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제일정신건강의학과 김평호 원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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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평호 원장 금산제일정신건강의학 |
요즘 날씨가 갑자기 무더워지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봄의 끝과 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것 같습니다. 기후가 상승하고 온난화 현상이 생기면서 우리나라의 사계절이 없어지고 겨울과 여름 두 계절만 나타난다고 하시는 분도 계실 정도로 봄인가 싶었는데 벌써 여름이 왔습니다. 계절이 바뀔 때 정확하게 칼로 가르듯 나눌 수 없는 것처럼 마음속 상처도 마찬가지입니다.
30대 후반의 남성이 내원하여 울면서 얘기를 합니다. 요즘 들어서 짜증이 나고 집에서 애들을 봐도 즐겁지 않고 사소한 것에 화가 난다고 합니다. 아이한테 화를 내면 안 되는 줄 알면서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지르고 어떤 때에는 욕을 할 때도 있고 어제는 심지어 손찌검까지 하여 병원에 왔다고 합니다. 더 이상 이대로 있다가는 정말 큰 일 날 것 같은 불안감까지 느껴졌다고 합니다.
환자분의 과거를 들어보니 이렀습니다. 아버지는 자신이 태어나던 때에 사고를 당하셔서 장애인이 되었다고 합니다. 이를 한탄한 아버지는 알코올 중독자가 되었고 술이 취하지 않았을 때는 말수도 적고 아무런 문제가 없었지만 아버지가 술이 취한 저녁에는 집안이 조용한 날이 없었다고 합니다. 어머니를 폭행하기도 하고 소리치고 잔소리를 늘어놓고 정말 견디기 힘든 날이 어릴 적에 반복되었다고 합니다. 어머니가 너무 고통스러워 자신은 집에 두고 집을 나간 적도 있다고 했습니다. 환자는 아버지가 오는 밤에는 항시 불안감에 떨었다고 합니다.
환자는 관계외상을 겪었습니다. 관계외상은 자신의 주위 사람들 특히 부모로부터 받은 상처를 말합니다. 그 상처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상태에서 결혼을 하고 자녀를 낳았습니다. 관계외상은 해결되지 않으면 언제든 수면위로 들어날 수 있습니다. 아이를 낳은 바로 그때 제 환자는 자신의 마음속에 있던 상처가 표현위로 올라온 것입니다.
『요람 속 유령들』이라는 유명한 정신분석 논문이 있습니다. 그 논문의 핵심은 갓 태어난 요람에 유령들이 떠다니는데 그 유령은 바로 세대를 거듭해서 해결되지 않은 관계외상이 마치 유령처럼 떠다닌다고 하는 것입니다. 유전자가 세대를 거듭해 전해지듯 마음의 상처도 해결되지 않고 그대로 남아있게 된다면 세대를 통해 전해진다는 것입니다.
마음속 상처가 대물림 된 사람들의 몇 가지 특징들이 있습니다. 자신의 가족이 여러 가지 문제를 겪고 있고 억압적이며 역기능적인 특징을 지녔다는 점을 부인하고, 매사에 스스로를 비난하며, 자신의 사고 감정을 자꾸 억압하려고 하며 쓸데없는 걱정을 많이 합니다. 다른 사람이 있는 모습 그대로 살아가도록 내버려두는 것 그리고 상황들이 자연스럽게 일어나고 진행되는 것을 두려워하고 무기력, 죄책감, 강압, 협박, 조언, 조작 또는 지배를 통해 사람들을 통제하려고 합니다. 다른 사람들과 의사소통에도 문제가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자신의 진짜 의도와 다른 사람의 진짜 의도를 잘 분별하지 못합니다.
물론 누구나 가족들로부터 받은 상처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 상처가 아물고 성장의 기회로 작용하는 것과 그 상처가 아물지 못하고 자신의 삶에 방해를 일으키는 것은 아주 다릅니다. “신이시여! 제가 바꿀 수 없는 것을 받아들이는 평온함과 바꿀 수 있는 것을 바꾸는 용기를 주옵소서. 그리고 그 차이를 분별할 수 있는 지혜를 허락하소서.”라는 평온의 기도처럼 여러분들이 대물림되는 마음속 상처를 수용하고 바꿀 수 있는 것은 바꿀 수 있는 용기를 가지며 그렇게 함으로써 진정한 자기로서 살아갈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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