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너에게로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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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용산 |
벼랑이다
발 디딜 때가 없어 내려가지 못하고 올라야 했다 그때마다 나타나는 풀은 풀이 아니라 동아줄보다 단단한 목숨이었다 제 몸무게 견디려 벼랑 틈으로 기댄 풀 한 포기 어느 새 한 사람 밀어올리고 있었다
너에게로 가는
길이었다
십년도 지난 일입니다. 그때는 지금처럼 핸드폰도 없었던 시절이었는데 무슨 일로 진악산 관음굴을 찾게 되었지요. 문제는 관음굴로 가는 길이 요새처럼 자세한 안내도 없었고 오직 경험에 의하여 찾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 경험이라는 것은 대체로 사실에 부합하지만 반드시 부합하지 않을 때도 있지요. 관음굴로 가지 위하여 혼자 진악산을 오르다보니 난데없이 길을 잃고 말았습니다. 가다보니 예전에 보았던 길은 보이지 않고 오르면 오를수록 절벽만 나타나는 것이었습니다.
가던 길을 돌아가자니 그길 또한 쉬운 일이 아니어서 계속 암벽을 올라야 했지요. 그러다 더 이상 갈 수 없어 그저 막막할 때였습니다. 암벽 바로 위에 폴이 보였고 그 풀을 잡고 암벽을 올랐습니다. 그 바위 틈 약한 풀이 나를 끌어올렸지만 사실 그 풀에 의지하여 힘을 쏟은 건 나 자신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머리로 생각지도 않은 새로운 일이나 대상을 몸이 먼저 알아 부딪치는 경험을 할 때마다 나는 ‘너’를 만났다고 합니다. 이때의 ‘너’는 미리 있어 부딪치는 것이 아니라 부딪치면서 동시에 드러나는 그래서 없이 있는 존재로 기다리고 있습니다.
나는 늘 너를 기다립니다. 기다린다는 것은 새로운 너를 만나는 것이고 만나기 위하여 부딪쳐야 합니다. 너를 만나지 않으면 즉 부딪치지 않으면 늘 변하지 않는 나일뿐이지요, 그런즉 변하지 않는 나는 이미 죽는 것과 같은 것입니다. 나는 너와 같으면서 다른 관계로 서로 너이면서 동시에 서로 나입니다.
이러한 삶의 방식이 우리나라 사람들 몸에 밴 ‘우리’라는 말이고 자연의 법칙이며 과학자와 철학자들이 자기동일성 또는 자성은 없다고 하며 이 세상 어떤 것도 상호 연결을 벗어날 수 없다고 합니다. 오늘도 무엇인지 모르는 ‘너’를 만나 새로운 ‘나’로 거듭나는 삶이 바로 생명이고 힘일 것입니다. 거듭 태어나는 우리 세상이 되었으면 합니다.
금산신문 gsnews47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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