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정권 무시한 인구수에 의한 의원정수, 지방자치의 본질 흐릴 위험한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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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산군 등 4개군 의회의원은 지난 13일 충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선거구 획정안을 반대하는 성명을 가졌다. |
국회는 지난 5일 전국 구·시·군의회의원(기초의원) 총정수를 현행 2천898명에서 29명 증원한 2천927명으로 조정하는 내용을 포함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개정 선거법에 맞춰 시·도의 구·시·군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는 이달 14일까지 시·군의원 정수 조정을 포함한 선거구획정안을 마련하여 시·도지사에게 제출하고 광역의회는 이달 21일까지 획정안을 심의·의결해야 한다. 21일까지 처리하지 않으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규칙으로 정하는데 전례를 보면 구·시·군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의 획정안이 대부분 반영될 것으로 본다.
충남도 시·군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의 경우 시·군의원 전체 선거구를 155곳에서 156곳으로 1곳, 의원정수를 376명에서 390명으로 14명 늘리는 내용의 획정안을 21일 도의회에 넘길 예정이다.
한편 금산군, 서천군, 청양군, 태안군의회 등 4개 군의회 기초의원 29명은 13일 충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충남도의회의 오는 6.13 지방선거 선거구 정수조정 선거구획정안을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날 기초의원들이 밝힌 도의회의 조정안에 따르면 금산군 1명, 서천군 2명, 청양군 1명, 태안군 1명 등 4개 시군에서 모두 5명이 감축했다. 반면 천안시 3명, 공주시 1명, 아산시 1명, 당진시 1명, 홍성군 1명 등 5개 시군에서 모두 7명이 증원됐다.
특히 지난 5일 국회가 늑장 선거구 획정안을 개정하면서 도의회는 하루만인 6일 ‘충남도시군의원선거구 획정위원회’ 획정조정안을 발표하고 지난 12일까지 조정안에 대해 의견을 제출토록 했다.
기초의원들은 “이번 획정안은 유권자와 후보자의 참정권을 무시하고 단순히 인구수 위주의 산정기준으로 의원정수에 영향을 끼치는 근시안적 조정안”이라며 “지방자치의 본질을 흐릴 수 있는 매우 위험한 결정이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4개군 의회에서 의원정수를 축소하는 충남도 시군구의회의원선거구 획정안을 철회하여 의원정수를 현행대로 조정해 줄 것"을 강력 촉구하는 한편 “우리의 의지가 관철되지 않는다면 충남도 선거구 획정위원회는 모든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경고도 잊지 않았다.
이 같은 반발과 저항에도 불구하고 ‘충남도 시군구의회의원 선거구획정위원회’는 13일 오후 원안 가결했다. 이러한 결과에 대해 김종학 금산군의회 부의장은“충남도 시군구의회의원 선거구획정위원회 위원들의 구성원을 살펴보면 천안시 소속 위원이 과반을 차지하고 여타 위원들도 증원된 지자체출신 위원들로 결성되어 애시 당초 많은 문제점을 갖은 위원회였다”라고 불합리성을 지적했다.
지역정가는 이번의 선거구획정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여 출마의 셈법계산으로 분주한 눈치다. 그동안 나, 다선거구 각각 선출한 지역구를 광역선거와 같은 선거구로 합치되도록 편성하게 됨으로써 현역의원들도 의석수 감소로 불가피하게 서로 경쟁상대로 나서게 되었고, 신규 출마자들로 줄어든 자리싸움으로 치열한 전쟁을 방불케 할 것으로 예상된다.
광역의회와 기초의회는 지방의회의 중추적 기구로써, 지역주민이 직접선거를 통해 선출한 지역대표성의 집합체다. 보다 작은 단위에서 지역주민과 밀접한 관계를 통해 주민주권의 실현이 가능하다는 이점을 갖고 있다. 따라서 실질적인 지방자치의 중심이다. 거대 집행부 권력에 맞서 견제와 감시라는 본연의 임무를 수행하고 또 지방의원 스스로 집행부의 문제점을 찾아 정책을 입안, 발의하는 등 지방의회를 중심으로 역량강화를 통한 다양한 방안이 제시되고 주민의 삶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조례 제정 등을 위해서는 상당한 전문성도 요구된다.
그러나 이 같은 정책적 변화에 앞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지방의원들의 변화된 자세다. 유권자 A씨는 “여전히 일부 지방의원들 중에는 특권의식을 가진 이들이 적지 않다”며 “주민의 심부름꾼이라는 본연을 잊지 않으려는 마음가짐이 바탕이 돼야한다”고 역설 했다. 현장의 다양한 목소리를 담은 지방의회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앞서 언급한 지방 정부에 대한 견제와 감시다. 그러나 현재의 선거제도 하에서는 이 같은 본연의 역할을 다하기가 쉽지 않다. “같은 당 소속 단체장인데 견제가 쉽겠느냐. 의원들 나름대로 제대로 해보려고 하지만 현실적으로 모든 사안을 제대로 파악하기는 쉽지 않았다”고 한 지방의원이 현실을 토로했다.
그동안 치러진 지방선거 결과를 보면 선거제도 개편의 필요성은 분명해진다. 이들 정치권에서도 연동형비례제 도입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1표라도 많은 사람이 이기는 승자독식의 현재와 같은 선거구조로는 패자를 찍은 주민들의 민의를 제대로 대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아울러 현재 중선거구제를 도입하고 있는 기초의회 선거는 2인 3인 선거구를 없애고, 4인 선거구로 통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지금의 2인 선거구는 거대 양당이 독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주민의 다양한 의견을 담기 위해서는 4인 선거구제를 통해 군소정당들을 지지하는 민의까지 현실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중앙중심으로 돼 있는 현재의 정당구조 개선의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도 있다.
현재 각 정당은 중앙당을 중심으로 시·도당을 운영한다. 그러나 중앙당 일색으로 모든 업무가 돌아가다 보니 지역의 목소리를 대변하기가 쉽지 않다. 이에 따라 정당법 개정을 통해 지역을 대표하는 정당이 생길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분권화 시대에 맞는 지역정치권의 역량이 강화되고, 지역민의 민의를 다양하게 수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분권을 통해 중앙집권적 행정 및 재정구조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점을 바로잡고, ‘선거는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기고 봐야 한다’는 후진적 정치문화를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현행 공직선거법은 정당이 모든 선거에 대해 선거구별로 그 소속 당원을 후보자로 추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중앙당이 기초지방의회의원 후보자의 공천권을 가지고 있다 보니 지방의원이 중앙의 의견을 맹목적으로 따르게 되는 등 중앙정치의 영향권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문제가 있다. 또한 역대 지방선거 결과를 보면 유권자들이 단체장의 소속 정당과 동일한 정당의 후보자에게 표를 몰아주는 경향이 있어 현재와 같이 특정 정당의 지방의원들이 의석수를 독차지하는 기형적인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한편 지방선거의 정당비례제에 대한 폐단적 행태가 도를 넘었다는 시각이 대두되고 있다. 1991년 지방선거가 부활하고 2002년까지는 정당공천이 금지되었다가 2003년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으로 2006년부터 지방선거에서 정당공천이 시행되면서 여성의 지방선거 참여도 높이기 위해 중선거구제 및 기초의회 비례대표제가 도입되면서 여성참여의 제도적 기반이 마련되었고 2010년 일부 공직선거법 개정을 통해 지방의회 선출직 할당을 강제화하는 여성의무 공천제가 도입되면서 여성의 지방의회 참여는 활발해졌다.
여성들이 정치에 참여해야 할 필요성이 사회가 여성적인 리더십을 필요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보면 미래사회에 있어서 여성 리더십의 이해와 개발은 사회발전의 필수적인 요건이라고 할 수 있다. 여성들이 왜 지방정치에 참여해야 하는가에 대한 정당성의 근거를 보면 우선은 여성의 권익증진을 꼽을 수 있다.
소수이긴 하지만 지방의회의 여성의원들에 의해 보육이나 교육여건에 대한 주제들이 적극적으로 다루어지고 이의 개선을 통한 여성의 권익을 증대하는데 적지 않은 기여를 한다는 점에서 여성들의 참여가 여성들의 권익 증진을 위해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여성의 개발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유용한 자원의 개발과 활용이라는 측면에서 이익이 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지방 의원들에 대한 자질 시비가 끊이지 않고 일부 지방의원들이 각종 비리에 연루되거나 구속되는 사태가 심심찮게 발생하는 지경에 이르러 지방의회의 무용론까지 나올 정도로 심각하다.
이런 측면에서 내년 지방선거에서 지방의회 비례대표를 비롯하여 지방정치제도 전반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며, 이것은 또한 ‘분권과 견제 그리고 균형’이라는 시대정신의 측면에서도 재검토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지방선거제도의 대표성 또는 비례성을 강화하는 방향의 선거제도 개혁이 필요한데 다시 한번 ‘분권과 견제와 균형’을 바탕으로 한 협치의 정치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길봉석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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