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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젊음은 오래 거기 남아 있거라
울릉도 이동학습.

빠르고 복잡한 변화가 일상이 된 시대다. 누구도 향후 몇년 뒤의 사회가 어떤 모습일지 정확히 예측하기란 쉽지 않다. 위드(with) 코로나 시대, 당장 우리 눈앞의 일상도 계획대로 통제 한다는게 불가능하지 않은가. 사회가 그럴진대, 교육도 마찬가지다. 예전의 관점과 기준으로는 설명하고 대응하기 힘든 것들이 참 많다. 기존에 익숙하던, 사전에 계획을 세우고, 예상 가능한 변수들을 미리 통제(설계)하여 배우고 가르치던 방식은 곧 사라지게 될지도 모른다. 작은 시도들을 멈추지 않고, 바뀌는 현실을 교과서 삼는 태도들이 모여, 새로운 길을 만들어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1학년들이 학교 밖으로 나가 걷기 여행을 하고 돌아왔다. 중학과정 1학년은 울릉도를 한 바퀴 돌고, 고등과정 1학년은, 금산에서 해남까지 걸어서 다녀왔다. 걷기여행은 길 위에서 자신의 밑바닥과 친구의 다름, 그리고 낯선 상황과 사람을 만나던, 훌륭한 배움의 재료였다. 지난 2년간, 동선과 기간을 줄이고, 방역수칙에 따라, 새로운 현실에 적응해왔으나, 여전히 질문은 남는다. 코로나 시대의 여행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현지에서 만난 사람들.

일상을 벗어나, 매일 걸으며 새로운 풍경을 만나는 생활을 몇주씩 이어간다. 집 떠나면 고생이라고, 고단하고 어려운 문제가 눈앞에 가득하다. 하지만 매일 걸어야 하는 숙제는 삶을 단순하게, 그리고 자유롭게 만든다. 배고프고 졸리고 피곤한 일상이기에, 역설적으로, 서로 부대끼며, 살가운 추억이 더 많아진다. 전라도 어느 뜨거운 길위에서, 힘내라며 슬쩍 음료를 건네주고 서둘러 떠나신 이름 모를 어른의 뒷모습은 참 따뜻했다. 독도 경비대원분들에게 편지를 전하고, ‘홀로아리랑’을 불러드리며 받은 감동은 아직도 생생하다. 길 위에서 만난 이 젊은 날의 기억들이 앞으로 인생의 소중한 우물물이 될 것이다. 돌아보면, 우리의 삶에는 얼마나 많은 이야기가 있던가. 어느 사연하나 특별하지 않은게 있던가. 어쩌면 이야기를 만나고, 만드는 일이 삶의 핵심중 하나가 아닐까.

사진에 담다.

해외로 이동학습을 나가던 2학년들은 2년째, 국내로 길을 떠나고 있다. 올해, 중학과정 2학년은 생태와 평화를 주제로, 고등과정 2학년은, 로컬 크리에이터를 주제로, 제주도에 스며들다 돌아왔다. 그동안 해외 이동학습은, 새로운 삶의 관점을 만드는 큰 전환의 계기가 되어주곤 했다. 낯선 이들과 감성과 문화를 나누는 경험이 쌓이다보면, 나만의 관점에서 우리들의 관점으로 시야가 바뀌어 가는 것이다. 지난 2년간, 안전한 방역과 새로운 경험사이에서, 나침반처럼 흔들리며, 새로운 국내 이동학습의 길을 모색해왔다. 하지만 이동학습의 본질이 무엇인지에 대한 토론은 여전히 뜨겁다.

제주도 해양쓰레기 줍기.

현지의 자원을 기반으로 한 만남과 프로젝트를 기획하여 길을 떠났다. 제주도는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다. 삶의 이야기가 켜켜이 쌓여있는 역사와 문화의 공간이다. 그래서 배우고 실천할 점이 무궁무진한 곳이다. 올레길, 미술관, 공동체, 박물관 등 주요 현장을 직접 조사하고 만남을 계획하여, 자기 발걸음으로 만난다. 해녀들의 이야기를 소재로 다큐영상을 만들고, 4.3의 아픔을 만난다. 해양 쓰레기를 함께 줍고, 살아있는 제주숲의 생태를 느끼며, 우리가 모두 연결되어있음을 확인한다. 여러가지 돌발 상황에서, 함께 머리를 맞대며, 더 많은 것을 배운다. 돌아보면 삶 그 자체가 얼마나 위대한 스승이던가. 마음대로 잘되지 않는 관계에서, 실패한 도전에서 우리는 얼마나 많은 것을 배웠던가.

유리쓰레기를 공예품으로.

3학년들은 스스로의 삶에 대해 깊이 있게 돌아보는 시간을 가진다. 3년의 시간을 정리하는 각자의 졸업 프로젝트를 만드는 것이 주된 활동이다. 그게 무엇이건, 자신의 삶에서 우러나온 이야기를 콘텐츠 삼아 직접 창작하는 활동은, 매우 특별한 경험이다. 거기에 더하여, 중학과정 3학년은 자신을 돌아보는 짧은 자유여행을 경험하며, 자기발견의 깊이를 더 했다. 고등과정 3학년은 진로를 고민하며 인턴쉽 탐방을 다녀와 자신의 작업과 연결지었다. 지난 시간을 돌아보면, 온 세상이 학교였다. 길을 묻는 일이 우리들의 삶이었다. 돌림병으로 자유롭게 오갈 수 없는 세상이 와 버렸지만, 자신을 만나는 작업은 계속된다. 생각해보면, 내면의 목소리를 만나는 일은 언제 어디서나 가능하지 않은가

누구나 다가오는 것들을 환대하고, 연결하면서 삶을 만들어간다. 상호작용의 가운데 오늘도 각자 자신을 만들어가고 있다. 늘 같은 자리만 맴도는 것 같아도 한뼘씩 자라나고 있는 것이다. 길 위에서 보낸 우리들의 젊은 날도 두고두고 남을 추억이 될 것이다. 맨땅에 헤딩하고, 없는 길 만들어가며 배우는 청춘들의 모습이 아름답다. 검게 그을린 얼굴들과 함박웃음 사이에서, 윤동주의 시 한구절 되뇌어 본다.

아아 젊음은 오래 거기 남아있거라.

/금산신문 전문위원 유준혁

금산신문  gsnews47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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