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제일정신건강의학과 원장 김평호입니다. 오늘은 지난 시간에 이어 트라우마에 관해 조금 더 설명을 드리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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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평호 원장 금산제일정신건강의학과 |
트라우마에는 빅 트라우마와 스몰 트라우마가 있다고 지난 번에 말씀드렸습니다.
빅 트라우마는 우리가 흔히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ost Traumatic Stress Disorder, PTSD)라고 하는 질병을 일으킵니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 있었던 911 테러나 대구의 지하철 화재 사고, 세월호 사고와 같은 큰 충격에 의해 발생하는 게 바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입니다.
복합성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complex PTSD)는 아직 학계에서는 정식으로 인정받은 진단명은 아닙니다. 하지만 오래 전부터 트라우마 전문가들 사이에서 통용되고 있는 진단으로 반복적인 트라우마로 인해 여러 가지 복잡한 심리적인 문제를 가진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겪는 증후군을 말합니다.
복합성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보통 어린 시절부터 반복적이면서 지속적인 학대를 경험한 사람들에게서 많이 나타납니다.
어린아이가 부모로부터 정서적, 신체적, 언어적 학대를 당하거나, 낯선 사람에게 성폭력을 당하는 것 등 여러 가지 반복적인 학대는 어린아이의 뇌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다양한 증상으로 나타내며 이런 아이들이 성인이 되었을 때 마치 성격적인 특성처럼 보이게 됩니다.
복합성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서 타나날 수 있는 특징적인 증상의 범주는 다음의 다섯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감정 조절의 어려움입니다.
만성적인 트라우마를 받은 희생자들은 지속적으로 우울해하거나 침울해하며 반복적으로 자살을 생각하고 자주 자해 시도를 합니다.
특히 화, 분노를 강하게 보이기도 하는데 이는 지나치게 감정을 억제하다가 폭발하는 양상으로 나타납니다.
두 번째는 주의와 의식의 변화입니다. 환자들은 외상 사건에 대해 잘 기억하지 못하고 일시적으로 해리 상태를 나타내기도 합니다.
또 자신이 자신 같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이인화 경험을 호소하기도 하고 현실이 현실 같지 않다는 비현실감을 보이기도 합니다.
세 번째는 만성적인 죄책감과 수치심을 보입니다. 자기 자신을 굉장히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며 자기 비난에 빠져 혼자 고립된 생활을 하기도 합니다.
네 번째는 대인관계에서 신뢰와 친밀감을 같지 못합니다. 타인에 대한 깊은 불신감을 갖고 있기 때문에 속마음을 열지 못하고 혼자 외롭게 살아가며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지 못합니다.
다섯 번째는 신체화 증상을 자주 호소합니다. 불면, 두통, 위장관 불편감 등 여러 검사에도 불구하고 딱히 원인을 알 수 없는 모호한 신체 증상을 자주 호소합니다.
복합성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지닌 환자들은 대부분 우울증, 불안증, 조울증, 경계성 인격 장애 등의 진단을 받아 트라우마에 대한 근본적인 치료를 받지 못한 체 부분적인 치료만 받게 되는 경우가 흔합니다.
김준기 정신과 전문의는 이런 현상에 대해 치료자와 피해자 모두 대부분의 증상이나 문제들이 반복적인 트라우마 자체의 영향력이라기보다는 그들의 취약성이나 결함에 의해 생긴 것이라고 인식하게 된다고 합니다.
또한 피해자들이 지속적으로 받은 트라우마는 점점 지나가버린 사건으로 치부되고 피해자의 현재 상황에서의 부적응만 크게 부각된다고 강조합니다.
반복적인 학대의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에 대한 관심과 이해가 부족할 때 “다 지나간 일인데 왜 훌훌 털어버리지 못하나?”, “왜 그렇게 마음이 약한가?”, “이제 적당히 좀 하고 그만해”라는 말을 주위에서 하기도 하고 환자 자신의 내부에서 스스로 생각이 떠오르게 되기도 합니다.
꼭 정확하게 정신질환의 진단을 내려서 치료를 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빅 트라우마가 아닌 경우 트라우마의 영향력을 간과하기 쉽습니다.
피해자들이 보이는 현재의 증상과 과거 반복되어온 트라우마의 연결 고리를 폭넓고 깊이 있게 이해하는 것, 나아가 이를 바탕으로 과학적인 진단을 내리고 피해자들의 상태를 존중하며 이해하려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치유의 첫 단계라 할 것입니다.
금산신문 gsnews47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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