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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치대첩 침투지 탐사에 나서는 회원들. |
따라서 이치전투는 망봉에 지휘소를 설치하여 권율이 지휘하고 현재 대둔산자연휴양림이 자리하고 있는 곳에 디딤터를 설치하고 선봉장 황진이 전투를 지휘하였을 것으로 보인다. 이치의 주 전투는 전쟁골이라 전하는 뱃골에서 이루어지고 옛 이치로 뻗은 작은노른이골에서도 이루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디딤터의 위치로 작은달리봉 아래 능선으로 보는 견해가 있으나 지형으로 보나 당시 전투 상황 즉 황진이 부상을 당하고 즉시 권율이 선봉장으로 독려한 점으로 볼 때 망봉에서 이어진 현재 대둔산자연휴양림 건물이 자리하고 있는 능선이 디딤터로 비정을 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이치방어진 편성을 보면 권율을 대장으로 선봉장 황진, 후군장 황박, 기병장 권승경, 주획 노인, 편비장 위대기, 편비장 공시억, 운량사 소황, 소제 등으로 편성을 하였다.
황진은 남원 출신으로 그의 나이 27세에 무과에 급제하여 선전관이 되었다. 1590년 그의 종부인 황윤길의 종사관이 되어 일본에 갔을 때 활쏘기 시범을 보여 그들을 놀라게 한 바 있으며 1591년 동복현감에 임명되어 용인전투에 참전을 한 후 왜군이 남원을 공격한다는 소식을 듣고 남원으로 갔다 전주가 위급하다는 급보에 따라 전주에 돌아와 안덕원에서 왜군을 물리쳤다. 이어서 권율을 따라 이치전투에 참전하였다.
후군장 황박은 19세인 1582년 무과에 급제하고 선전관에 임명되었다.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6월 함열에서 의병 500여 명을 모아 의군을 편성하고 김제군수 정담이 이끄는 군사와 함께 웅치전투에 참전하였으며 이어서 황진을 따라 이치전투에 참전하였다. 권승경은 권율의 형인 권숭의 아들로 숙부를 따라 내려와 이치전투에 참전하였다.
편비장 위대기는 신체가 건장하고 창검술에 능했으며 무과에 급제하여 해남현감으로 재임 시 왜란을 맞이하여 처음에는 이순신의 휘하에 있으며 해전에서 전과를 올렸다. 권율이 그의 무공을 듣고 편비장으로 삼아 황진과 함께 전주 안덕원 전투에서 왜군을 물리치고 이치전투에 참여를 하였다. 공시억은 동복 출신으로 용력이 뛰어났으며 위대기와 함께 황진을 따라 웅치전투와 이치전투에 참여를 하였다.
운량사 소황과 소제는 남원 출신으로 황진의 처남이고 1백여 석의 군량을 모아 황진의 진영에 들어가 웅치와 이치전투에 참여를 하였다. 노인은 나주 출신으로 권율의 모병에 의한 의병장이다. 당시 27세였던 그는 백여 명의 가솔을 거느리고 권율의 진영에 들어가 주획이 되어 이치전투에 참여를 하였다.
권율과 황진이 설치한 방어시설을 보면, 목책(말뚝을 박아 만든 울타리)과 녹채(대나무를 세워서 사슴뿔처럼 만들어 적이 침입하지 못하게 하는 울타리)를 만들어 기병의 침입을 막았으며, 여장(성가퀴, 성 위에 낮게 쌓은 담)을 쌓아 조총의 공격을 막으면서 공격의 진지로 이용하고자 하였다. 그리고 성채 안에 화살과 수마석을 쌓아 놓았으며, 또 한편으로는 금고, 징, 새납 등을 준비하여 서로 호응하게 하여 전의를 북돋게 하였다. 그리고 산 위에 5색 기를 세우고 연기를 올려 병력의 수를 헤아리지 못하게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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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험준한 산세를 극복하며 등정하는 회원. |
소조천융경을 주장으로 한 왜군은 7월 19일 금산성을 출발하여 송원재(소란재)를 넘어 부암리에서 숙영을 하고 7월 20일 아침 7시경부터 이치를 공격하기 시작하였다. 권율은 가장 높은 봉우리인 망봉에 대장소를 설치하고 지휘소로 삼았다. 그리고 황진에게 “양호의 존망과 국가의 안위가 이 일전에 달렸다. 만약 크게 소탕하지 않으면 다시 호남을 엿볼 것이다. 선봉의 직임은 그대가 아니면 가하지 않다”고 하며 선봉장으로 임명을 하였다. 이에 황진은 “바야흐로 신하된 자 몸을 바치고 명령에 따라야 할 이때에 뜨거운 물과 불이라도 사양할 수 없다. 하물며 선봉은 진실로 제가 원하던 바이다. 원컨대 주장께서는 의심치 마십시요”라면서 전의를 다졌다.
권율은 왜군의 공격에 산 위에서 몸을 떨치고 진중으로 나가 “오늘의 싸움은 진격만 있을 뿐 후퇴는 없으며, 죽음만 있고 삶은 없다”라고 소리치면서 힘써 싸울 것을 명령하였다. 아침에 시작된 이 싸움은 왜군이 성채 안에 들어오기까지 하는 등 치열하였으며 적이 너무 근접하여 총포가 미치지 않게 되자 육박전을 감행하여 오후 3시경에 적을 물리쳤다. 잠시 소강상태가 있었으나 왜군은 5시경 재공격을 개시하였다. 아군은 더욱 용기백배하여 왜군을 격퇴시켰다.
이 전투에서 특히 황진의 용맹이 뛰어났다. 황진은 휘하에 공시억, 위대기, 황박을 비롯하여 가노까지 함께 순국할 것을 맹세하고 이치전투에 참여하였다. 그는 왜군이 가까워진다는 말을 듣고 머리를 빗었다. 그리고 식사를 하고는 궁인을 불러 활을 준비시켰다. 곧 왜군이 당도했으며 황진은 죽음을 각오하고 싸웠다. 그는 비록 다리에 총을 맞아 피가 신발을 흘러나왔지만 오히려 분격하여 산 위에서 큰 나무를 의지하고 활을 쏘기를 계속해서 화살을 대주는 사람이 당해내지 못할 정도였다.
그의 강궁은 한 번에 여러 명을 거꾸려 뜨려 그의 앞에는 왜군의 진격이 끊겨지고 다만 그를 목표로 하여 집중적인 조총 사격을 가할 뿐이었다. 그는 오히려 굴하지 않고 청모마를 타고 지휘하던 적장 한 명을 쏘아 맞춰 죽이니 적의 조총수 한 명이 가까이 와서 조총을 쏘아 이마에 피를 흘리며 기절하고 말았다. 황진이 기절하자 전력에 큰 차질이 가져왔으며, 이에 왜군은 다시 힘을 얻어 전진하여 성채 안까지 올라왔다. 그러나 권율은 스스로 선봉장이 되어 독전하였다. 권율이 칼을 빼어 크게 호통을 치며 친히 화살과 돌을 무릎 쓰고 독전하니 사졸 등이 모두 용감하게 달려 나가 성 위 여담에 뛰어 올라 힘껏 막아냈는데 모두가 일당백으로 싸웠다. 이에 부르짖는 소리는 천지를 진동하고 화살과 돌은 빗발치듯하였다.
편비장 위대기는 황진이 쓰러지는 것을 보고 뛰어나가 그 조총수의 목을 베었으며, 공시억 등과 함께 복병을 지휘하여 적의 측면을 불시에 강타하는 등 대반격을 감행하였다. 아군은 오히려 성채를 넘어서 노도처럼 크게 공격하니 왜군은 부상자와 시체를 버린 채 무기와 갑옷을 벗어 던지고 금산 쪽으로 도주하였다. 이때의 상황을 “비탈을 달려 내려가는 형세요, 옥상에서 물동이의 물을 쏟아 붓는 형국”이라고 하였으니 수비에서 공격으로 돌변하여 노도와 같이 몰아치는 아군의 모습이 “돼지나 양”처럼 도망가는 왜군의 형세와 좋은 대조를 이루었다.
한편 권율은 왜군이 이치에 침입하기 전에 조카인 승경에게 기병장의 장임을 부여하면서 일기병을 주어 이치에서 진산 쪽으로 20리 떨어진 영정곡으로 보내 산골짜기에 잠복하게 하였다. 그리고 전세를 보아 왜군이 패퇴하게 되면 퇴로를 끊고 기습하도록 명령하였다. 권율의 전술은 적중하여 이치에서 영정곡까지 20리에 걸친 골짜기에 왜군을 몰아넣고 앞뒤에서 몰아치니 왜군은 혼비백산하여 자기 부대의 시체를 짓밟으면서 도망치기에 바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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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날등 정상에 올라 휴식을 취하는 회원들. |
이 전투에서 왜군은 수많은 희생자를 낸 반면 아군은 황박을 비롯하여 최호, 양응원 등 10여명이 전사하고 황진 등이 부상당하는 피해를 입었을 뿐이다.
권율은 1500명의 관군과 의병연합군으로 1만여 명에 달하는 제6군 주력 부대를 궤멸시킨 것이다. 권율은 이치대첩에서 승리한 뒤 첩서를 작성하여 형재소까지 전달하는 막중한 책임을 17살에 불과한 정충신에게 맡겼다. 정충신은 이 임무를 완수했으며, 조정에서는 이치대첩의 공으로 권율을 나주목사에 임명하였으며 부임하기도 전에 다시 전라도 관찰사 겸 순찰사를 제수하였다. 황진에게는 익산군수 겸 전라도 조방장을 제수하였다.
이치대첩의 승전보는 임진왜란 초기 전세를 바꾸는데 크게 기여한 점에서 의의가 있다. 왜군이 이치전투를 3대 대첩의 하나로 꼽음은 물론 그 중에서도 이치대첩을 첫째로 쳤으며 권율 역시 이치대첩의 승리를 행주대첩에 비하여 우위로 쳤다. 이치대첩의 승리는 전라도의 보위를 가능하게 하였다.
이치대첩에서 패배한 왜군은 급기야 조헌과 영규의 금산성2차전투와 변응정 금산성3차전투 등 이어진 항쟁으로 금산에서 퇴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또한 평양에서 군량을 기다리던 소서행장 역시 조명연합군의 화의 요구에 응하지 않을 수 없었다. 반면에 전라도는 아군의 군량과 병력을 동원하는 기반이 될 수 있었다.
이치대첩 승리의 공으로 전라도 관찰사 겸 순찰사가 된 권율은 군사를 모아 북상하여 이후 독산성 전투와 행주산성 전투를 승리로 이끌어 서울을 수복하였다. 이렇게 이치대첩은 임진왜란 초기 육전에서의 전세를 뒤엎은 전기를 마련한 점에서 의의가 크다고 할 수 있다.
글 사진 길봉석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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