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축제는 전쟁이다
지금 금산은 축제의 한가운데에 있다.
지난 몇 달간 수많은 금산군민들과 공무원들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금산인삼제의 6연패 달성'이라는 목표를 정해 놓고, 마치 이 목표를 이루지 못하면 금산이 절단이라도 나는 것처럼 열심히 일을 해왔다.
장승전시회를 기획한 박양우 약령시회장은 생업도 뒤로 미룬 채 장승을 직접 제작하느라 몇 달을 구슬땀을 흘렸고, 비단 박회장 뿐만 아니라 인삼제를 기획하고 실천하는 모든 사람들이 흘린 땀이 열흘간의 우리들의 잔치로 나타나게 되었다.
축제와 관계된 것이 아닌 모든 사안은 축제를 잘 치르기 위한 노력에 가려 그 우선순위가 뒤로 미뤄질 정도로 우리 금산은 축제에 전념하고 있다.
오죽하면 ‘금년부터 수학능력시험을 논산이 아닌 이곳 금산에서 치르게 되었다'는 귀중한 소식도 금산인삼축제에 가려 잘 알려지지 않을 정도이다.
혹자는 인삼축제가 자치단체장 한사람의 낯내기는 아닌가, 혹은 쓸데 없는 예산낭비는 아닌가 하는 비난을 하기도 하고, 또 어떤 이는 축제 기간 중에는 장사도 되지 않고, 열흘의 축제기간은 너무 길다는 불평을 늘어놓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어떤 사람은 인삼제가 열리는 시기가 너무 일러 인삼을 판매하는데 문제가 있기 때문에, 인삼제는 추석 이후로 미뤄져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하고, 심지어는 최근 논쟁이 되었던 인삼법 개정문제와 관련하여 ‘인삼제를 거부하자'는 그야 말로 언 발에 오줌누려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런 말들은 모두 몇 년간 인삼제를 겪으면서 나온 산경험을 토대로 한 얘기들이기 때문에, 듣고 보면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하지만 -지난 2주간 이 자리에서 언급했듯이- 인삼제는 시간이 남아, 혹은 금산군민들을 위로하기 위해, 그리고 그야말로 군수 얼굴 내기 위해 하는 한가로운 시간때우기가 절대로 아니다.
전 세계는 -우리가 그것을 알고 있든 혹은 모르든 간에- 자신들의 고장을 남에게 알리기 위한 총성없는 전쟁에 돌입한지 이미
오래이다.
그리고 그 전쟁의 가장 큰 무기는 바로 자신만의 독특한 축제인 것이다.
- 독특한 축제가 되어야 한다
이러다 보니 세계적으로 유명한 동네는 마찬가지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축제가 있다.
예를 한 번 들어보자.
오스트리아의 산골마을인 잘스부르크는 정말 볼 것 하나도 없는 시골마을이다. 그런데 그 마을에서 그 유명한 음악가 ‘모짜르트'가 태어났고, 이 동네는 지난 200년을 그 모차르트를 울거먹고 살고 있다.
매년 7월이 되면 전 세계에서 모차르트가 태어난 곳, 어려서 자란 곳을 보기 위해 수만금을 써가며 그 시골 구석으로 찾아들어 모짜르트의 음악을 즐기고, 모짜르트, 혹은 잘스부르크라는 상호와 로고, 혹은 이미지가 새겨진 초콜렛과 사탕과 인형과… 등등을 사기 위해 아낌없이 돈을 쓰고 있는데, 그 축제기간은 무려 두달간이라고 한다.
후쿠오카에는?‘마쯔리'라는 축제가 있는데, 그 준비가 시쳇말로 장난이 아니다.
동네를 불럭으로 나누어 그 동네마다 보통 2-3층 건물 높이의 큰 조형물을 제작하여 동네 장정들이 그것을 메고 우리가 보기에는 정말 우스운 기저귀같은 훈도시라는 전통의상을 입고 메고 다니는데, 그 조형물에는 일본의 역사에 나오는 사건과 인물이 모두 조각되어 있다고 한다.
그들은 자신들의 과거와 현재를 자랑스럽게 생각하기 때문에, 전통을 중시하고, 또 자신들의 미래도 낙관할 저력을 갖게 된다고 한다.
노르웨이의 바이킹축제라든가 스페인의 그 유명한 광란의 토마토축제, 그리고 독일의 맥주축제 등이 보여주듯이, 세계 각국에서는 유명한 조상을 가졌으면 그 조상들을 팔아서, 훌륭한 자연환경을 가졌으면 그것을 팔아서라도 자신들의 고장을 열심히 다른 사람들이 잊지 않도록 광고하고 선전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절박한 입장에 있다는 것을 우리는 다시 한 번 생각해야 한다.
오죽하면 스위스의 크로이세 축제는 19세기 초 기근으로 먹을 양식이 없었을 때 사람들은 맨 얼굴로는 차마 구걸을 할 수가 없어서 얼굴을 가리기 위해 화려한 분장을 하고 마을로 내려가 음식을 구걸했다고 하는데, 그것을 확대하여 축제의 모티브로 삼았다고 하니, 그 치열함과 아이디어의 기발함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절대로 중요하다
해를 거듭할수록 우리 금산의 축제에 관한
수준은 일취월장하여 가히 타지역이 도저히 따라잡지 못할 정도로 높은 수준을 자랑하고 잇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 수준차라는 것이 정말 종이 한 장 차이로, 새로 개발하여 앞서나가는 사람은 피땀을 흘려야 하지만, 그것을 벤치마킹하는 사람은 작은 노력과 디지털 카메라와 볼펜만 있으면 얼마든지 배워서 자신들도 써먹을 수가 있다.
오히려 후발주자는 더 새로운 아이디어로 무장하여 선발주자를 따돌리는 경우를 우리는 얼마든지 주변에서 보고 있기 때문에, 따라서 선두를 유지하고 또 더욱 발전한다는 것은 정말로 지난(至難)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물론 금산의 인삼축제가 5연패를 이룬 데에는 많은 주민들이 각자 자신들의 분야에서 정말 많은 노력을 했고, 또 공직자들이 눈물겨울 정도로 헌신적으로 일을 했기 때문이다.
마라톤 경기장에서, 인삼종합전시관에서, 거리에서, 주행사장에서, 그리고 다락원에서 수많은 주민들과 공무원과 경찰관들이 생업을 제쳐두고 봉사하는 모습은 정말 아름다운 광경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이 높은 수준을 유지, 발전시키는데 공무원들의 노력은 한계가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따라서 앞으로 인삼제가 정말 세계적인 축제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더욱 절실하다는 자각을 하자.
그리하여
멋진 인삼제라는 작품을 한번 더 만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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