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일요일.
대구에 잠시 다녀왔습니다. 지인의 결혼식 때문 입니다.
휴일이라 도로는 막힘이 없어 서둘지 않아도 될것 같습니다. 하지만 KTX표는 혹시 몰라 1주일전에 미리 예매를 해 두었지요.
대전역, 오가는 사람들이 여객 대합실에 빼곡합니다. 아니 아무리 휴일이라도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움직이나 할 정도입니다.
표 사려고 줄서있는 사람들,
배웅차 마중나온 사람들,
헤어지기 아쉬워 손잡고 시계 보는 연인들,
시간이 늦어 개찰구를 향해 뛰는 사람,
여유롭게 도착해 자판기 커피로 향긋한 커피맛을 즐기는 사람,
여행중에 보려고 책방에서 책을 고르는 사람.
스낵에서 간단히 아침식사를 하는 사람. 해외 여행이라도 가는 듯 큰 가방을 끌고 온 사람.
결혼식에 가시는 듯 한복을 곱게 입은 할머니.
귀대 장병인듯 여자친구와 같이온 일등병 군인.
보따리든 40대의 뚱뚱한 아주머니.
참 여러 사람들입니다.
하지만 모든 분들이 너무 깔끔하고 깨끗해 보입니다. 즐거워 보입니다.
특히 미모의 20대 아가씨들은 영하의 추위에도 짧은 치마에 롱부츠를 신고 멋을 한껏 뽐내고 있었습니다.
모두들 어디를 다녀와야 하는지 휴일날 이동하는 여행객들이 많습니다.
특히 요즈음 결혼시즌이라 결혼식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많은것 같습니다.
가족단위 이동이 많은걸 느꼈습니다.
우리도 그들중의 하나였습니다.
참 역사(驛舍)도 예전에 비해 깨끗해지고 넓어지고 편리해졌습니다.
전광판에 도착과 출발시간이 수시로 비추어지고 안내 방송이 흐름니다.
기차타러 가는 길.
에스커레이터를 타고 기차 플랫폼으로 내려갑니다.
대구행 KTX는 정시에 역에 진입합니다.
서울서부터 달려온 열차이지요.
내리고 타고 기차는 또 기적을 울리며 대구를 향해 질주합니다.
14호차 4 A.B.C 우리가족 자리지요.
역방향까지 사람들로 꽉 찼습니다.
만석 입니다.
서서가는 사람이 없어 좋은게 고속열차 입니다.
잠든사람, 커피 마시는 사람, 창밖을 내다보는 사람,
아이를 잠재우려고 노력하는 젊은 부인…
모두가 즐거움보다 피곤해 보입니다.
서울서 곧장 대구나 부산까지 가는 사람들인가 봅니다.
간혹 매너모드로 맞추어 달라는 안내방송에 상관치 않고 그대로 둔 누군가의 핸드폰에서 요란하게 노래소리가 울립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큰소리로전화를 받고 말합니다.
듣지 않으려 해도 그저 들려오는 소리.
남에게는 큰 소음인데 상관치 않는 눈치입니다.
그것도 젊은 아가씨가, 남을 배려하는 마음을 잃어 버렸나 봅니다.
전화내용을 들어보니 별 중요한 얘기도 없었습니다.
집에서 기르는 강아지 얘기까지 하고서야 전화를 접었습니다.
20여분은 통화한것 같습니다.
11시 8분에 대전을 출발한 KTX는 11시 56분에 대구에 도착합니다.
한시간도 안되는 여행시간에 뒷자리의 전화 소음을 20분이상 들어 주어야 했습니다.
모두들 인상을 찌푸렸지만 아무도 싫은 소리를 하지 않았습니다.
괜스리 얘기했다가 봉변만 당할지도 모른다는 선입감이 있는 것이지요.
요즈음 젊은이들. 남·여 구분없이 할말은 다하는 세상이니까 무섭지요.
스스로 조심해야지요.
KTX기내 전좌석에 배치된 월간지「KTX」
볼륨도 두툼하고 아주 잘 만든 월간지입니다.
여행지 소개, 여행의 즐거움 등 유익하고 알찬정보가 사진과 함께 실려있는 고급스런 잡지 입니다. 정말 읽을거리가 많은 잡지이지요.
저는 KTX탈때마다 늘 즐겁게 보는 잡지이지만 대부분 승객들은 그렇지 않은것 같습니다.
아예 빼어보지 않는 승객도 많습니다.
기차는 쉼없이 달림니다.
기차속의 나는 그저 움직이지 않고 주변 경치가 영화의 필름처럼 지나가는 느낌입니다.
산도 보이다가 강도 나타나고 때론 산속 터널을 지나기도 합니다.
그리고 상·하행선이 교차하는 순간엔 바람의 요동을 느낄 정도로 차체가 흔들리기도 합니다.
참 우리나라는 산도 많은 나라입니다.
물론 70%가 산이라고 초등학교때부터 배워왔지만 기차를 타고 달려보면 그 느낌을 직접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대전근교 철길옆 음지에는 아직 얼마전 내린 눈이 그대로 남았습니다. 그만큼 기온이 낮았다는 것이지요. 산자락에 마치 백설기 쌀가루를 뿌려 놓은듯 합니다.
하얀 눈이 누렇게 변한 마른 풀잎사이에 그대로 남아 얼어버렸습니다.
물론 양지에서는 눈을 전혀 볼수가 없었습니다.
그런 모습이 영동을 지나자 모두 없어집니다.
남쪽으로 이동했기 때문이지요.
작은 땅덩어리이지만 바뀌는게 많습니다.
기상만 바뀌는게 아니고 사람들의 말투마져 바뀌어버리지요.
억센 경상도 사투리가 들려오겠지요.
그게 사람들의 향기일지도 모름니다.
KTX 여승무원이 통로를 지나갑니다.
너무 상냥스럽고 귀엽게 생겼습니다.
하지만 KTX 여승무원 비정규직 문제로 아직도 노동계의 쟁점이 되고 있어 조금은 슬프게 보이기도 합니다.
노동계의 현실, 모두가 한발씩 양보하는 좋은 세상이 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
움직이지 않고 앉아 있기만 하다보니 아침인데도 졸음이 찾아옵니다.
내릴시간이 그리 많이 남아있지 않아 편안하게 잠들 수 도 없는시간.
조용히 열차내를 오가는 커피 판매원 아가씨에게 커피를 가족 모두 한잔씩 주문합니다.
원두커피 한잔 그리고 덤으로 주는 비스킷 하나.
한모금 한모금 하면서 커피향을 느낍니다.
정신이 맑아진다.
짧은 시간이 지나가면서 대구역 도착을 알리는 안내방송이 흐른다.
동대구역이다.
KTX가 도입되면서부터 우리나라 역 모습이 많이 바뀌어졌다.
우선 대형화 되고 넓어졌다.
그리고 유리벽과 철조구조물로 만들어져 환하게 느껴지는게 사실이다.
화장실도 깨끗하고 바닥도 미려하다.
주변상가도 아름답게 배치되고 질서가 있어 보인다.
대구역 2층 출구.
라운드형 철조구조물. 그리고 유리벽. 마치 인천공항 국제선 청사모습이 연상된다.
이곳도 사람들이 붐빈다.
지금시각이 12시 10분.
모든 예식장이 대부분 점심시간대로 잡혀있다 보니 오가는 손님들이 붐비는가 보다.
사람사는 세상.
사람들이 붐벼야 제맛 아닐까?
걸음을 택시정류장으로 재촉하면서 청첩장 안내도를 꺼내든다.
대구는 자주 온일이 없어 낯설기만하다.
택시기사아저씨.
“이곳까지 가십시다.”
이렇게 일요일 하루는 흘러갔다.
금산신문 webmaster@igsnews.co.kr
<저작권자 © 금산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금산군, 올해 빈집 활용 리모델링 최대 7000만 원 지원
