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뉴스나 다큐멘터리 정도를 제외하곤 그다지 텔레비전을 즐기는 편이 아니다.
요즘엔 사회상을 알고자 드라마가 나오는 곳으로 채널을
돌리는 경우가 있다.
희한하게도 우리나라 연속극의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부모와 자녀간의 갈등에 대한 소재들이다.
드라마 상에서 한 가정의 성숙한 자녀가 애인과 결혼까지 약속하곤 부모에게 소개한다.
특별한 하자는 없지만 부모는 자신들의 기준에 맞지
않는다고 결사반대한다.
마음이 상한 자녀는 사랑하는 이와 함께 하지 못하는 것에 가슴이 아파 괴로워하는 내용들이다.
드라마를 떠나 실제로 작년에 우리나라
어느 재벌가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미국에서 공부하던 재벌 총수의 막내딸이 남자친구를 사귀었다.
사랑했던 둘은 결혼까지 약속했지만 부모가 완강하게 반대하는 바람에 결국
딸은 슬프게 인생을 마감한 일이 있었다.
이건 비단 결혼 문제만이 아니다.
자녀들이 스스로 정한 진로에 부모가 반대하는 바람에 치명적인 상처를 안고 사는 예도 주위에서
보았다.
이런 문제에 대해 서양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 하냐고 물어본 적이 있었다.
그들은 자녀의 인생은 어디까지나 자녀의 것이므로 특별하게
문제되지 않으면 부모도 선택의 자유에 대하여 간섭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레바논의 시인이자 화가인 칼릴 지브란(1883~1931)은 ‘예언자’란 책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대들의 아이라고 해서 그대들의
아이는 아닌 것.
아이들이란 스스로 갈망하는 삶의 딸이며 아들인 것.
그대들을 거쳐 왔을 뿐 그대들에게서 온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비록 지금 그대들과 함께 있을지라도 아이들이란 그대들의 소유가 아닌
것을.
그대들은 아이들에게 사랑을 줄 순 있으나 그대들의 생각까지 줄 순 없다.
왜? 아이들은 아이들 자신의 생각을 가졌으므로.
그대들은 아이들에게 육신의 집을 줄 수 있으나 영혼의 집마저 줄 순 없다.
왜? 아이들의 영혼은 내일의 집에 살고 있으므로,
그대들은 결코 찾아갈 수 없는, 꿈속에서도 가 볼 수 없는 내일의 집에.
그대들 아이들과 같이 되려 애쓰되 아이들을 그대들과 같이 만들려 애쓰진 말라.
왜? 삶이란 결코 뒤로 되돌아가지 않으며, 어제에
머물지도 않는 것이므로.
시인이 쓴 “아이들에 대하여’란 제목의 이 글은 자녀교육에 있어서 부모들이 새겨두어야 할 덕목이라 하겠다.
자녀들을 위하여 여러 가지 교육과 체험의 기회를 주는 것은 좋다.
아이들의 성장에 방해되는 유해환경도 차단해야 한다.
그러면서도 은연중에 자녀의 의사보다 부모의 기대를 더 강요해서는 안 될 것이다.
나는 사회복지 현장에 종사하면서 여러 아이들을
만난다.
옛날 내가 학교에 다니던 시절과는 달리 요즘 아이들은 나름대로 개성도 뚜렷하고 생김새도 말쑥하게 잘생겼다.
자신의 주의주장도
뚜렷하다.
자녀는 부모의 소유물이 아닌 잠시 하늘이 맡겨 놓은 이들이다.
아이들이 학교와 가정의 생활을 잘 따라가면서도 역량을 잘 발전시켜
인생을 주체적으로 살아가도록 배려해 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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