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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평호 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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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제일정신건강의학과 김평호 원장입니다. 최근 SBS 시사프로그램인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악마의 속삭임’이라는 제목으로 수면제인 졸피뎀(상품명 스틸록스)에 대해 보도한 적이 있습니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약을 먹게 되면 폭식, 기억상실, 자실시도를 할 수 있으며 심지어 타인을 죽이는 살인까지도 저지를 수 있다는 내용의 보도였습니다. 과연 졸피뎀이 방송에서 보도된 것처럼 그 정도로 위험한 약일까요? 오늘은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지고 걱정하고 있는 수면제 ‘졸피뎀’에 관하여 말씀 드리겠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졸피뎀(스틸록스)은 안 좋은 약은 아닙니다!!
졸피뎀은 Z drug으로 분류되는 수면유도제로서, 벤조디아제핀 계열의 약물과 비교하면 오히려 안전한 편에 속합니다. 그리고 비교적 반감기가 짧아서 다음 날 아침까지 약 기운이 남아있다든지 졸립다든지 하는 증상을 유발하지 않습니다. 더욱이 장기간 복용했을 때 중독이나 내성을 일으키거나 중단 시 금단증상을 유발할 가능성도 적습니다. 따라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처방에 따라 하루 한 알 정도만 복용한다면 사실 아무 문제가 없는 약입니다.
하지만, 졸피뎀은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지난번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방영된 졸피뎀 문제의 핵심은 약 자체가 아닌 약물의 오남용과 적절한 진단 하에 기저질환의 치료를 받지 못하고 단순히 수면제만 반복적으로 복용하게 되는 의존 현상입니다. 전문의의 처방대로 한 알만 복용하는 게 아니라 자의로 2~3알을 한꺼번에 복용한다던지, 우울증이나 불안증 때문에 수면장애가 발생한 것인데 단순히 지속적으로 수면제만 복용하게 되면 탈억제(disinhibition) 현상이 발생하게 되어 이성을 제어하는 능력이 적어지고 술에 취한 사람처럼 전날 밤에 벌어진 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증상 같은 것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저희 병원에서는 가급적 수면제인 졸피뎀 처방을 피하고 있습니다. 단순 불면증에는 단기적으로 아주 좋은 효과를 낼 수 있지만 오남용의 가능성이 있는 약물이고 잘 못된 복용 시 탈억제, 의존 현상이 발생할 수 있어 다음과 같은 처방 원칙을 세우고 사용하고 있습니다.
졸피뎀의 처방 원칙
1. 한 달 이상 지속된 불면증에는 졸피뎀을 사용하기 전, 불면증의 원인에 대한 자세한 병력 조사를 하고, 기저 질환에 대한 적합한 치료를 고려한다.
2. 3주 이상 처방하지 않고, 적어도 2주에는 한 번씩 외래 진료를 보고, 가능한 용량을 줄이기 위해 노력한다.
3. 65세 이상의 분들에게는 가급적 처방을 자제한다.
4. 졸피뎀은 1알 이상 절대로 처방하지 않는다.
어떠한 일이든 원칙을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방송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졸피뎀 자체가 위험한 약은 아니라고 해도, 불면증에 무조건 졸피뎀만 사용하는 것은 분명히 문제가 있으며, 향후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잠을 잘 못자는 증상이 있다면 기저 질환에 대해 어떻게든 알아보고 그것을 치료하려고 해야 합니다.
금산신문 gsnews47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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