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다시 가보는 길이다.
조금은 설레이고 어떻게 변했을까 궁금하기도 하다. 대전-진주간 고속도로가 개통 되기전 늘 다니던 금산-옥천간 국도, 구불구불 산자락 따라 저만큼 개울가를 아래에 두고 2차선 도로를 따라 아침저녁 출퇴근 하던 길.
하지만 고속도로 개통과 옥천군 군서면과 대전 산내를 연결하는 곤룡 터널이 개통된 이후 나의 출퇴근 길목은 바뀌어 버렸다.
그 길을 오랜만에, 정말 오랜만에 다시 가는 길이다.
보은과 추부를 연결하는 국토 확·포장 공사로 이곳저곳 산자락이 붉게 파헤쳐지고 교량 공사가 한창이다. 그 당시엔 철길을 넘어 옥천 입구에 진입할 수 있었는데 언제 공사가 되었는지 철도는 도로 위에 새로 신설되고 옛 철길은 흔적만 남았다.
언젠가 지나는 기차에 화물트럭이 받혀 대형사고가 나기도 했던 건널목, 그곳을 지키던 간수도 없고 레일도 들어내 그저 지금은 철길이 있었음을 알려만 주고 있다.
사실 오늘은 금강 휴게소를 찾아가는 길이다.
경부고속도로 개통당시 설립되었던 휴게소를 고속도로 확·포장 공사에 맞추어 영업을 중단하고 2003년 12월 재 개장했다는 소식은 들었으나 가볼 기회가 없어 궁금하던 차에 퇴근길 시간적 여유가 있어 직접 들려 보기로 했다.
옥천 I.C를 통과해 10여분 달리자 금새 금강 휴게소에 도착했다. 구불구불했던 옛길을 폐쇄하고 터널을 만들어 길을 새로 만들었다.
평일인데도 주차장엔 차를 대기가 힘들 정도다.
서울, 부산을 오가는 차량들이 수려한 산세와 맑은 금강물에 끌려 모두들 쉬어 가는 모양이다.
양방향 출입이 가능한 유일한 휴게소 아닐까?
옛 시설을 모두 걷어내고 새로 신축된 휴게소는 고속도로 휴게소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그 모습이 산뜻하고 모던하다. 고급 목재로 꾸며진 외관 그리고 바닥 통로, 금강을 내려다 볼 수 있는 긴 야외 테라스. 휴식기능과 고급 레스토랑, 커피숍 농산물 판매대, 강물 따라 길게 연결된 나무통로. 물가로 내려 갈 수 있는 여러 곳의 계단, 장마철 계속된 소나기로 강 전체를 그득히 채우며 흐르는 금강 물줄기.
흐르는 물줄기를 보고만 있어도 배를 타고 내가 떠내려가는 듯한 착각을 느낀다.
건물 실내로 들어선다. 금강을 마주보고 실내는 통유리벽을 설치해 1. 2층이 시원스럽다.
남·여 화장실을 사이에 두고 조경으로 심어진 대나무가 지하에서 2층까지 뻗어있어 친환경적인 모습이 드러나고 금새 대나무잎 서걱이는 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그리고 출입구 옆부분에 작은 연못을 만들었고 그 안에 큰 잉어들이 여유롭게 노닌다. 물을 떨어뜨리는 낙차의 자연스러움에 시원함이 머물고 연못엔 수련의 넓은 잎새가 두둥실 떠있다.
고급 양식부터 한식, 패스트푸드까지 깔끔한 실내에 두루 갖추어져있고 잠시 쉬어 가는 승객들이 식사하며 밖의 아름다운 모습에 심취한다.
테라스에 설치된 하얀 우산 아래서 카푸치노 커피 한잔하고 계단을 따라 물가로 내려간다.
시멘트 보 낙차에서 떨어지는 물줄기가 하얀 포을 일으키며 물은 쉼 없이 흐른다.
예전엔 저곳으로 차가 건너가기도 하고 사람들이 징검다리 밟고 왕래하기도 했었는데 홍수로 불어난 물 때문에 지금은 엄두도 못 낸다.
그 아래, 낚시로 세월이라도 낚는 듯 릴대를 감았다 풀었다 하는 낚시꾼들이 보인다.
그리고 물결 따라 오르려는 피라미를 잡으려고 우산을 거꾸로 들고 재미로 잡는 어린이들도 보인다. 푸른 물, 넓은 강폭, 낙차로 세차게 떨어지는 물소리도 우렁차다.
강따라 오른다. 금강, 우리 나라 중서부를 관통하는 400여 Km의 강(江).
전라북도 경상남도 사이에 있는 육십령에서 발원해 금산, 옥천, 공주, 부여를 통해 군산 금강 하구뚝을 거쳐 서해로 흘러 들어간다.
페달로 움직이는 놀이보트와 동력으로 물살을 가르는 보트가 즐비한 선착장, 조금 늦은 여름이지만 보트를 타려는 아이들이 구명복을 걸치고 배에 탈 준비에 바쁘다.
오리 형상의 배에 연인인 듯 젊은 남녀가 페달을 밟으며 한가로이 강을 오르내린다.
한 여름철엔 휴게소를 오다가다 잠깐 들리는 사람보다 수상스키를 즐기려는 매니아들로 만원을 이룬단다. 그리고 주변에 텐트를 치고 아예 휴가를 이곳으로 오는 사람들도 많다고 한다.
하긴 ‘80년대 중반 한국 타이어 대전 공장 근무시절 이곳에 한국타이어 하기 휴양소가 설치되여 운영되기도 했다. 나도 아이들 데리고 비닐 튜브 가지고 놀러 오기도 했던 기억이 새롭다.
푸른물, 뒤편 철봉산 산자락 짙은 녹음이 강물에 내려앉아 더욱 푸르게 보인다.
물 흐름이 완만하고 청정지역을 돌아 흘러온 물을 깨끗하기만 하다.
노을이 진다. 산그늘엔 저녁이 일찍 찾아온다. 길가에 가로등이 켜지고 휴게소는 밝은 아름다움으로 변했다. 질주하는 고속도로위 차량들의 미등이 붉게 빛을 발한다.
때가 때인지라 시장기가 느껴진다.
고속도로 뒤편 식당가로 향한다.
물가 식당들의 메뉴는 대개 공통점이 있다.
어죽, 쏘가리 매운탕, 송어비빔회, 쏘가리회, 도리뱅뱅이 등 민물고기를 소재로 한 메뉴가 주를 이룬다.
나도 그 중에 하나 무엇을 먹어야 하는데…
아름다운 풍광, 환경 친화적인 휴게소 모습.
쉼 없이 흐르는 금강의 물줄기 그것만으로도 배부름을 느낄 수 있는 것은 웬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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