의 정의는 무엇일까?

어떻게 살아야 참 삶을 사는 것일까? 옛날 어느 선비처럼 " 나물 먹고 물 마시고 팔을 베게 삼아 하늘보고 누워 쉬는 것이 진정 여유 있는 삶일까?

아니면 삶의 악다구니 속에서 뺏고 빼앗기고 싸우며 얻는 부의 창출이 최고의 삶일까?

의료기술의 발달과 영양있는 식단, 풍요로운 삶 덕분에 사람들의 수명이 길어졌다. 젊어서는 일하고 부의 축적이 필요 하겠지만 노년의 삶을 어떻게 영위하는게 참다운 삶일까

삶은 생각하기 나름이리라. 물론 의식주의 기본은 해결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우선 배고픔을 느끼면 그 이상의 아무 것도 생각나지 않으리라. 식욕이 중요 하다면 좀 천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식량 해결 없인 생존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오늘 나는 우연히 여유롭고 아름답게 사시는 분을 만나고 와서 그 분이 살아가는 모습을 얘기해 보려한다.

 토요일 오후, 신안사 가는 길로 접어들었다. 지난번 집중폭우가 내려 신안사 가는 길목엔 많은 피해가 있었다는 말을 듣고 자주 가본 길이기에 궁금 하기도하고 산사에서 울리는 풍경소리가 듣고 싶어 차를 돌렸다. 초록 우거진 산길을 따라 포장된 도로를 차는 오른다.

"동곡지"라 명명된 저수지. 장마철을 대비하여서 인지 생각보다 물이 적다. 둑 저 아래 물이 남아 있다. 길 옆 여기저기 개망초가 흐드러지게 피었다.

웬일일까, 아카시아 나무에 노오란 꽃이 핀 듯 이파리에 일부 단풍이 들었다. 아직 초여름인데 벌써 단풍이 들리는 없고 이름 모를 병이 든 것은 아닐까. 자세히 보니 산자락 아카시아가 모두 그렇다.

얼 듯 보기엔 푸른 신록속의 노오란 이파리 모습이 꽃처럼 보여 아름답기는 한데 저러다 말라죽는 것은 아닌지 괜한 걱정이 앞선다. 오르는 길목, 길옆에 이름 모를 꽃들이 많이 피었다.

언덕을 오르다 보니 반대편 길옆에 예쁜 집이 하나 새로 생겼다. 언덕 위의 하얀집 관광지 펜션처럼 예쁘게 지었다. 2년 전인가 한번 들렸던 곳이다. 그 당시엔 콘테이너 하우스 였는데 새로 지었나 보다. 뒷편 산자락과 잘 어울리게 지었다.

2년전 대전에 계신 분이 정년을 마치고 소일거리겸 혼자서 주변 밭도 관리하시고 조경을 예쁘게 조성하고 계셨는데 궁금하여 둘러보기로 했다.

 마침 문이 열러 있었다. 아마도 집에 누가 계시는가 보다. 집 입구 자귀나무에 꽃이 예쁘게 피었다. 우편함도 색 다르다. 초인종도 없고 , 입구를 지나 들어서니 제일 먼저 개가 짖는다.

방문객이 왔음을 주인께 알리는 듯 요란스럽게 짖어 대지는 않는다. 집 뜨락을 통나무 판자로 깔았다. 지붕엔 벽난로 인 듯 굴뚝이 보인다. 좀 가까이 다가가자 주인 아저씨께서 나오신다. 2년전 뵙던 아저씨였다.

2년만에 뵈었지만 더 젊어지신 것 같다. 반가이 인사를 나누고 안내에 따라 집에 들어섰다. 역시 혼자 계셨다. 토요일이라 오후에 애들이 방문할 예정이란다.

외형도 멋있었지만 내부 디자인이 깔끔하다. 1층 거실의 충고를 높혔다. 밖으론 대형 창문을 통해 앞 정원이 다 들어온다. 벽과 천장, 바닥 모두 나무로 마감했다. 시멘트는 보이지 않는다 뒷편으로 2층 침실을 만들고 계단을 만들었다.

코너에 벽난로를 설치해서 한껏 더 운치를 살렸다. 2층 침실 창문을 열자 뒷편 산자락이 다 들어와 앉는다.

아카시아 숲 냄새, 밤꽃 향기가 들어온다. 스스로 설계해서 지으신 집임을 금방 느낄 수 있다. 건축 업자가 집장사를 위해 지은게 아니다.

그리고 거실엔 쇼파가 없고 주방엔 식탁과 의자가 없다. 방엔 자개농이 없다, 늘 내가 꿈꾸던 그런 모습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사람이 사는 집 이라기 보다 가구가 사는 분위기를 주는게 사실이다.

대신 그윽한 녹차 향을 즐길 수 있는 차 테이블이 길게 놓여있다. 작은 대나무 돗자리가 더욱 시원스러 보인다. 얼마나 단조롭고 넓어 보이는지 모르겠다.

거실 유리창으로 보이는 정원엔 배나무, 꽃나무 야생화등 조경수들이 잘 자라고 있다. 한곁에 닭, 오리 , 거위, 개를 위한 작은 축사가 있다. 혼자 계시기엔 조금은 적적하신 모양이다.

집밖 통나무 뜨락에 작은 테이블과 의자, 파라솔이 펴져 있다. 작은 카페에 온 기분이다. 조경수, 야생화 모두가 주인 아저씨가 얻어다 심으시거나 주변에서 옮겨 놓으신 거란다. 6년이 지나는 동안 모두가 제 자리를 잡고 한결 푸르게 여름을 맞고 있다.

뒷편 산. 등산하기에 좋은 산이다.

 늘 다니다 보니 길이 만들어 졌단다 큰 바위벽을 돌아 정상에 가려면 30분 정도 소요된단다. 맑은 숲에서, 산에 오르며 산의 정기를 늘 받는다고 하신다. 그리고 집짓기 전에도 있었지만 입구에 분위기 있는 정자도 원두막처럼 만들어 놓으셨다.

국주정( 珠亭)이란 팻말까지 걸어 놓으시고 "벼랑에 핀 꽃처럼" 이란 글도 액자에 걸려있다. 주변에 다래, 머루가 정자를 향해 오른다.  바닥엔 작은 자갈이 깔려있고 조금 아래 텃밭이 있다. 집 짓느라 금년에 아무것도 심지 못했다고 하셨다. 그리고 길 건너편에도 예사롭지 않은 집이 하나있다.

여쭈어 보았더니 서울에 계시던 할아버지 한 분이 생활하고 계신단다. 텃밭도 가꾸고 작은 농사도 지으시며 콘크리트속 생활이 싫어 이곳에 와 계신단다. 할머니는 가끔 왔다 가시고.

아저씨께 말씀 드렸다. " 저도 시골에서 크고 자라서 이런 전원적인 생활을 꿈꾸고 있습니다"라고 말씀드렸더니 혼자만의 생각으론 어렵다고 한다.

아이들이야 그렇지만 부부가 같은 마음이어야 하는데 그게 어렵다고........ 우선 시골에 오면 여름에 모기 많고 파리 있고 적적하고 밤엔 깜깜하고 해서 대부분 여자들이 싫어한단다.

처음엔 그저 적응하는가 싶더니 한 달을 못 채우고 다시 도시로 회귀 한단다. 쇼핑도 해야 되고 찜질방 에도 가야 되고 백화점에도 들려야 하고 그럴듯한 카페에서 커피도 한잔해야 하는데 온통 보이는 것은 산이고 나무고 숲뿐이니 답답함을 느낀단다. 그래서 이렇게 사는 것도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고 충고스런 말씀을 해주신다.

늘 혼자 있으니 언제라도 들리라고 말씀하신다. 가족이 함께 와도 좋단다.

이렇게 산 속에서 산을 벗하며 사는 마음 자연 속에서 자연의 향기로 호흡하고, 흙 밟아가며 채마밭에서 푸성귀 기르고, 뜯어 식탁에 올리고 쉬며 책 읽고 향기 좋은 산야초로 차 한잔 우려 마시며 사는 삶.

 세상 속 어려움을 잊어버리고 늘 저 푸른 산의 기상처럼 맑게 사는 그 아저씨의 너그러운 모습 그리고 예쁜집, 아름다운 정원, 조경수와 야생화 꽃 모습이 지금도 머리에 남는다.

나도 중얼거려 본다. 머리가 히끗히끗 해 질 때쯤 "이런 삶을 살고 싶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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