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말뚝을 뽑으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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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용산 |
말뚝
뽑으려 흔들었다.
아무리 흔들어도 흔들리지 않는 땅이었다.
땅 속을 파니 죽을힘으로
말뚝을 물고 있는
흙을 보았다.
네가 있어
말뚝이었구나.
뚫어오는 힘으로 맞서 저 스스로 단단해진 흙살이여!
서로를 물고 있는 너를 다 드러내고서야 비로소 말뚝이 뽑혔다.
말뚝은 무엇일까요. 한쪽 끝을 뾰족하게 하여 땅에 박아놓는 것을 말합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하면 흔히 울타리를 치거나 또는 경계를 긋는 뜻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어떤 상태에서 변하지 않고 머무는 것으로 말뚝을 박았다고 합니다.
우리 금산에서는 말뚝이라고 하면 예전에 흔하게 사용하였던 삼장말뚝을 생각합니다. 그 정도로 친숙한 말로 말뚝을 박을 때나 뽑을 때 어려움을 겪은 경험이 있을 것입니다. 그러한 경험처럼 말뚝은 주체적인 위치에 있지 못하지만 그렇다고 없어서는 안 될 꼭 필요한 역할이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말뚝이 말뚝으로서 존재하려면 뽑히지 않을 만큼 그에 합당한 땅이 있어야 합니다. 그 말뚝을 지탱해주어야 할 땅이 부실하면 여지없이 뽑히고야마는 것을 경험하고 또 뽑아야 할 때 잘 뽑히지 않는 것을 경험하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말뚝이 우리에게 새로운 지혜를 주고 있습니다. 우리 일상생활에 ‘남의 가슴이 말뚝을 박지 말라’는 말이 있지요. 우리가 살고 있는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남을 이기기 위하여 남에게 하지 말아야 할 말을 할 때 이르는 말입니다.
그러나 아무리 경쟁사회라 하여도 나 하나만 잘되는 그런 경우는 없습니다. 설령 그런 경우기 있다고 하더라도 이제는 우리 생각을 바꿔야 합니다. 경쟁을 지금처럼 부정적으로만 생각하면 너는 물론 나도 살 수가 없는 세상이 올 것입니다. 경쟁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경쟁을 통해 사람들 사이의 친밀함이 깊어질 수도 있고 서로 알지 못하던 숨겨진 능력을 찾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위의 시에서 말뚝처럼 부딪치면 부딪칠수록 서로를 살리는 세상을 생각합니다. 이러한 세상이 바로 경쟁하면서 서로를 살리는 공생의 지혜이며 앞으로 우리가 살아야 할 생명의 세상일 것입니다.
금산신문 gsnews47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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