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임식도 없이 떠난 김군수
지난 6월 30일로 민선 3기의 임기가 끝나고 7월 1일부터 민선 4기의 금산호(錦山號) 선장이 김행기군수에서 박동철군수로 정식으로 바뀌었다.
박동철 새 군수에 거는 기대에 대해서는 지난 주에 이미 언급한 바가 있고, -지난 갈등을 들추어 다시 분란을 일으킬 생각은 없지만- 떠나가는 분에 대한 언급과 정리가 없다면 새로운 분에 대한 기대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으로? 내 개인적인 입장을 정리하고자 한다.
금산호의 선장으로 그야 말로 영(榮)과 욕(辱)의 8년 세월을 보낸 김행기군수는 이백여개 지방자치단체 중 재정자립도는 물론 미래에 대한 비전을 그리 크게 갖지 못했던 지역 중 하나인 금산에 활기를 불어넣은 분이 틀림없을 것이다.
임기 중에 일반적으로는 상상하기도 힘든 발상을 실천하고 밀어붙여서 결국 금산에 금산만의 시설과 정신과 문화가 있다는 것을 과시하고, 지역민들에게 ‘우리도 마음만 먹으면 이룰 수 있다’는 희망의 메세지를 전해주었다.
다만 이 과정에서, 특히 불과 800표 가량의 작은 차이로 재선에 성공하고 민선 3기에 접어든 뒤부터 선거 후유증에 시달리고, 공무원직장협의회, 일부 시민단체와의 갈등 등으로 본인의 고생은 물론 지역 전체가 편가르기와 갈등으로 힘들었던 것은 너무 안타까운 일이다.
이 갈등이 결국은 김군수와 유능한 몇몇 전·현직 공무원들이 구속되기도 했고, 마지막 떠나는 절차인 이임식을 놓고도 계속되어 결국 이임식을 포기하게 된 것에 대해서도 참으로 안타까운 마음이다.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듯이
나는 개인적으로는 -물론 손발을 맞춰 그 밑에서 일을 해본 경험은 없지만- 김군수를 존경하고 그 분의 철학을 좋아하는 사람 중 하나로, 되도록이면 가까이에서 그 철학을 배우고 싶었다.
이러다 보니 자연히 그 분의 장점과 함께 단점도 알게 되었고, 대저 단점이란 것이 장점과는 달리 작게 보는 사람은 한없이 작아 보이고, 크게 보고 싶은 사람은 한없이 커 보이는 것도 알고 있다.
이것이 김군수가 지역민들에게서 극단적인 평가를 받게 된 이유 중 하나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하지만, 결국은 갈등이란 것이 하나의 세력이 나선다고 생기는 것이 아니라 두 세력이 부딪쳐야 나타나는 것이다.
이런 이유에서 나의 생각을 어느 한쪽에 대비해서 다른 세력의 손을 들어줄 생각도 없고, 또 그럴 수도 없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그렇지만 지난 8년간 김군수를 중심으로 수많은 공직자와 주민들이 합심한 덕에 인삼약초 외에는 매스컴에 날 일이 날씨(너무 춥거나, 너무 덥거나...) 밖에 없던 고장 금산이 다락원으로 대표되는 벤치마킹의 대상이 되고, -물론 주워들은 얘기이기는 하지만-?
공무원의 수준이 충남에서도 낮은 평가를 받다가 이제는 최고수준으로 인정받는 정도로까지 발전했다는 것에 대해서도 반대의견을 갖고 있는 사람은 아마도 ‘증오의 콩깍지’가 눈에 씌운 것으로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김군수뿐만 아니라 지역의 모든 주민과 공직자들이 너무나 힘들었던 지난 2년 정도의 기간 동안 그동안 쌓아놓은 공적에 많은 흠이 갔던 것도 사실이고, 세상의 모든 갈등에 책임을 나눈다면 장(長)의 책임이 더 큰 것이기에 개인적으로는 너무나 하고 싶은 말씀이 많겠지만 가슴속에 묻어둘 수밖에 없는 일도 있을 것이다.
꿈과 희망을 얘기하던 시절
8년전 김행기 전군수가 민선 2기 군수 출마를 선언하고 -순직하신- 김현근 전군수와의 선거전을 준비할 때 연세소아과 3층의 옥상에서 나는 김군수와 처음 대화를 나눴다.
김군수가 김현근군수를 선거에서 이길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아마도 그리 많지 않았던, 말하자면 김군수에게는 참으로 힘들었던 시기였다.
연세소아과 옥상에서 바라보이는 유일한? 풍경은 자연주유소에서 새로 낸 우회도로였고, 완공된지 얼마 되지 않던 당시의 우회도로는 산을 깎은 절개지의 누런 황토로 흉측한 모습이었는데, 그 모습을 같이 보던 -선거 얘기만 해도 마음이 다급할 텐데도 불구하고- 김군수는 이렇게 말했다.
‘저 절개지에 수국을 심으면 참 좋겠지요. 수국의 큰 잎이 모자란 절개지의 풍경을 채워줄 것 같지 않으세요?’ 나는 이 뜬금없는 얘기를 듣고 처음에는 당황했지만 ‘아! 이 분이 『꿈』을 꾸는구나. 이 꿈이 실현된다면 금산은 희망이 있다’는 생각을 했다.
당선된 후 가끔 김군수와 대화 -사실은 하나의 강의를 듣는다는 표현이 더 적당하겠지만- 를 나누면서 그분의 끝 모를 금산을 향한 열정과 ‘고집’과 구별하기 힘들 정도의 ‘추진력’에 자주 놀랐고, 대단한 독서량에서 나오는 통찰력에 깊이 감동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많은 것을 이루었지만, 또 많은 것을 잃은 지금에 이르러서는 찾아가 위로할 말도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미안하고 가슴만 아픈 그런 안타까운 마음으로 지켜보고만 있던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물론 나도 그 중의 한사람이었고…
아무도 기다리지 않았다
이런 서먹서먹한 분위기에 나 자신이 싫어지는 마음으로 지내던 중 우연히 어느 영화잡지에서 김행기군수에 대한 작금의 내 심정을 콕 집어낸 듯한 글을 보고 나는 깜짝 놀랐다.
『수퍼맨 리턴즈』라는 영화평에 대한 글인데, 잠깐 그 내용을 인용해보자.
<‘아무도 기다리지 않았다’라는 제목의 그림이 있다.
19세기 말 러시아 화가의 작품으로, 유배를 갔던 남자가 갑자기 집안에 나타나자 당황하는 가족의 모습을 담고 있다.
아내는 놀라 일어나고 아이들은 초라한 몰골의 사내를 보고 겁에 질린 표정을 짓는다. 아마도 여인은 남편이 유배를 떠난 뒤에 새 삶을
시작했을 것이고, 그래서 갑작스런 남편의 등장에 기뻐하기보다 난감해 하는 것이리라.
‘수퍼맨 리턴즈’에서도 5년 전 작별인사도 없이 떠났던 수퍼맨이 클라크의 모습으로 등장할 때 로이스는 그를 반기지 않는다. 로이스 옆에는 남편과 아이들이 있고, 로이스는 ‘왜 우리는 더 이상 수퍼맨이 필요없는가’ 라는 기사를 써서 퓰리쳐상을 받기로 되어 있었다. 수퍼맨은 초대받지 못한 손님이 되어 돌아온다.>
?『아무도 기다리지 않았던』 그림 속의 가장처럼 우리는 김군수를 대한 것은 아닌가 하는 후회와 미안함이 새삼 마음을 채운다.
그리고 마치 수퍼맨이라면 당연히 날아가는 비행기도 세울 수 있어야 한다는 식으로? ‘군수라면 당연히 해야 한다’면서 금산을 위해 노심초사하던 김군수를 잊은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애(愛)와 증(憎)으로 지낸 몇 년 세월에 대해 잊을 것은 잊고, 용서할 것은 용서하면서, 그리고 반성할 것은 반성하면서 우리 모두 새로운 금산, 박동철 새 군수가 역설하는『화합과 발전의 금산』이 되도록 우리 모두 노력해야 하겠다.
그리고 고생하신 김행기군수에게 ‘너무 고생하셨으니, 앞으로의 인생은 평안하시기’를 빌면서, 틈이 나는 대로 초인(超人)의 비애(悲哀)에 초점을 맞추었다는 영화 『수퍼맨 리턴즈』를 봐야 하겠다.
이제는 김군수를 수퍼맨과 동일시했다며 소매 걷고 나서는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이라고 믿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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