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산이 내보내는 인재, 돌아오게 하자

- 금산에서 치른 세 번째 수능시험 -

금산에서 수학능력시험을 볼 수 있게 된 것도 벌써 3년이 되었다.

그동안 장문환 문화상회 사장과 김상윤 학생신문사장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각계와 요로를 뛰어다니면서 ‘수능시험이 사람의 인생을 결정짓는 중요한 계기 중 하나일진대, 왜 우리는 도시 사람들과 같은 세금을 내면서 우리의 아이들이 논산까지 가서 시험을 볼 수밖에 없는가?’,

라든가 ‘어린 학생들이 스스로의 인생에서 아주 중요한 일을 맞으면서 긴장과 마음고생이 얼마나 심할 지는 불문가지일텐데 객지로, 그것도 꼭두새벽에 급한 아침밥 먹는 둥 마는 둥 하면서 버스 타고 떠나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하는 근본적인 불평등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던 일이 엊그제 같은데 말이다.

이런 선구자들의 당연한 권리를 찾기 위한 노력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힘을 합쳐 주었고, 금산군개발위원회를 비롯한 많은 단체들이 이런 이슈를 공론화해 주었던 것도 큰 힘이 되었다.

그리고 우리 지역에서도 -텔레비전에서 보던 것과 같이- 후배들이 시험보러 나오는 선배들을 북과 꽹과리로 격려하고, 학부모들은 따뜻한 음료와 머리를 맑게 해준다는 초콜렛을 손에 쥐어주는 아름다운 풍경을 볼 수 있게 되었다.

선생님들이 교문 앞에서 시험 보는 애들과 한번 더 눈을 맞추는 것도 큰 힘이 되었을 것이고, 박동철군수와 한근철부군수를 비롯한 각 실·과장 및 읍·면장들이 팀을 나누어 금산고등학교와 금산여고에서 학생들을 격려해 주는 것도 보기 좋았다.

금산고등학교에서는 학부모들이 점심식사를 학교에서 제공해 달라고 요청했고, 그 부탁이 받아들여졌다는 소식도 들었는데, 이런 모습에서 수험생들이 마음 편하게 자신이 갈고 닦은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하게 해주기 위한 많은 사람들의 노력을 엿볼 수 있다.

금산고등학교에서는 2학기 수시에서 -조건부이기는 하지만- 서울대학교에 두명이나 합격해 놓은 상태라고 하는데, 모든 수험생들이 좋은 성적을 거두어서 원하는 대학에 모두 합격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 58만 명 대 300명 -

올해 수능시험을 본 학생 수는 58만명이라고 한다.
그 중 금산에서 시험을 본 학생은 300명을 조금 넘었는데, 이런 이유로 금산에서 수능시험을 유치하기가 참으로 어려웠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장문환사장을 필두로 한 많은 사람들이 금산으로 수능시험장을 끌어들이려고 노력했던 것은 우리의 아이들이 1점이라도 더 좋은 점수를 받아서 조금이라도 더 좋은 대학에 진학시키기 위한 목적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최근 몇 년간 금산에서는 해마다 좋은(너무 세속적인 표현이라는 것은 인정하지만) 대학에 진학하는 학생들의 숫자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은 지역 전체를 위해서도 참으로 바람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나는 이 글에서 금산여고에서 서울대 사범대학에 진학한 신영예양에 대해 몇차례 언급한 바가 있는데, 내가 가장 우려하는 사태, 즉 금산에서 교육받고 중앙무대에 진출했을 때 겪는 소외감과 서울내기들의 높은 벽을 깨끗하게 극복해냈다는 것을 신영예양의 성적표를 보고 짐작했기 때문이다.

금산뿐만 아니라 시골에서 서울로 진출하는 수많은 학생들에게는 그들을 ‘촌놈’ 취급하는 ‘서울놈’들의 벽을 넘기가 정말 쉽지 않은 현실을 직면하게 되고, 심지어는 좌절하기까지 한다.

그렇지만 신영예양의 성적표는 신양이 꾸준히, 그리고 간단없이 학업에 정진했다는, 그래서 그 벽을 통과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해 준다.

말하자면 ‘서울놈’들과 당당히 어깨를 겨룰 수 있는 수준으로 커나가고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 서울 유학을 외국 유학에 비긴다면 -

전국적인 현상이지만, 우리나라의 교육 시스템에 대한 불신 등을 이유로 외국으로 자식들을 유학보내는 사람들이 많고, 특히 서울에서는 하다못해 언어연수라도 보내지 않으면 오히려 어색할 정도로 많은 아이들이 공부를 위해 외국에 나가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자식들을 외국으로 보내는 것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을 갖고 있었고 세 자식을 토종으로 키웠는데, -나 자신이 어려서 부모 곁을 떠나 공부했던 경험도 있지만- 유학생들에게서 한가지 큰 현상을 보았기 때문이다.

외국에서 부모를 떠나(혹은 부모와 같이 있더라도) 외로운 유학생활을 한다는 것이 어린 학생들에게는 대단한 스트레스가 아닐 수 없다.

이 정신적 부담을 이기지 못해 중간에 마약이나 노름 등의 길을 택하면서 망가지는 아이들이 꽤 많다는 말을 들었는데, 이렇게 인생에서 길을 잃는 아이들은 물론 말할 것도 없다.

그렇지만 그 치열한 경쟁과 외롭고 힘든 외국생활에서 살아남고 성공한 뒤, 즉 외국의 세계적인 대학에서 훌륭한 공부를 마친 다음 그 아이가 돌아온다면 귀국한 뒤에 국내 사정에 적응하기 위해 다시 한 번 홍역을 치러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외국의 사회문물에 익숙해지면 다시 돌아온다는 마음을 먹기가 쉬운 일이 아니다.

따라서 외국유학을 보내서 성공한 자식도, 또 실패한 자식도 품안의 새끼라고 보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고, 서울유학을 외국유학에 비교한다면 적응의 강도야 물론 다르겠지만, 같은 고생을 각오해야 한다.

여기까지는 개인의 노력에 달린 문제일 것이지만, 금산 지역으로서는 중앙으로 보낸 인재들이 동량(棟樑)이 되었을 때 다시 지역에 돌아와 대처(大處)에서 배운 지식과 경륜을 사용할 수 있는 좋은 일자리가 금산에 많아야만 투자한 가치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금산이 언제까지나 인삼과 약초를 선점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걱정을 하는 지역 주민들이 많은 것을 나는 보고 있는데,

다양한 방식으로 많은 사업체들을 키우고 교육기관을 늘려 나가면서 지역 출신의 인재들이 고향에서 나래를 펼 수 있는 토양을 만드는 것은 현재 이 곳에 살고 있이철주 금산고 교장선생님에 의하면 ‘중학교를 졸업하면서 도시로 나간 학생들 중에서 다시 돌아오고 싶어 하는 아이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고 한다.

그만큼 지역의 교육여건이 좋아지고 금산고와 금산여고를 비롯한 지역의 교육기관들이 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이렇게 금산에서 좋은 학교에 진학하는 학생들이 점점 많아지는 우리가 키웠고, 또 앞으로도 많이 배출될 인재들을 다시 불러들일 수 있는 여건 조성에도 우리가 관심을 갖기 시작할 때가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수능시험 날 해 보았다.

금산신문 webmaster@igs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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