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정말 중요합니다 (Ⅱ)

시장 변화를 따르지 못한다면…

(2) 두 번째로 중요한 사실은 이 세상이 너무나 빨리 변한다는 것입니다.

우리의 인삼시장은 전혀 그렇지 못한 것 같지만, 유통업계는 특별히 빨리 변하는 업종 중 하나로,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 할인점과 홈쇼핑의 비약적인 발달을 들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나라에 대형할인점이 처음 들어올 때에 까르푸를 비롯한 외국의 할인점 업계들은 마치 창고와 같은 매장이라도, 다시 말하자면 매장의 인테리어에는 전혀 돈을 들이지 않고 물건값만 싸게 해준다면 얼마든지 손님을 끌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실제로 이런 방식으로 일본에서는 대성공을 거두어서 일본은 지금 ‘자스코(Jusco)’만이 간신히 명맥을 유지하고 있을 뿐, 토종 대형할인점이 대부분 쓰러졌습니다(대신 일본은 편의점 시장이 대단히 큽니다).

그렇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소비자들이 ‘쾌적한 환경’에서 ‘값도 싼 제품’을 원한다는 것을 간파한 ‘이마트’에 ‘까르푸’가 무척 고전을 하고 있습니다.

후발주자인 홈플러스가 이런 점을 놓칠 리가 없어 그런 대로 선전하고 있다고 하고, 금산 사람들도 이미 많이 이용해 보았겠지만, 유성에 새로 만들어진 까르푸는 백화점의 인테리어에 버금가는 돈을 들였습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하면서도 간과하기 쉬운 현상이지만- 이런 대형 할인점들의 고래싸움에 ‘등이 터져버린 새우’와 같은 소규모 동네 구멍가게와 수퍼마켓들은 또 얼마나 많습니까?

물론 우리와는 비교할 수 없는 일이기는 하지만, 시장의 무서움을 일깨워주는 다른 사례들을 말씀드리지요.

우리도 알고 있는 세계적인 기업들인 제록스(Xerox), 애플(Apple) 컴퓨터, 시어스(Sears), 디지털 이큅먼트(Digital Equipment)와 같은 회사들은 한때 세계시장을 지배하던 선도 기업들이었지만, 지금은 이름 이외에는 흔적도 없이 몰락했거나 재생의 몸부림 끝에 간신히 이름을 건지는데 성공한 정도로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들 실패 사례들의 공통점은 세계 초우량 기업으로 인정받고 있던 바로 그 시기, 가장 좋은 정점(頂點)에 있을 때 기업의 운명을 좌우할 잘못된 의사 결정이 이루어졌다는 것입니다.

시어즈는 매장 브랜드, 카탈로그 판매, 신용카드 판매 등 혁신적인 유통 기법들을 창안한 유통업계의 선도 기업이었지만 지금은 너무나 일반화된 중요시장의 하나인 할인점과 홈쇼핑의 등장을 무시했기 때문에 무너졌습니다.

디지털 이큅먼트는 미니컴퓨터 시장의 독보적인 존재였지만 그 역시 개인용 컴퓨터 시장의 위력을 간과했습니다.

다시 말해 이들 기업들은 자신들의 시장점유율이 너무 높아서 ‘세상은 변화하고 있다는 것’, 다시 말해 ‘자신들의 장점을 아무도 따라오지 못할 것’이라는 이유없는 자만심으로 안주하고자 했기 때문에 시장을 지배할 새로운 기술의 도래를 무시했던 결과입니다.
눈에 콩깍지가 씌워진 것이지요.

제록스라는 말 자체가 복사(複寫)를 의미할 정도로 사무용품 업계에 복사기 돌풍을 일으켰던 제록스회사를 모르시는 분은 아마 없을 것이지만, 시장이 복사기에서 컴퓨터 프린터로 바뀌자 일본의 후지(Fuji)사에 합병되었습니다.

애플컴퓨터도 지금의 마이크로 소프트사의 빌 게이츠와 비견되는 1970년대의 스티븐 잡스라는 업계의 영웅을 탄생시킨 회사입니다. 애플 I과 애플 II를 필두로 하는 개인용 컴퓨터를 처음 개발하면서 돌풍을 일으켰지만, IBM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해 거의 망할 뻔했습니다.

지금은 간신히 맥킨토시로 회복하면서 권토중래(捲土重來)하고 있지만, 시장의 변화를 읽지 못해 실패한 경험이 있는 회사인 것입니다.

우리의 대책은?

그렇다면 이런 위험에 대비할 방법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전문가들은 변화가 심한 시장일수록 기존의 시장을 담당한 조직 이외의 ‘다른 조직을 키워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다시 말하자면 기존의 개념으로는 새로 일어나는 세상의 변화를 따라가기 힘들다는 뜻이지요. 새로운 세계는 새로운 마음으로 맞이해야 하는데, 과거에 안주하는 조직으로는 따라갈 수 없으니, 미리 새로운 개념에 맞는 조직을 키우라는 말이 되겠습니다.

이런 조언을 우리 시장에 도입한다면 아예 제3의 장소에 -그토록 말도 많은 주차장을 원도 한도 없이 넓게 꾸며 가면서- 완전히 천지가 개벽된 새로운 개념의 시장을 개척한다는 뜻이 되겠지만, 아직은 시기상조가 아닐까 하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이미 만들어진 인삼유통센타 마저도 지금 이용을 하지 못하는 것이 우리 실정 아닙니까?

재작년에 100억원이 넘는 예산이 투입되는 인삼관련 프로젝트를 금산에서 차지하지 못하고 경북 영주에 빼앗겼다고 많은 사람들이 흥분했지만, 만약 그 시설이 지금 금산에 들어오면 우리는 그것을 활용할 수 있었을까요?

그렇지만, 아무리 사정이 그러하더라도 한껏 눈이 높아진 소비자들에게 지금 수삼시장과 약초전은 그야말로 ‘쌍팔년도’ 시장입니다.

조금 다른 비유가 되겠지만, 지금 도시에서 자란 아이들은 물론 우리 지역의 어린이들도 초등학교의 소위 ‘퍼세식’ 화장실을 혐오해서 아무리 변소를 가고 싶어도 참고 있다가 집에 가서 볼일을 보는 경우가 너무 많아 대부분의 학교에서 화장실 구조를 ‘수세식’으로 바꾸고 있습니다.

화장실뿐만이 아닙니다. 이 어린이들이 자라면 지금 우리의 구조와 같은 시장은 ‘입구에서 슬쩍 보고’ 지나갈 시장이지, 결코 열의를 갖고 지갑을 열게 만드는 시장이 결코 되지 못할 것입니다.

결국은 시간의 문제일 뿐이지, 이대로 가다가는 우리의 인삼·약초시장은 절대로 발전할 수 없습니다.

‘과감한 리모델링’이 필요합니다.
시설뿐만 아니라 상인들의 마음까지, 거기에 덧붙여서 금산 주민 모두의 생각까지 아우른 변화가 필요합니다.

설사 당장 내 앞에 떨어지는 것이 ‘이익’이 아니라 ‘손해’일지라도, 현재의 기득권을 지키는 것에 민감할 것이 아니라 모든 상인들의 뜻과 힘을 모은 ‘과감한 리모델링’이 필요합니다.

두 번째 조언은 예측하기 힘든 새로운 시장의 출현을 걱정한다면, 그래서 가까운 미래를 알고 싶다면 기존의 고객에 대한 시장조사와 마케팅보다는, 비록 소규모일지라도 새로운 시장, 새로운 고객을 대상으로 한 발견 중심의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하라는 것입니다.

예를 들자면 ‘백열등’에 익숙한 고객들에게 한번도 써 보지 못한 신제품인 ‘형광등’에 대해서 조사한다면 과연 의미있는 결과를 도출할 수 있을까요?

하지만 새로운 시장에 쉽게 적응할 수 있는 소비자 그룹에게 물어본다면 당연히 형광등을 더 선호하겠지요.

이런 조언을 다시 우리 시장에 적용한다면 인삼과 약초제품을 현대인의 입맛에 맞는 신제품을, 그리고 이런 건강식품의 용도를 꾸준히 개발하고 퍼뜨려야 한다는 뜻이 되겠습니다.

그리고 아직 건강식품에 관심이 없는 젊은 연령층을 끌어들여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지요
(다음 주에 계속됩니다)

금산신문 webmaster@igs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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