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에 대전에서 ‘생명평화와 종교인의 역할’이란 주제의 모임이 있었다.
원불교 교무님, 개신교 목사님, 불교 스님, 천주교와 성공회의 신부님들이 한 자리에 모여 허심탄회하게 우리 사회의 갈등 치유에 대한 생각을 나누는 자리였다.
이 자리에서 생명평화운동을 주창한 남원 실상사의 도법 스님과 일행들을 반갑게 만나 뵈었다.
스님이 이끄는 순례단은 2004년부터 지금까지 산길, 들길, 물길 약 1만5천리의 순례 길에서 4만5천명의 사람들을 만났다. 마을주민과 이장, 어린이와 청소년, 교사, 농민회 등을 비롯해 시민환경단체의 회원, 시·군의 읍·면·시장, 농협조합장, 그리고 각 종교의 성직자와 신자들이었다.
이분들은 어느 지역에서건 개신교 교회, 천주교 성당, 원불교 교당, 그리고 사찰 등을 통해 순례단에게 필요한 잠자리와 밥을 얻었다.
순례단이 가장 먼저 듣고 확인한 것은 어느 지역을 가나 문제는 대동소이한 것이었다.
점점 더 확장되는 철근콘크리트 도시, 벌겋게 속살이 파헤쳐지고 있는 산하, 그 위를 덮는 아스팔트와 건물들, 1년 내내 아기가 태어나지 않은 농촌마을, 문을 닫는 공장들, 청년실업의 증가, 양극화 현상의 심화, 인성파괴와 범죄율 증가, 국제사회를 소용돌이로 몰아넣고 있는 유형무형의 전쟁 등…
위기의 징표들은 도처에 깔려있었음을 보았다.
우리사회에 얼마 전까지 ‘부자 되세요’란 제목의 텔레비전 광고가 방영된 적이 있었다.
마치 부유한 사람이 되면 행복이 저절로 굴러오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순례단은 이렇게 묻는다.
“경쟁에 승리해서 행복해졌습니까? 부자가 되어서 행복해졌습니까? 생활이 편리해져서 행복해졌습니까?”
행복을 얻는 방법에 대하여 독일의 사회심리학자인 에리히 프롬(Erich Fromm, 1900~1980)은 자신의 명저 ‘소유나 존재냐“에서 이렇게 전한다.
사람의 삶을 살아가는 방식에는 끊임없는 소유 추구로 행복을 추구하려는 방식과 주어진 생에 대한 감사로 만족하는 존재론적 방식이 있다고 한다.
이러한 두 가지의 판이한 삶의 방식을 설명하기 위해 저자는 두 가지 시의 예를 든다.
‘갈라진 벽 틈새에 핀 꽃이여/ 나는 너를 그
틈새에서 뽑아내어 / 지금 뿌리째로 손 안에 들고 있다.“(영국의 알프레드 테니슨의 시)
“눈여겨 살펴보니 / 울타리 곁에 냉이꽃이 피어있는 것이 보이누나! “(일본의 선승 바쇼의 하이쿠)
테니슨의 시는 ‘소유양식’을 대표하고 바쇼의 하이쿠는 ‘존재양식’을 대표한다. 테니슨은 자신만이 꽃의 아름다움을 즐기기 위하여 꽃이 지닌 생명의 근원까지 싹둑 뽑아낸다.
하지만 바쇼는 야생에 핀 꽃을 있는 그대로 내버려두면서 뭇생명들과 공존하면서 기쁨을 얻고 있다.
현대인들은 더 많이 갖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소유란 삶의 방식’에 집착하는 한 결코 행복은 오지 않는다.
프롬은 진정 행복해
지려면 삶의 방식에 혁명적 전환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에게 매우 익숙한 소유란 삶의 방식은 우리 동양의 것이 아닌 서구 산업 사회의 생존방식일 뿐이다. 예수, 석가모니 등 이전에 거의 모든 ‘인류의 스승’들은 인류의 행복을 위해 ‘존재적 삶의 방식’을 강조했었다.
우리는 생존에 필요한 만큼만 갖고 있으면 된다. 사람이 불행해지는 것은 생존의 필요성을 넘어서서 더 많은 물질에 집착하기 때문이다.
존재적 방식은 재능과 물질을 이웃과 나누는 삶이다. 생존에 필요한 것 이상으로 가지려 하지 않는 것이다.
조촐한 식사, 평범한 옷차림과 주거생활 등 단순한 생활양식을 말한다.
이러한 삶의 방식 안에는 잡념이 끼이지 않는다.
비움과 나눔은 나/내 가족/내 직장/내 집단/내 지역/내 나라란 이기심을 버리고 너와 나 모두를 행복하게 하는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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