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I)

- 다문화봉사단의 탄생 -

중학생 시절에 영어 수업 시간에 배운 영어 속담, <Heaven helps those who help themselves>는 그저 시험 잘 보기 위해 머릿속에 집어넣은 문장이었다. 이 문장이 갑자기 며칠 전에 머리에 떠올랐다.

진실로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 것’ 같은 기분 좋은 생각이 드는 일을 보았다.

금산군다문화자조모임은 다문화 가정의 가장들이 모여 힘을 합쳐 잘 살 수 있는 방법도 만들고 또 세상을 위해 뭔가 보람된 일을 해보자는 뜻을 만든 단체라는 것을 금산신문을 통해 몇 차례 소개한 바가 있다. 이 모임이 발전적으로 진행되면서 금산군다문화협동조합이 결성되어 조합원들의 이익과 복지를 위해 활동을 하고 있다는 얘기도 몇 번 한 것 같다.

많은 꿈과 계획을 갖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자금이 부족한 탓에 깻잎농사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깻잎 농사를 지어 공동으로 출하하면서 파생되는 이익을 조합원들끼리 나누기도 하고 또 적립된 기금을 이용해서 형편이 어려운 다문화 가정을 돕는 활동을 시작했다고 한다.

처갓집 방문할 때 이용하게 되는 항공권 티켓팅과 비자 발급 등 서류를 대행해주는 사업도 전개했다는 말도 전해 들었다. 회원들의 편의를 돌봐준다면 더욱 많은 사람들이 신뢰를 할 것이고, 이런 믿음이 바탕 되어야 더 큰 일을 더 즐겁고 효율적으로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에서 대단히 고무적인 일이다.

다문화가정의 행복을 다른 사람에게 맡기기보다는 능력이 된다면 스스로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을 끊임없이 찾는 모습이 옆에서 보기에 참으로 좋다.

이번에는 ‘금산군다문화봉사단’을 조직했다고 한다. 어려운 가정에 도움이 될 일을 실질적으로 찾아 실천하고자 하는 모임이라고 했다. 그리고 그 첫 사업으로 금산읍에 있는 한 가정의 집 고쳐주기를 하는 계획을 세웠다.

- 다문화봉사단의 활동 -

다문화봉사단이 집 고쳐주는 현장을 우연히 보게 되었다.

주인이 타지로 나간 낡은 집에 세 들어 사는 딸 하나 둔 집이었다. 집이 많이 낡아 겨울을 어떻게 났을까 하는 걱정이 드는 그런 집이었다. 추운 것은 견딜 수 있다 해도 부엌과 화장실과 세면대가 한 공간에 있으면서 세 가지 용도가 모두 힘들어 보였다.

얼추 눈대중으로 10㎡(3-4평) 되는 공간에 화장실과 욕실, 그리고 부엌을 만들어주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다문화협동조합은 절대로 100% 지원은 받지도 않고, 하지도 않는다는 원칙을 세웠다고 한다. 도움을 받을 때에도 스스로 얼마의 비용은 부담하고 있고, 도움이 되는 일을 하더라도 도움 받는 사람이 일정 비율의 자부담을 하도록 한다고 했다.

모든 것을 도움 받으면 당장 편할지는 모르지만 자신이 받은 도움이 얼마나 큰 것인지 알기 힘들기에 나중에 자신도 남에게 도움 되는 사람이 되겠다는 마음을 갖기 힘들 것이라고 했다.

대단히 좋은 생각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물론 아직 경제적으로 여유가 많은 상황은 아니겠지만 설사 여유가 있다고 하더라도 도움 받는 사람이 모든 것을 지원받으면 그것이 소중하고 귀한 일이라는 것을 깨닫지 못할 수도 있다.

이번 봉사사업에도 필요한 자재를 사는 경비의 50%는 도움 받는 집에서 내기로 했다고 한다. 나머지 50%는 다문화협동조합에서 조금씩 모은 기금으로 충당한다고 했다.

공사를 시작하는 날, 7-8명의 다문화가정 가장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공사장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사람, 가스를 설치해준 경험이 있는 사람, 간판을 만드는 사람, 포크레인 운전하는 사람, 덤프트럭 운전하는 사람..... 등등의 다양한 직업군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자신의 장기를 발휘하면서 집을 고쳐주는 장면은 참 보기에 좋았다.

이들이 시멘트 먼지를 뒤집어쓰며 사흘 동안 ‘재능기부’를 하자 낡은 집 속에 번쩍번쩍하는 부엌과 수세식 변기와 샤워시설이 완공되었다.

좋은 집에 많은 돈 들여 집을 짓고 사는 사람에게는 별 일 아닐지 모르지만 고치기 전의 집안 모습을 보았던 나에게는 어느 궁전 못지않은 훌륭한 집으로 보였다.

그동안에도 다문화 자조모임은 ‘다문화가족은 도움이 필요한 집단’이라는 세간의 패러다임을 불식시키고 ‘우리도 세상에 도움 되는 일을 할 수 있다’는 신념을 가진 사람들이 모인 단체이다.

그동안 많은 시간 동안 다양한 방법으로 이 신념을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주었기에 이 사람들이야말로 ‘새로운 세상을 열어가는 사람들’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이 활동에 ‘금산군 다문화 센터’가 큰 도움이 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한 것도 ‘보기에 좋은’ 이유가 되었다. 관(官)이 개입되면 많은 경우 탁상행정에 그치는 경우가 있는데, 복지와 관련해서는 주민들, 특히 소외되고 힘든 분들에게 큰 도움이 되는 찾아가는 복지행정을 하는 모습들을 근자에 많이 보게 된다.

금산군다문화센터도 군청 직원이 ‘팀장’의 이름으로 다문화 가정과 교류하고 있는데, 그 활동상과 노력이 참으로 가상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다문화봉사단이 시멘트 먼지를 뒤집어쓰며 일을 하고 있을 때 새참을 차려갖고 와서 함께 마음을 나누며 격려하는 모습은 참으로 보기 좋았다.

- 해피 파파 프로그램 -

다문화자조모임이 추진하고 있는 <해피 파파 스쿨>에 대해서도 소개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모든 가정이 남자와 여자가 결혼하면서 이루어진다. 과거에는 남편의 집에서 부인이 생활하는 모습이 자연스러웠지만 현재와 같은 핵가족 사회에서는 가정에서 시댁의 비중이 많이 작아진 것이 사실이다. 그렇지만 다문화가족은 외국에 사는 아가씨가 한국의 남편과 결혼하면서 이루어진 가정이기 때문에 시댁의 비중이 훨씬 크다. 멀리 떨어져 존재하는 친정은 현실적으로 큰 역할을 하기 힘들다.

따라서 다문화가정에서의 가장의 역할은 우리네 일반 핵 가정에서의 그것보다 더 크고 중요하다. 남편이 변해야 다문화가정이 정착될 수 있다는 결론이 자연스럽게 도출되는 이유이다.

그렇지만 현실적으로는 다문화가정에서 가장의 역할을 증대시키고 더 건설적이고 발전적이면서 가정적으로 만들기 위해서 시도되는 사회적, 그리고 개인적인 노력들이 그동안 큰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던 것도 사실이다. 우선 먹고 살기 위해 빼앗기는 시간 때문에 시도 자체가 힘들었기 때문이라는 이유가 가장 클 것이다.

이런 현실적인 한계를 극복하고 ‘아빠들이 나서서’ 가정의 화목과 행복을 도모해 보자는 노력을 금산군다문화자조모임이 했다는 것은 그 시도 자체만 갖고도 대단한 일이라는 칭찬을 하지 않을 수 없다.(다음 주에 계속됩니다)

김호택 gsm710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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