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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를 넘나들기
▲거리에서 함께 어울린 금산의 청소년들(2019년).

작년에는 그렇게 안 오던 눈이 올해는 참 많이도 내린다. 눈을 쓸다가, 사진을 찍어, 집에 있을 친구들에게 보낸다. 서로 눈 오는 사진이나 눈사람 만든 사진을 주고받으며, 소식이 오간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실시간으로 연결되는 일이 부쩍 많아지고 자연스러워졌다. 2020년이 우리에게 준 큰 변화중 하나다.

아차. 오늘 오전에 zoom 미팅이 있다. 다른 학교 선생님들과 만나, 서로 교육 사례를 나누기로 했다. 후다닥 눈 덮인 잠바를 벗고, 컴퓨터 앞에 앉는다. 다행히 제시간에 접속했다. 온라인 만남도 이제 꽤 익숙해졌다. 편하게 내 집에서, 게다가 마스크를 벗고 만날 수 있으니, 오프라인 만남보다 나은 면도 많다. 다들 그런가 보다. 요즘에는 zoom에 접속중이라 전화를 못 받는다는 답변을 꽤 많이 받게 된다.

작년처럼 올해도 코로나로 시작한다. ‘위드 코로나’ 시대, 어느덧 우리는 새로운 일상을 당연한 듯 살아가고 있다. 대면과 비대면, 더 나아가 학교 안과 밖을 넘나드는 활동이 배움의 현장에서 일상화되고 있다. 우리 모두, ‘학교란 무엇인가’를 되 물으며, 교육의 본질에 대해서도 깊이 생각해보게 되었다.

무엇보다, 지역(local)이 각광받게 되었다. 코로나 사태로 원거리를 자유롭게 이동할 수 없게 되니, 가까운 거리의 우리 동네에 새롭게 주목하게 되었다. 중앙으로, 주류로 쏠리던 눈길을, 내 주변에 돌려보게 되었다. 이웃에게 배우고, 기여하며, 상호작용으로 만드는 활동에 주목하게 되었다. 지역의 사람과 현장에 기반하여 배움의 거리를 엮어내는 시도들도 다양해지고 있다. 경험이 쌓이면서, 새로운 삶을 전망하는 목소리도 많아지는 중이다. 생각해보면, 이웃과 신뢰에 기반한 지역살이가 훨씬 사람살기에 낫지 않을까. 코로나도 기후위기도 고단한 삶도. 지역을 토대로 생각하면 해법이 조금씩 보이지 않을까.

▲눈이 내린 간디학교.

상호작용을 발견하는 능력이 함께 성장한 것은 코로나 시대의 큰 수확이다. 연일 코로나 동선과 이동반경, 그리고 이와 연결된 지역 경제를 확인하면서, 우리네 삶이, 이해관계와 상호작용의 연결망이라는 걸 다 같이 지켜보는 중이다. 생각해보면, 이제야 모두의 눈에 띄었을 뿐, 사실 우리는 늘 밀접한 연결고리 속에 놓여 있었다. 나비 효과처럼 누군가의 존재와 활동이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무척 크다는 사실을 우리는 실시간으로 학습하는 중이다. 우리 공동체의 복잡한 상호작용을 생태계로 바라보는 시야를 함께 배워가는 중이다

우리네 삶도, 우리 공동체도, 거미줄처럼 엮여, 통째로 하나이다. 삶을 연습하고, 배우는 게 교육이라면, 연결되어, 하나로 만나도록 하는 게 맞지 않을까. 위드 코로나 시대를 ‘교육 생태계 복원’의 기회로 생각해보면 어떨까. 동일한 학교에서, 동일한 것을 배우면, 모두가 균등하게 성취한다는 것은 신화에 가깝다. 서로의 경계를 허물어, 상호작용을 경험하고, 다름이 부딪히도록 하며, 불확실성에 몸을 맡기는 법을 배우는 편이, 훨씬 현실적이지 않을까. 생각해보면, 인류의 오랜 역사 내내, 사람들은 마을에서 함께 일하고 관계 맺는 속에서, 자연스레 배우고 성장해왔다. 모두가 매일 아침부터 저녁까지 교실에 앉아 똑같은 것을 배우는 삶이 일반화된 것은 인류 전체 역사에서 극히 최근에 일어난 사건이다.

오랫동안 자연스럽던 인류 전통의 삶을 재해석해보면 어떨까? 지금의 우리 삶속에서 조금이라도 변화가 가능한 영역을 찾아 시도해보면 어떨까? 예를 들면 모든 학교에서 똑같은 수업을 할 필요 없이, 서로 필요한 주제는 그룹별로 함께 공부하면 어떨까? 청소년도 줄어드는데, 학교들이 서로 교류하며 공동으로 시설 활용을 하면 효율적이지 않을까?, 청소년들이 삼삼오오 지역의 어른과 현장을 함께 탐방해보는 건 어떨까? 지역에서 함께 배우고, 만나도록 교육 플랫폼을 기획해보면 좋겠다. 진로, 성평등, 기후위기, 청소년 인권, 지역문화, 관계, 성찰 등 함께 필요한 공부는 참 많다.

온라인학부모연수(2021년).

관과 민을 엄격하게 구분하던 관행도 이제는 옛말이다. 거버넌스, 민관 협치는 이제, 많은 사람들이 경험하고 사용하는 용어가 되었다. 작년, 대안교육기관에 관한 법률도 국회에서 만들어졌다. 대안교육과 공교육의 구분을 넘어 모두가 서로에게 기여하며, 새로운 교육의 시대로 나아갈 수 있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더구나, 코로나가 활짝 열어준 온라인 학습의 시대는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사뿐히 넘어서게 한다. 지역을 넘어 누구든, 어디든 우리는 함께 만날 수 있다. 호주머니 속의 핸드폰 하나면 연결과 배움이 모두 가능한 시대가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계를 넘나드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현장별로 각기 다른 일정, 예산, 문화를 맞춰가는 일은 어려움이 많다. 그래서 우리는 문을 두드려보다가, 안되나 보다 쉽게 좌절하곤 한다. 하지만 시대가 변화했다. 서로 문을 열고 만나야 할 필요는 모두에게 존재한다. 누군가가 주도하고 주인이 되는 방식이 아니라 상호작용을 통해, 서로 자기 조직화를 거듭한다면 우리 지역과 교육은 결국 변화의 임계점을 넘을 수 있을 것이다. 다양한 아이디어를 실험해보자. 예를 들면 지역의 학교들이 같은 주제의 수업을 열어, 서로 교사들이 넘나들며 수업을 진행하거나, 마을 주민을 강사로 초빙하는 공동 수업을 진행하면 어떨까. 수업을 온오프라인 지역 현장 탐방과 인터뷰형태로 바꾸는 건 어떨까. 각종 기념일(지구의 날, 4.19 등)의 계기수업을 공립학교와 대안학교가 공동으로 진행해볼 수도 있겠다. 우리 지역이나 타 지역의 전문가를 온라인으로 초빙하여, 지역 청소년들을 모아 강의를 듣고, 온라인 토론회를 열어 서로 다른 생각을 나누는 것은 어떨까. 온라인으로 연령과 소속이 다른 청소년들이 함께 모여, 청소년 정책에 대한 아이디어를 모아, 정치인들과 지역 현안에 관해 대화할 수 있어도 좋겠다.

경계를 넘나들며 배우는 시대를 함께 개척해보자. 서로를 만나자. 잃을 것은 낡은 사고요. 얻을 것은 무한한 가능성이다. 어린이와 청소년이 서로 만나서 배우고, 지역의 현장과 이슈를 탐방하며, 지역민으로 자라나는 시대를 함께 만들어가자. 우리 모두는 금산에 사는 금산 사람들이다.

/금산신문 전문위원 유준혁

금산신문  gsnews47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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